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범 회장 “디지털 혁신도 금융 안정 위에서 이뤄져야” [DT금융포럼 25]
디지털 전환 시대를 맞아 금융산업의 발전은 금융 안정을 기반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한국 경제 잠재성장률 하락과 인구구조 변화 등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전환을 통한 효율성 제고가 필수적인데, 이 역시 금융 안정과 균형 잡힌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금융산업이 경제 성장을 이끌기 위해서는 안정이 선제돼야 하고 AI 기술로 대변되는 디지털 전환 역시 궤를 같이한다는 것이다.
고승범 청소년금융교육협의회 회장은 17일 서울 여의도 FKI플라자에서 열린 ‘2025 디지털금융포럼’ 기조연설에서 “경제 성장과 금융산업의 발전은 금융 안정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고승범 회장은 “유동성이 늘어나는 것을 경제 성장이라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며 “금융 안정과 경제 성장 측면도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고 회장은 “경제 이론을 보면 일정 수준의 부채는 경제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만 임계치를 지나면 오히려 부작용을 낳게 된다”며 “부채가 너무 많이 늘어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이 발전하면 금융 시장이 안정될 것 같지만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등을 보면 오히려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또 “과도하게 신용이 늘어나고 자신 시장에서 버블이 생기는 것은 금융 안정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금융 안정 바탕 위에서 금융도 발전하고 경제도 성장하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금융위원장을 역임했던 고승범 회장은 과거 1997년 IMF 외환위기, 2003년 신용카드 사태,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등은 모두 과도한 신용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고 회장은 “금융위기의 역사가 그대로 반복되지는 않지만 어떤 리듬이 있는 것 같다”며 “과도한 신용, 부채가 위기를 불러오는 만큼 금융안정이 중요한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디지털 금융도 과잉 신용과 연결되면 안정성을 해칠 수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게 고 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디지털 기술과 AI는 금융의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다”며 “금융의 디지털화가 가속화되고 전방위적으로 확대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CEO의 “AI는 전기, 인터넷 수준의 대변혁을 가져올 것”이라는 발언을 인용하며 AI의 파괴적 잠재력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금융산업은 디지털화를 비롯해 인구리스크 심화, 경제의 구조적 전환 등의 상황에서 유연성과 지속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저출산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는 금융시장과 금융산업에 추세적으로,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가계와 기업은 자산이 줄고 부채가 늘어난는 형태로 바뀔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고 회장은 “경제 구조 개혁을 통한 잠재 성장률 제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3050 클럽(인구 5000만명이 넘는 나라 중 1인당 소득 3만달러 이상인 나라)’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7개 나라뿐”이라며 “우리가 그동안 해온 경제 발전이 대단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이어 “금융 분야 그리고 기업 분야의 효율성 향상을 위한 노력이 또 특히 중요하고 디지털 금융이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금융 안정 위에 성장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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