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경영전략회의 돌입…리밸런싱 성과 점검·미래 사업 구상
SK그룹이 13일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경영전략회의에 돌입했다. 이 회의는 그룹 차원에서 추진 중인 리밸런싱(사업 구조 재편)의 성과를 점검하고, 인공지능(AI)·반도체 등 국가 전략 산업을 포함한 미래 사업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다.
13일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시작된 회의에는 최창원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최재원 SK이노베이션 수석부회장, 최윤정 SK 성장지원담당 겸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 등 계열사 CEO 30여명이 참석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날 오전 10시 대통령과 주요 그룹 총수·경제단체장이 함께한 간담회 참석을 마친 후 회의에 합류할 예정이다.
경영전략회의는 8월 이천포럼, 10월 CEO세미나와 함께 SK그룹의 3대 연례 경영행사 중 하나다. 2024년부터 ‘확대경영회의’에서 명칭을 바꾼 이 회의는 CEO 간 심도 깊은 ‘끝장 토론’ 방식으로 진행된다. 올해도 첫날 종료 시각을 정하지 않고 논의가 도출될 때까지 논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핵심 안건은 SK그룹이 2024년부터 추진해 온 리밸런싱 전략이다. SK는 중복투자 해소, 사업 내재화, 우량 자산 매각 등을 통해 4조원에 달하는 현금을 확보했다. SK스페셜티와 SK렌터카 매각이 대표적 성과로 꼽힌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그룹 전체 순차입금은 2023년 말 83조원에서 올해 말 75조원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SK㈜ 별도 기준 순차입금도 같은 기간 11조원에서 8조1000억원으로 줄었다.
근원적 경쟁력 확보, 시장 신뢰 회복 방안 등도 집중 논의된다. 특히 최근 SK텔레콤 해킹 사건을 계기로 그룹 차원의 정보보호 강화 전략도 주요 안건으로 떠올랐다.
AI와 첨단 반도체 등 국가 전략 산업에 대한 투자 방안도 테이블에 오른다. 최태원 회장은 2024년 회의에서 “AI 서비스부터 반도체 인프라까지 ‘AI 밸류체인 리더십’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 적 있다. 최근 정부가 AI·반도체 산업 육성을 정책 기조로 내세운 만큼, 이번 회의에서도 이와 연계한 실행 전략 논의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
SK는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의 어록을 공유하며 경영 기본기를 점검하는 시간도 마련했다. SK의 경영관리시스템(SKMS)을 바탕으로 운영 개선 등 실천 과제도 구체화할 계획이다.
에너지 사업 부문의 전반적 재점검도 예고된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장용호 총괄사장 체제로 전환하고 E&S 사장 출신 추형욱 신임 대표이사 선임을 단행했다. 회의에선 SK온 등 배터리 부문과의 시너지 및 재도약 방안도 논의될 전망이다.
이번 회의는 최 회장이 대면 참석하는 만큼 그룹의 미래 방향성과 신사업 발굴에 대한 구체적 가이드라인이 제시될지에도 관심이 모인다. 최 회장은 지난해 미국 출장으로 인해 화상으로 참여했다.
이광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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