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금융지주 숙원 푼 임종룡 회장…조직문화 통합 ‘시험대’

증권사 편입 이어 동양·ABL생명 인수로 보험 포트폴리오 완성

2025-06-13     한재희 기자

동양·ABL생명 인수로 보험업 재진출 숙원을 풀어낸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종합금융지주 완수를 성공적으로 이뤄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금융당국이 조건부 인수 승인을 내준만큼 내부통제 개선과 자본관리 계획을 이행해야 하고 이와 함께 통합이라는 큰 과제가 남은 상황.

자회사 편입 뒤 계열사간 시너지를 내기까지 통상 2~3년의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임 회장의 연임과도 맞물려 있어 더욱 주목된다.

임종룡(사진) 우리금융지주 회장. / 뉴스1

1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그룹이 다음 달 1일 동양·ABL생명을 계열사 편입을 마무리한다. 매각 잔금을 치르고, 각 보험사가 주주총회를 열어 신임 대표를 선임하는 등 인수 절차가 마무리 될 예정이다. 주총에선 성대규 우리금융지주 생명보험사 인수단장과 곽희필 전 신한금융플러스 대표를 각각 동양생명과 ABL생명 대표이사로 선임된다. 이날부터 우리금융 계열 보험회사가 탄생하게 된다.

취임 후 줄곧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은행 중심 수익 구조를 탈피하겠다고 강조해 왔던 임 회장의 전략이 현실화 되는 셈이다.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 가운데 유일하게 보험 계열사가 없는 데다 실적에서 은행 의존도가 90%에 달하는 등 비은행 계열사 강화가 시급한 문제였다. 

보험사 인수에 앞서 증권사를 강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5월 한국포스증권 인수 후 같은 해 8월 포스증권과 우리종합금융을 합병해 우리투자증권을 출범시켰다. 우리투자증권을 10년 내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면서 2~3년 내 두 번째 M&A에 나선다는 계획도 밝힌바 있다. 보험사 인수를 마무리하게 되면 은행과 증권, 보험 계열사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눈에 띄는 효과를 거두기까지는 좀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통상 인수 마무리 이후 통합 작업에 걸리는 시간 때문이다.

특히 동양·ABL생명의 통합을 두고 결단을 내려야 한다. 동양생명을 중심으로 흡수합병을 할지, ABL생명을 재매각할지 등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거론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성대규 단장을 동양생명 대표로 임명하면서 동양생명이 ABL생명을 흡수합병하는 방법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 

단순 합산으로 동양생명의 자산 35조원에 ABL생명 자산 20조원을 합하면 총 55조원 규모의 업계 6위 생명보험사를 품에 안게 된 만큼 재매각은 추진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깔려있다.

임 회장이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통합을 어떻게 이뤄낼지가 관건이다.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진 회사에 우리금융그룹의 문화를 이식해야 한다. 

지난해 전임 회장 부당대출 사태로 드러난 우리금융 내부의 계파갈등을 종식하는 동시에 새로운 계열사에 ‘우리금융 DNA’를 성공적으로 심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업계에선 고용 문제와 노조와의 협의를 어떻게 이끌어낼지 주목하고 있다. 이미 동양생명과 ABL생명 노동조합은 인수자인 우리금융지주에 고용승계 보장과 매각 위로금을 지급하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서다. 

임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연임에 성공한다면 보험사의 물리적 통합을 넘어 화학적 통합까지 일관된 정책으로 이뤄낼 수 있겠지만 반대의 경우엔 반쪽짜리 M&A로 남을 수 있다. 보험사 인수를 진두지휘한 만큼 성공적인 통합에 대한 임 회장의 의지도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동양·ABL생명 인수를 위해 제출했던 내부통제 개선·중장기 자본관리 계획 이행 여부를 금융당국에 계속 보고 해야 하는 만큼 부담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인수 후 물리적인 통합과 화학적 결합 추진에 있어서 당분간 잡음이 있을 수밖에 없고 임종룡 회장의 리더십이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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