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론 늘리다 건전성 역풍… 카드사 연체율 10년 만에 '최고'

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카드사 올해 순익 2400억 감소 예상 카드론·리볼빙 늘리자 레버리지 배율 확대… 건전성 악화

2025-06-13     전대현 기자

카드사가 건전성 악화와 수익성 둔화 사이 벼랑 끝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지속된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신용판매 수익성이 줄어 들면서다. 그동안 고위험 대출인 카드론과 리볼빙(결제금 이월)에 의존해왔지만, 이마저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져 수익성에 발목이 잡혔다. 

일부 카드사의 경우 공격적으로 카드론을 늘린 탓에 레버리지 배율이 규제 한도 선에 가까워지는 등 위기가 현실화 됐다. 올해 업황도 어려울 것으로 보여 소비자 혜택이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카드사가 건전성 악화와 수익성 둔화 사이 벼랑 끝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 DALL-E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1분기 전업카드사 평균 실질 연체율은 1.87%로,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카드사들이 신용판매 수익 감소를 만회하고자 카드론과 리볼빙을 늘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금리 인상과 가계소득 감소 속에 상환 여력이 떨어지며 연체가 급격히 늘었다.

반면, 본업인 신용판매 수익성은 날로 악화하고 있다. 올해 초 카드사가 가맹점으로부터 받는 수수료가 추가로 인하하면서 올해 카드사 순익이 2400억원 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본업 수익성 하락 속 카드론마저 연체율 증가로 부담이 커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 상황에 빠졌다.

수익성 악화와 연체율 상승이라는 이중고에 카드사들은 레버리지 배율 관리에 애를 먹고 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올 1분기 전업카드사 7곳(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하나·우리카드)의 평균 레버리지 배율은 5.88배다. 전년 동기 5.90배에 비해 소폭 개선됐지만, 일부 카드사 레버리지 배율이 법적 상한선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사 실질 연체율 추이 / IT조선

레버리지 배율은 총자산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으로 타인 자본의 의존도를 보여주는 지표로 활용된다. 자본이 많을수록 레버리지 배율은 낮아진다. 금융당국은 카드사 레버리지 배율을 8배 이내로 제한하고, 1년간 배당성향이 30%를 넘은 경우엔 7배로 더 엄격히 적용한다. 

한국기업평가 기준 올해 1분기 레버리지 배율이 7배를 넘긴 곳은 현대카드(7.1배)와 롯데카드(7.7배)다. 특히 현대카드는 신종자본증권 제외 시 7배를 초과해 배당 여력에 제약이 생긴다. 건전성 관리 및 배당성향 유지를 위해 레버리지 배율을 낮춰야하는 상황이다.

레버리지 배율을 낮추기 위해선 ▲영업자산 축소 ▲부실채권 상각 ▲자본 확충 등이 필요하지만, 해당 방안 모두 카드사에 부담이다. 자산 축소는 수익성 저하로, 자본 확충은 조달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영업자산을 줄이면서도 이익을 내야 하는 모순된 상황에 놓였다.

카드업권은 올해 비용 절감 노력에 초점을 둘 것으로 전망된다. 영업비용 축소를 위해 소비자 혜택을 축소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과거 12개월까지 무이자할부를 내준던 카드사들은 현재 5개월 할부를 제공하는 데 머물러 있다. 그나마 우리카드와 비씨카드만이 이달 6개월 무이자 할부를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울러 혜택이 많은 이른바 ‘알짜카드’도 단종 추세다. 카드사는 비용 절감을 위해 기존 상품을 리뉴얼하거나 단종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단종된 알짜카드 수는 595종(신용카드 482건·체크카드 113종)으로 2022년 101종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배진수 KIF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수료율 규제가 재화와 용역의 가격 인하및 거래 활성화에 기여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신용카드 사용자 혜택 감소, 연회비 인상, 대출목적 신용카드 발급 증가와 같은 부작용을 유발했다"며 "카드수수료 규제에는 긍정적인 영향과 부정적인 영향이 공존하는 만큼 규제 효과에 대한 면밀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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