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보다 재미”…네이버, MZ 공략하는 숏폼 커머스 실험

2025-06-21     천선우 기자

MZ세대의 소비 방식이 바뀌고 있다. 검색보다 ‘보는 것’에 반응하고, 정보보다 ‘재미’를 선택한다. 숏폼 콘텐츠가 주 소비 채널로 자리 잡으면서, 짧은 영상 하나로 상품 노출부터 구매까지 이어지는 ‘쇼퍼테인먼트(shoppertainment)’가 커머스의 새 격전지로 떠올랐다.

쇼퍼테인먼트는 쇼핑(Shopping)과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를 결합한 개념이다. 30초 안팎의 짧은 영상에서 제품을 자연스럽게 접하고 곧바로 구매로 이어지는 방식이다. MZ세대가 주도하는 ‘발견형 쇼핑’의 대표 사례로, 기존처럼 검색해 제품을 찾기보다 콘텐츠 안에서 소비를 유도하는 흐름이다.

/ 챗GPT 생성 이미지

실제 쇼퍼테인먼트 시장은 빠르게 성장 중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과 틱톡이 공동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쇼퍼테인먼트 시장은 2025년 약 1조달러(약 1370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는 2022년 5000억달러 수준에서 2배 성장한 수치다. 특히 한국은 일본·인도네시아와 함께 가장 빠르게 확산되는 3대 국가로 꼽힌다.

네이버는 숏폼 콘텐츠 기반의 커머스 진출을 위해 2023년 8월 ‘클립(CLIP)’ 서비스를 출시했다. 클립은 틱톡, 인스타그램 릴스, 유튜브 쇼츠와 같이 짧은 영상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영상에 제품·장소·쇼핑 정보를 담은 스티커를 삽입해 사용자가 클릭만으로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블로그, 플레이스로 이동해 구매·예약까지 가능하게 하는 구조다.

네이버 관계자는 “클립에서 소개된 제품이나 장소의 자세한 정보를 얻기 위해 검색 서비스나 외부 사이트로 이동하지 않아도 된다”며 “네이버 블로그나 뉴스를 통해 정보를 확인하고 스마트스토어와 플레이스를 통해 구매나 예약을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클립의 성과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5년 3월 기준으로 클립 재생 수는 전년 대비 3.8배, 콘텐츠 생산량은 5.5배, 채널 수는 3.3배 늘었다. 별도로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에는 ‘발견’ 탭을 신설해 AI 기반 개인 맞춤형 숏폼 추천 기능도 강화했다.

네이버가 숏폼 생태계 확대를 위해 올 하반기 클립 크리에이터 1만명을 모집한다. / 네이버

다만 일각에서는 클립의 콘텐츠에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광고성 정보가 주를 이루는 데다, 인지도 높은 인플루언서가 적다는 점에서 플랫폼 흡입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현재 클립의 월간 이용자 수(MAU)는 약 242만명으로, 틱톡의 국내 MAU(약 1000만명)의 4분의 1 수준에 그친다.

틱톡은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커머스 확산 전략에 앞서 있다. 뷰티 브랜드 ‘스킨1004’는 미국 틱톡 크리에이터 챌린지를 통해 53편의 숏폼 콘텐츠를 제작하며 현지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메이블린 역시 틱톡 인플루언서 콘텐츠와 라이브 커머스를 결합해 동남아시아 틱톡샵 뷰티 부문 매출 1위를 달성했다.

네이버는 올 하반기 클립 크리에이터 1만명을 신규 모집해 콘텐츠 다양성과 플랫폼 충성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스마트스토어 수익 분배(쇼핑 커넥트), 브랜드 협업(브랜드 커넥트), 광고 인센티브 등 수익화 구조도 고도화할 계획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MZ세대를 공략하기 위해선 단순히 크리에이터 수를 늘리는 것을 넘어, 소비자의 주목을 끌 수 있는 인지도 높은 인플루언서 확보가 중요하다”며 “네이버만의 차별화된 숏폼 콘텐츠 경쟁력도 함께 키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천선우 기자 
swchu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