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양자 기술 주권, 국산 클라우드 플랫폼에 달렸다… 정부·기업 힘 모아야” [클라우드 플랫폼 위기와 기회②]

2025-06-25     김경아 기자

디지털 전환(DX) 시대에 접어들면서 AI 등 타 산업과의 동반 성장을 위해 클라우드 플랫폼의 중요성이 전 세계적으로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 클라우드 생태계는 여전히 미흡한 수준으로,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정부와 산업계, 학계가 협력해 실효성 있는 대응 전략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IT조선이 주최하고 OPA(오픈 클라우드플랫폼 얼라이언스)가 주관한 ‘대한민국 클라우드 플랫폼 산업, 위기와 기회’를 주제로 한 2차 간담회를 6월 11일 개최했다. 1차 간담회에서 국내 클라우드 산업의 위기 원인을 진단한 데 이어, 이번 2차 간담회에서는 ‘클라우드 플랫폼’을 중심으로 위기 극복을 위한 실질적인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편집자주]

인공지능(AI)과 양자컴퓨팅이 미래 산업의 핵심 동력으로 부상하면서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클라우드 인프라의 중요성이 재조명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 클라우드 생태계는 여전히 글로벌 플랫폼 의존도가 높다. AI 대중화와 산업 확산을 강조하면서도 이를 실현할 기술적 기반이 국내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6월 11일 개방형클라우드플랫폼센터 회의실에서 IT조선 주최(OPA 주관)로 ‘대한민국 클라우드플랫폼 산업, 위기와 기회’ 간담회가 개최됐다. 이 자리에는 김홍진 OPA(오픈클라우드플랫폼 얼라이언스) 의장, 김은주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지능기술인프라본부장, 김동호 메가존클라우드 CQO, 권경민 이노그리드 CTO, 김필수 네이버클라우드 이사, 손춘호 KT클라우드 상무, 이주명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이사, 이진현 맨텍솔루션 상무, 송창학 아이엔소프트 본부장, 최재원 NHN클라우드 팀장 등이 참석해 클라우드 플랫폼 산업 발전을 위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지난 11일 서울 중구 개방형클라우드플랫폼센터에서 ‘대한민국 클라우드 플랫폼 산업, 위기 극복 방안: 신산업 연계 전략’ 간담회가 진행됐다. / IT조선

“외산 클라우드에 쌓이는 AI·양자 기술, 국산 PaaS 없이는 주권도 없다”

토론에서 가장 먼저 제기된 이슈는 클라우드의 진화 방향이었다. 클라우드가 등장한 지 20년이 지난 지금, IaaS(서비스형 인프라)·PaaS·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같은 전통적 구분을 넘어 디지털 전환(DX) 시대의 통합 플랫폼으로 진화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정부와 기업이 각자 보유한 역량을 밸류체인별로 구분하고 유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데 모두가 입을 모았다.

유럽연합(EU) 역시 AI와 클라우드를 따로 논의하지 않고 하나의 플랫폼 위에서 구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의견 수렴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처럼 AI, 양자컴퓨팅 관련 애플리케이션을 국산 클라우드 위에 올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양자컴퓨팅이나 인공위성 등 고도화된 프로젝트를 수행해야 하는 국내 기업들이 외산 클라우드를 사용할 경우 그 기술적 노하우가 외산 플랫폼에 축적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AI 모델의 개발·학습·배포·운영까지 전 주기를 클라우드 기반에서 통합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PaaS는 글로벌에서는 이미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은 머신러닝작업(MLOps) 기반 AI PaaS 서비스를 상용화해 전 세계 AI 산업의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는 그래픽처리장치(GPU)∙신경망처리장치(NPU) 등 하드웨어 가속장치 지원은 물론 플랫폼 생태계 전반이 미비하다. 참석자들은 “AI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단순한 GPU 인프라가 아니라 전체 모델 개발 환경이 유기적으로 통합된 PaaS 플랫폼이 필요하다”며 “이 생태계를 국산 기술로 갖추지 못한다면 결국 외산 플랫폼 위에서만 AI가 구현되는 상황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손춘호 KT클라우드 상무는 “KT는 지난 1년간 기존의 IaaS·PaaS·SaaS 관점에서 벗어나 새로운 플랫폼 형태로 개발하는 방향으로 발전 중”이라며 “GPU VM(가상 머신) 등 인프라 관점에서 제공하던 기존 사업 방식에서 AI 서비스 등 상위 레이어를 제공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은 양자컴퓨팅이나 AI 등 고도 기술을 활용하기 위해 오히려 데이터와 애플리케이션을 외산 클라우드로 이전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 격차를 넘어, 국가 차원의 디지털 주권과 산업 주도권을 해외에 넘기는 구조라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 11일 서울 중구 개방형클라우드플랫폼센터에서 열린 ‘대한민국 클라우드 플랫폼 산업, 위기 극복 방안: 신산업 연계 전략’ 간담회가 열렸다. / IT조선

 

“클라우드 발전 위해 협업해야… 민관 공동 전략 필요”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국내 주요 CSP(클라우드 서비스 제공 기업)들은 “지금이 국산 클라우드 플랫폼의 존재 이유를 증명할 시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국내 산업과 사회 전반의 디지털 전환(DX)을 주도하고, 미래 첨단 기술의 실험장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토종 클라우드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가 클라우드 시장 활성화를 위한 마중물 역할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필수 네이버클라우드 이사는 “(민관 협력 사업은) 정부에서 방향을 제시하고 민간 기업이 따라가는 방식이지만 간극을 좁히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정부에서 하고자 하는 방향과 기업 방향이 잘 맞았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최재원 NHN클라우드 팀장은 “MLOps 기반 서비스를 도입하더라도 실무자들은 어떻게 사용할지 몰라 결국 MSP(클라우드 관리 서비스 사업자)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며 “챗봇과 같은 AI 기반 운영(AIOps)을 활용하면 더 나은 클라우드 플랫폼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에서 클라우드 플랫폼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주명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이사는 “초고속인터넷망 구축으로 웹 생태계가 활성화된 것처럼 정부 중심으로 ‘AI컴퓨팅센터’라는 AI 사업의 큰 장이 생겼는데, 전 국민이 AI를 활용하는 시대가 오려면 AI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는 클라우드 플랫폼이 필요하다”며 “정부는 AI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는 클라우드 플랫폼에 대해서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CSP가 보유한 역량을 통합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송창학 아이엔소프트 본부장은 “협업 체계가 마련되지 않으면 (클라우드) 상위 기업을 따라가기 힘들다”며 “각 CSP가 가진 강점을 모아 해외 진출 사업을 함께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김홍진 OPA 의장은 “AI 클라우드는 결국 분산형 구조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게 요즘 대세인 것 같다”며 “오늘 간담회에 참석한 기업들이 밸류체인 내 각 레이어에서 강점을 가진 만큼 충분히 협업 기회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경아 기자
kimka@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