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금융권 노사갈등… 정권교체 이후 확산 조짐

MG손보·동양·ABL생명·신한카드 등 ‘고용보장’ 집단행동 확산

2025-06-13     전대현 기자

금융권 내  노사갈등이 확산하고 있다. 통상적인 임단협 갈등을 넘어 ‘고용승계’와 ‘구조조정 저지’를 둘러싼 집단행동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노조 활동에 힘이 실리면서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거란 전망도 나온다.  

MG손해보험노조 소속 조합원들이 지난 3월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열린 MG손해보험 정상매각 촉구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생존권 사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뉴스1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신한카드, 동양·ABL생명이 노동조합과 고용 문제를 둘러싸고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매각이 불발된 MG손해보험 노조도 금융당국의 가교보험사 설립에 반발하며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동양·ABL생명 노조는 지난 10일 고용노동부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 신청서를 제출했다. 우리금융지주로의 합병을 앞둔 두 회사는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이에 노조는 고용보장을 요구하고 나섰고, 우리금융은 자회사 편입 완료 시점인 7월 주주총회 이후 논의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동양생명 신임대표로 내정된 성대규 우리금융 보험사 인수단장의 경우, 과거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인수 후 통합작업(PMI)을 주도했었던 터라 노조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2021년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가 합병해 신한라이프가 출범했을 때에도 약 250명의 직원이 퇴사했던 전례가 있다. 

신한카드 노조도 시끄럽다. 신한카드는 수익성 악화와 고비용 인력 구조 개선을 위해 오는 16일 대규모 조직개편을 단행할 예정이다. 현재 4그룹 20본부 81팀 체제를 개편해 ‘대부제(大部制)’를 도입하는 것이 핵심이다. 팀장직 약 30% 정도가 감축될 것이란 예상이다. 퇴직 유도 대상자는 1968~1979년생 직원이다. 희망퇴직 신청자에겐 최대 30개월치 특별퇴직금이 지급된다. 

이번 신한카드의 구조조정 결정은 심상치 않은 카드업계 분위기를 대변한다. 신한카드는 잇따른 경영악화로 20년 가까이 지켜오던 순이익 업계 1위 자리를 경쟁사 삼성카드에 내줬다. 지난해 1인당 생산성은 2억1700만원으로 삼성카드 3억2600만원보다 크게 낮은 상황이다. 고강도 인사와 비용 절감이 불가피하다는 시각이다.

노조는 회사의 일방적 구조조정은 부당하다며, 지난 10일 본사 1층에서 집회를 개최하는 등 집단 반발에 나섰다. 하반기 조직개편안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며, 사측이 이를 강행할 시 총력 투쟁에 나서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MG손보 노조는 금융위원회가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MG손보를 정리하기 위해 ‘폐쇄형 가교보험사’ 설립 절차에 돌입하자 반발하고 있다. 

금융위는 가교보험사를 만들어 MG손보 계약을 임시 이전한 뒤, 5대 손해보험사(DB손해보험·메리츠화재·삼성화재·KB손해보험·현대해상)에 최종 이전하겠다는 방침이다. 기존 보장내용과 보험료는 그대로 승계되지만, 기존 인력 구조조정은 불가피한 방식이다. 

노조는 가교보험사 체제 전환이 사실상 청산이라는 입장이다. 500여명 임직원 중 일부만 고용이전이 가능해 가교보험사 전화 결정을 철회하고 정상매각 절차를 다시 진행하라고 요구 중이다. 그러나 앞서 3차례 진행된 MG손보 매각 절차 모두 무산됐었던 만큼 정상 매각을 재추진하더라도 추가 원매자를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가교보험사 전환 결정 철회를 촉구하는 청원을 제출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노조의 집단행동이 정권 교체와 맞물려 더욱 확대되고 있다고 본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면서 주 4.5일제 도입 등 친노동정책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해서다.

실제 더불어민주당에서 을지로위원장을 맡고 있는 민병덕 의원은 최근 MG손보 노조의 단식 농성 현장을 찾아 "이번 (가교보험사 설립) 사태는 단순한 기업 부실이 아니라 금융당국의 감독 실패와 정책 판단 미스로 인한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개입 조짐을 보이면서, MG손보의 일방적 청산 대신 ‘정상 매각’ 가능성을 다시 열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재명 정부 출범 초기인 만큼 친노동정책 기조가 강하게 작용하면서 노조들도 조직적인 행동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대선 공약인 주 4.5일제 등이 산업권보다 금융권에 먼저 적용될 가능성이 큰 만큼 노동계가 주도권을 잡으려는 흐름이 나타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전대현 기자
jdh@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