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기술로 불확실성 극복… 금융산업 발전, 모색해야”(종합) [DT금융포럼 25]
미국의 무역 정책과 글로벌 금리 변동, 정치 이슈가 맞물리며 불확실성이 높아진 금융시장 한편에서는 AI(인공지능) 기술을 앞세운 디지털 전환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금융시장의 불안 낮추기 위한 해법 가운데 하나로 디지털 기술의 활용 현황을 짚어보고 앞으로의 전략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IT 비즈니스 리더인 IT조선은 17일 서울 여의도 FKI플라자에서 ‘디지털 전환을 통한 경제 불확실성 극복’을 주제로 ‘2025 디지털금융포럼’을 개최해 기술 기반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금융시장의 발전을 위한 디지털 기술, 디지털 기술로 촉발된 금융시장의 미래, 최근 지급결제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논의는 물론 실제 금융소비자를 위한 금융 전략이 논의 됐다.
이날 포럼에서는 디지털 전환 시대 금융의 역할과 과제가 집중 조명됐다. 자본시장 활성화와 디지털자산 제도화, 금융산업의 구조적 전환과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를 위한 플랫폼 전략, 클라우드 기반 실용 기술 적용 방안 등이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더불어민주당 강준현 의원은 축사를 통해 상법 및 자본시장법 개정 추진 상황을 소개하며, “디지털자산기본법 발의를 통해 디지털자산 시장의 구체화를 속도감 있게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회의 디지털 이해 부족을 지적하며, “정무위 소속 의원들이 힘을 모아 금융시장 변화에 국회가 제대로 대응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같은 당 민병덕 의원은 디지털자산을 “금융 주권과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전략산업”이라고 규정하고, 디지털자산기본법이 단순 규제를 넘는 종합 입법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원화 스테이블 코인을 “대한민국 생존전략”으로 제시하며, “기술 혁신과 제도 정비를 통해 K-금융이 글로벌 결제 시장의 주도권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조연설에서는 고승범 청소년금융교육협의회 회장이 금융산업 발전의 전제 조건으로 '금융 안정'을 강조했다. 그는 “AI로 대변되는 디지털 전환도 결국 금융 안정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과도한 신용과 부채 확대에 경고를 보냈다. 디지털화에 따른 새로운 위기에 유연하고 지속가능한 시스템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손병두 토스인사이트 대표는 '새로운 금융플랫폼의 미래'를 주제로, MZ세대 중심의 초개인화된 맞춤 금융이 핵심 경쟁력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금융사가 일상시간을 얼마나 점유하느냐가 플랫폼 생존의 관건”이라며, 금융과 비금융 융합을 통한 임베디드 파이낸스의 확산을 주목했다. 전통 금융보다 디지털 기업이 기술 민첩성과 확장성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강조하며, 토스가 지향하는 플랫폼 전략도 공유했다.
막심 아파나시예프 구글클라우드 아태 금융부문 대표는 클라우드를 단순한 비용 절감 수단이 아닌 ‘비즈니스 해결 플랫폼’으로 규정했다. 그는 “AI를 통한 고객 경험 개선과 금융사기 대응 등이 이미 실현되고 있다”며, 생성형 AI와 클라우드가 금융 실무에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구체적 사례를 통해 설명했다. 그는 “기술의 핵심은 ‘도입’이 아니라 ‘활용 방식’에 있다”며 고객 중심 설계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첫 강연 주자는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으로 최근 주목 받고 있는 스테이블 코인과 관련해 미국 경제 정책의 중심에 스테이블코인이 부상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의 사임 등 규제 기조에도 변화가 감지된다”며 스테이블코인이 디지털 달러 시스템으로서 주목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센터장은 특히 “미국은 구조적 재정적자로 인해 달러 패권이 약화되고 있다”며, “스테이블코인이 미국 국채를 흡수하는 대체 수단이자 전략 자산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콘텐츠 산업에서도 블록체인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윤남균 스타테일 최고사업책임자(CBO)는 소니가 퍼블릭 블록체인 ‘소니움(Sonium)’을 통해 웹3 생태계 확장에 본격 나섰다고 밝혔다. 그는 “소니는 디앱(DApp), NFT 플랫폼을 직접 출시하고, 가상자산 거래소도 인수해 블록체인 기반 비즈니스를 적극 확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니움은 이더리움 기반의 레이어2 퍼블릭 체인으로, 개방성과 탈중앙성을 강조한 구조다.
금융소비자를 위한 실질적인 금융 전략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자산관리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하나은행의 김영훈 자산관리부문장(부행장)은 “1억원 이상 자산을 보유한 고객 100명 중 55명은 은행에 하루도 오지 않는다”며 비대면 거래 선호가 고액 자산가 사이에서도 확산되고 있고 자산관리의 디지털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특히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고객 3명 중 1명은 90% 이상을 비대면으로 거래하고 있다는게 김 부행장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하나은행은 디지털 우선 전략과 인간 중심 서비스의 결합을 강조하며 하이브리드 전략을 추진 중이다. 고객 신호에 즉시 대응할 수 있는 디지털전담 휴먼 조직을 은행권 최초로 도입하고, ‘하나원큐’ 앱을 통해 비대면 자산관리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AI 기반 맞춤 자산관리 플랫폼 ‘아이웰스’를 통해 PB 수준의 포트폴리오 제안을 제공하고 내부 직원용 ‘펀드지식검색’ 서비스도 지원 중이다. 연금투자뿐 아니라 은퇴 목표 달성 확률 분석 등에도 AI를 적용한다.
이종아 KB부동산 센터장은 “단기적으로 수도권 주택 구입 수요가 확대될 것”이라며 “앞으로 투자 수요보다는 실수요자 중심의 거래가 늘고, 강북에서 강남으로 이동하기보다 동일 지역 내에서 새 아파트, 더 좋은 아파트로 이동하는 사례가 많아질 것”이라고 했다.
특히 최근 부동산 시장에 대해 최고가 아파트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고, 서울 강남은 상승하는 반면 강북은 하락세를 보이며 지역 내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자산가 수 증가에 비해 강남 3구 아파트 공급이 부족해 가격이 오르고 있으며, 기준금리 인하와 유동성 확대, 수도권 전세가 상승에 따른 매매 전환 압박이 시장을 자극할 것이라 전망했다. 다만 2030년 전후 잠재성장률 하락과 지방 미분양 확대는 하방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승준 삼성증권 세무전문위원은 투자자 입장에서 고려할 수 있는 절세 전략을 소개했다. 그는 “개인은 종합소득에 따라 최대 45% 세율이 적용되지만, 법인은 200억원 이하 소득에 19% 세율만 적용돼 유리해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인 전환에는 국내 주식 과세, 이중과세, 비용처리 제약 등 단점도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개인은 열거주의, 법인은 포괄주의 과세 체계가 적용되기 때문에 과세 범위가 다르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최용민 미래에셋자산운용 AI솔루션본부장은 “글로벌 자산운용 규모가 120조 달러를 돌파했음에도 수익성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며 “이 같은 구조적 도전 속에서 인공지능(AI)이 업계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생성형 AI의 코딩 보조 기능에 대해서는 비전문가도 직접 프로그램을 구현할 수 있는 수준까지 발전했다며, 운용사 내부 업무 혁신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AI의 잠재력만큼이나 할루시네이션, 과적합, 데이터 편향 등 위험 요소에 대한 경계와 해석 역량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오태동 NH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본부장은 미국 주식시장이 하반기까지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며 “투자 비중을 50%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AI, 로보틱스, 생명공학 등 미래 산업에서 미국이 주도권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포트폴리오 중심을 미국 자산에 두고, 여타 국가는 조절해나가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오 본부장은 “오프라인과 온라인 가격 격차 축소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졌다”며 한국 시장에 대해서는 기업 활력 저하에 따른 장기적 우려가 있다며 미국 투자 비중 확대를 조언했다.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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