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3천 돌파에 PBR 1배 훌쩍… '조정' vs '상승랠리' 전망 엇갈려

수출주·지주사·증권주 큰 폭 상승 HD현대 1.0배 넘고 한화 0.2→0.8배 껑충

2025-06-22     윤승준 기자

코스피가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를 넘어서며 시장 평균 저평가 국면에서 벗어났다. 방산 기업과 정부 출범 후 급등세에 올라탔던 지주사, 증권사 등 정책 수혜 종목의 PBR 개선세가 컸다. 다만 전망은 엇갈린다. 외국인 매수 여력이 커 상승 랠리를 이어갈 것이라는 낙관론과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부담으로 단기 조정에 들어갈 수 있다는 비관론이 충돌한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PBR은 전날 기준 1.02배로 집계됐다.  코스피 PBR이 1.00배를 넘어선 건 지난해 8월 1일 이후 약 11개월 만이다.  2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와 원화 대비 달러화 환율이 나타나고 있다. / 뉴스1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가 3년 5개월만에 3000선을 넘긴 20일 PBR은 1.02배로 집계됐다. 닷새 연속 오르더니 18일부터 사흘 연속 PBR 1.00배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코스피 PBR이 1.00배를 넘어선 건 지난해 8월 1일 이후, 1.02배를 돌파한 것은 지난해 7월 17일 이후 약 11개월 만이다.

작년 말 0.84배였던 코스피 PBR은 대통령 탄핵 선고, 미국의 관세 리스크 등의 악재로 한때 0.80배까지 밀려났으나 지난달 말 대선 국면에서 점차 회복했고 새 정부 들어 보름 만에 1년 전 수준으로 돌아왔다.

PBR은 주가가 기업의 순자산(자본총계) 대비 얼마나 고평가 또는 저평가돼 있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PBR 1배라는 건 시가총액이 순자산과 같다는 의미다. 통상 PBR 1배를 기점으로 저평가 여부를 판별한다. PBR은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저 PBR 종목은 지적하며 주요 지표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PBR 0.2배 미만 종목도 작년 말 41개에서 20일 현재 13개로 급감했다.

최근 7개월간 코스피 PBR(주가순자산비율) 추이 / 윤승준 기자

순자산 감소 없이 PBR을 가장 많이 개선한 종목은 현대로템이었다. 작년 말 PBR 3.23배였던 현대로템은 현재 11.31배로 반년도 안 돼서 3배 넘게 증가했다. K2 전차 수출 등 방산 부문 수출 확대 기대감이 커지면서 주가가 연초 이후 326.6% 치솟은 게 PBR 개선으로 이어졌다.

화장품 기업 에이피알이 9.24배에서 16.09배로 급증하며 뒤를 이었다. 미국·유럽 등 수출 채널 확대에 따른 호실적으로 주가가 179.6% 급등한 결과다. 이어 LIG넥스원이 4.57배에서 10.96배로, 두산이 2.79배에서 7.28배로, 엠앤씨솔루션이 4.27배에서 8.63배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4.68배에서 8.67배로, 한전기술이 3.68배에서 7.33배로 PBR를 각각 개선했다. 

정책 수혜주로 거론된 지주사(지주사 역할 포함)도 PBR을 개선했다. 작년 말과 비교해 ㈜한화는 0.24배에서 0.78배로, ㈜HD현대는 0.76배에서 1.05배로, 삼성물산은 0.55배에서 0.85배로, ㈜SK는 0.35배에서 0.43배로 PBR 개선 폭을 보였다.

증권사도 비슷하다. 미래에셋증권은 0.44배에서 0.95배로, 한국금융지주는 0.50배에서 0.80배로, NH투자증권은 0.64배에서 0.82배로, 삼성증권은 0.59배에서 0.83배로, 키움증권은 0.65배에서 1.02배로 PBR이 증가했다.

주요 지주사 및 증권사 PBR 현황 / 윤승준 기자

 

“밸류에이션 부담” vs “외국인 유입” 전망 상반

PBR 1배를 넘어서고 ‘코스피 3000’까지 돌파한 가운데 코스피가 상승세를 이어갈지 주목된다. 2300선에서 올해 출발한 코스피는 정책 수혜 바람을 타고 연초 이후 25.9%, 최근 1개월간 16.1% 급상승했다. 이에 따라 단기 조정 가능성을 경계하는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불안 요인은 밸류에이션 부담이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16일 기준 코스피의 올해 예상 순익 PER(주가수익비율)은 10.7배, 2026년 예상 순익 PER은 9.3배다. 상승 랠리를 보인 2015년과 2021년 PER이 각각 11.7배, 13.7배에 그쳤다는 점을 고려할 때 올해도 11배 위에선 경계할 필요가 있단 분석이다. 금리 수준도 그때보다 높아 유동성 장세를 이어가기 쉽지 않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3000을 돌파한 뒤 안착할 가능성이 있다”며 “새 정부가 주주가치가 더 제고될 수 있는 시장 여건을 마련하는지, 선언적 조치가 아닌 실제 기업들이 배당성향을 확대하는지, 정부 지출의 우선순위가 벤처 시장을 활성화하는 데 있는지를 확인돼야 주식시장의 기대감이 증거로 바뀌며 랠리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낙관론도 적지 않다. 외국인 수급 유입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순매수로 전환했으나 올해 전체로 보면 10조2376억원 순매도했다. 코스피 내 외국인 비중도 32.1%로 지난해 7월(36.1%)뿐 아니라 2009년 이후 장기 평균치(33.1%)를 여전히 밑돈다. 

이수정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추경, 상법 개정 등 부양적 정책이 진행됨에 따라 한국 증시 오버슈팅(단기 급등) 가능성이 농후하고 아직 외국인 자금의 유입이 본격화되지 않았다”며 “4월 초 상호관세 부과 시점 이후 매도세가 가팔랐기에 매크로(거시경제) 환경 개선에 따라 한국 시장 비중 확대 및 추가 바스켓 매수(여러 종목 동시에 묶어 매매)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