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자산운용 "AI 도입은 선택 아닌 생존 문제" [DT금융포럼 25]
운용자산 120조달러(16경3428조원) 시대를 맞았지만 자산운용사들의 수익성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최용민 미래에셋자산운용 AI솔루션본부장은 17일 '2025 디지털금융포럼'에서 이런 역설적 상황에서 인공지능(AI)이 업계 판도를 바꿀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했다.
최 본부장은 "자산운용산업이 지속적인 운용자산(AUM) 성장에도 불구하고 수익성 악화라는 구조적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며 "AI 도입은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전략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운용사의 총 운용자산이 120조달러를 넘어선 상황에서 뮤추얼 펀드보다는 패시브 펀드나 ETF의 점유율이 높아지면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 본부장은 자산운용회사의 AI 활용 방식을 크게 두 가지로 구분했다. 첫 번째는 시장 평균 수익률보다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알파 추구형 AI'다. 분석형·판별형 AI를 통해 시장의 상승·하락 국면을 파악하고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며 리스크를 관리하는 용도로 사용된다. 두 번째는 비용 효율화를 위한 AI로, LLM 기반 생성형 AI를 활용해 프로세스 자동화를 실현한다.
최용민 본부장은 "투자 성과를 높이는 전략 영역에서는 AI가 과거 데이터를 학습해 투자모델을 구성함으로써 전략의 다양성을 제공하고, 효율화 영역에서는 다양한 업무 프로세스에 AI를 적용해 생산성과 비용효율성을 동시에 제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퀀트 투자 분야에서는 팩터 투자에 AI를 접목시키는 방법을 소개했다. 팩터 투자는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공통된 특징을 찾아 투자하는 방식으로, 가치 대비 가격이 싼 주식이나 인기 종목 등 특정 조건을 조합해 활용한다. 여기에 '분석형 AI'를 활용해 알려진 팩터의 새로운 조합 방법을 찾고, 기존 팩터 간의 비선형 관계를 찾아내 수익률 예측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시장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재구성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생성형 AI 활용 분야에서는 리서치 업무의 혁신 사례를 제시했다. 재무제표와 기업보고서 분석에 활용해 핵심 지표를 신속하게 검토하고 초기 평가를 수행한다. 재무 데이터 기반 심층 분석을 통해 주요 변화와 재무 비율을 도출하고, 어닝콜 분석에서는 경영진 발언과 Q&A를 분석해 투자자 관심사와 리스크 요인을 파악한다.
사례로 언급된 JP모건의 '연준 발언 분석 AI 모델'은 연준의 메시지를 매파적 성향과 비둘기파적 성향으로 해석해 정책 기조가 긴축적인지 완화적인지 정량적으로 분석하는 용도로 사용된다. 향후 금리 전망과 채권투자전략 수립에 선제적인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생성형 AI의 코딩 지원 분야도 주목할 만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최 본부장은 "비기술자가 AI에 요청해서 프로그램을 구현하는 수준까지 왔으며, 최근에는 사용자 의도를 정밀하게 반영하는 수준까지 발전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마케팅이나 운용부서에서 기존에는 시스템팀이나 외부에 요청해야 했던 개발 작업을 직접 처리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내부적으로 시스템 개발자, IT 영역, 퀀트 영역뿐만 아니라 데이터 분석 업무에서 코딩 어시스턴트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며 "운용사 내부에서는 업무 혁신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최 본부장은 AI 활용 시 주의할 점도 함께 강조했다. "AI가 제공하는 도구적 가능성은 명확하지만, 할루시네이션이나 과적합, 데이터 편향과 같은 위험 요인에 대한 인식이 필수"라며 "AI의 작동원리 및 결과에 대한 해석력을 갖춘 상태에서 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홍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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