목표가마저 넘어선 과속 질주 증권株… 과열 조짐 경고음
목표가 초과율 미래에셋 30%, 대신 10%, 한국금융 8%, 키움 8% 한 달 새 40% 급등하자 주가 하락 신호 공매도 비중도 10% 초과
증권주의 주가 상승 페달이 멈추지 않고 있다. 고평가로 일컫는 증권사 목표가(적정주가)마저 뚫을 정도다. 상법 개정 등 정책 수혜에 따른 증시 활황 기대가 상승 동력으로 작용했다.
문제는 상승세를 이어갈지다. 주가 하락 가능성을 크게 평가하는 공매도 거래 비중이 늘어나고 있고 ‘빚투’ 잔액도 잔뜩 쌓였다. 정책 현실화를 지켜보며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주요 상장 증권사 6곳(한국금융지주, 미래에셋‧NH투자‧삼성‧키움‧대신증권) 중 4곳의 주가는 증권사에서 책정한 평균 목표가를 웃돌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전날 1만9440원에 장을 마치며 목표가(1만4914원)를 크게 초과했다. 목표가를 초과 비율은 30.35%다. 한국금융지주 주가도 목표가 초과율이 7.69%이나 됐다. 키움증권은 7.65%, 대신증권은 10.22% 수준이다.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도 이날 각각 1만8220원, 6만4700원을 기록하며 평균 목표가(1만8367원, 6만6143원)에 거의 근접한 상황이다.
통상 증권사들이 목표가를 낙관적으로 산정하는 점을 고려하면 투자 열기가 과열됐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는 증권주가 새 정부의 정책 수혜 업종으로 꼽히며 주가가 급등한 결과다. ‘KRX 증권’ 지수는 최근 1개월간 38% 상승했다. 업종 중 가장 높았고 코스피 등락률(12.7%)을 3배 웃돌았다. 이재명 정부에서 추진 중인 ▲이사의 충실의무 범위 확대 등 상법 개정 ▲자사주 소각 의무화 ▲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정책적 기대감이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문제는 언제 급락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급격히 올랐다는 점이다. 이렇다 보니 주가 하락을 점치는 투자자도 늘고 있다. 10일 기준 키움증권에 대한 공매도 거래 비중은 18.81%에 달했다. 전체 거래대금 466억원 중 88억원이 공매도로 거래됐다. 코스피 전체 12위다. 지난달 9일 공매도 거래 비중이 3.02%였던 것을 비교하면 한 달 만에 6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4일엔 공매도 거래 비중이 29.56%까지 치솟으며 전체 1위를 기록했다.
미래에셋증권도 공매도 거래 비중이 10.93%로 높았다. 한 달 전(10.93%)보다 두 배 크다. 전체 거래 805억원 중 88억원이 공매도였다. 한국금융지주도 공매도 비중이 5.44%에서 10.29%로 급증했다. 그밖에 NH투자증권은 9.9%, 삼성증권은 4.13%, 대신증권은 4.26% 수준이다.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급증한 점도 부담으로 다가온다.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한 금액인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클 때 늘어나지만 과도할 경우 시장이 과열됐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미래에셋증권의 신용융자 잔고는 349억원으로 작년 말 58억원 대비 500.7% 늘어났다. 같은 기간 한국금융지주는 112억원으로 410%, 대신증권은 45억원으로 346.1%, NH투자증권은 52억원으로 77.6% 늘어 ‘빚투’ 급증의 단적인 예를 보여준다.
심지어 상승 동력이었던 정책 기대감이 다소 꺾인 분위기라는 점도 위기감을 부채질한다. 더불어민주당은 12일 본회의에서 상법 개정안을 처리하려던 계획을 철회하며 시행을 뒤로 미뤘다. 민주당 내부에서 여당이 된 만큼 상법 개정 등 개혁 입법에 수위 조절이 필요하다는 신중론이 불거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공약이 정책으로 구체화하기까지 증권주 주가가 조정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정책 기대감이 증권사의 이익증가로 나타나기까진 일정 시간이 필요하고 배당소득세 논의는 추가로 진행돼야 하는 점 등을 감안할 때 단기 급등에 대응하기보단 향후 정부의 정책이 확정되는 것을 확인하고 중기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도 “(최근 증권주 상승세는) 구조적 상승이라기보다 이벤트에 의한 기대감이 반영되는 측면이 크다”며 “증권주의 구조적 상승을 위해선 코스피 5000포인트 달성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돼야 하고 증권사 실적 변동성이 완화돼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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