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STO 제도화 기지개… 상용화 준비 나선 증권업계
조각투자 시행령 16일 시행…법 기반 정비 속도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토큰증권(STO, Security Token Offering)의 제도화 기대감이 한층 높아지면서, 증권업계가 시스템 구축과 전략적 제휴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새 정부가 STO를 디지털 금융 인프라 확장의 핵심 과제로 제시하고, 금융당국과 국회가 입법·행정 절차를 병행하면서 정책 불확실성 해소에 속도가 붙고 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오는 16일부터 지난 5월 입법예고했던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 시행에 들어간다. 개정안은 비금전신탁 수익증권 방식의 조각투자 발행 플랫폼을 제도권에 포함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토큰증권(STO) 관련 직접적인 조항은 포함되지 않았으나, 실물자산 기반 디지털 증권 발행을 위한 제도화의 1단계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STO는 실물자산이나 금융자산을 블록체인 기반 토큰으로 발행해 증권처럼 거래할 수 있게 하는 구조다. 고가의 부동산이나 미술품을 1만원 단위로 분할해 일반 투자자도 접근할 수 있게 하며, 수익 분배는 스마트계약 기반으로 자동화된다. 기존 자본시장 바깥에 있던 실물기반 자산군을 제도권에 흡수할 수 있는 수단으로 부상하면서, 증권사들 입장에서도 상품 다각화와 수수료 수익 확대 기회를 제공한다.
STO 제도화는 이번이 첫 시도는 아니다. 국회는 이미 21대 전반기부터 관련 법안을 논의해왔으며, 2023년에는 금융당국이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이후 관련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회기 종료로 폐기되거나 심의가 지연된 바 있다. 다만 최근에는 국회와 금융당국 모두 제도화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어, 이번 임시국회에서는 병합 심사를 거쳐 실질적인 입법 성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시장 기대감은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더욱 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당시 '디지털자산 기본법'을 공약하며, STO를 활용한 부동산·미술품·특허 등 실물자산의 제도권 유통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약에는 장외 유통플랫폼 법제화, 공정한 가치평가·회계감사 체계 마련, 투자자 권리 보호 방안 등이 포함됐다.
입법 절차도 가시화되고 있다.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에는 민병덕·강준현 의원 등이 발의한 자본시장법 및 전자증권법 개정안 12건이 계류 중이다. 해당 법안들은 STO의 법적 정의, 발행자 요건, 정보공시 의무, 투자자 보호 장치 등을 규정하고 있으며, 7~8월 임시국회 본회의 상정이 유력하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STO는 여야 간 이견이 거의 없는 드문 영역”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맞춰 증권사들도 본격적인 사업 준비에 나섰다. 하나증권은 바이셀스탠다드와 협력해 상품 구조 설계와 발행 체계를 마련하고 있으며, 신한투자증권은 SK증권·블록체인글로벌과 함께 ‘펄스(PULSE)’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NH투자증권은 농협은행·펀블 등과 STO 비전그룹을 꾸려 실물자산 기반 투자모델을 개발하고 있으며, 미래에셋증권·키움증권·유진투자증권도 각각 자체 플랫폼과 실증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은 한은과 금융위 간 주도권 이슈, ETF는 변동성과 제도 미비가 걸림돌”이라며 “STO가 제도화 단계에서 먼저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원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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