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동맹국 반도체社 中공장 ‘특별 면제’ 철회 검토… 기술 통제 정조준

中진출한 삼성·SK·TSMC 대상… 공급망 균열 우려 속 韓·대만 긴장 고조

2025-06-22     윤승준 기자

미국이 자국 기술이 사용된 반도체 장비의 대(對)중 수출을 제한하는 조치를 강화하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TSMC 등 동맹국 반도체 기업들의 중국 내 생산거점도 온전치 못할 전망이다. 현재까지 이들 기업은 미국의 별도 승인 없이 중국 공장에 장비를 반입할 수 있도록 면제 조항을 부여받아 왔지만 이를 철회하는 방안이 본격 검토되고 있어서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 중인 삼성전자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 / 삼성전자

22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수출 통제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제프리 케슬러 미 상무부 차관은 최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TSMC 3사에 면제 폐지 방침을 통보했다. 케슬러 차관은 “중국으로 향하는 핵심 기술을 보다 정밀하게 통제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라며 “기존의 포괄적 면제를 취소하고 건별 허가 방식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치는 9일과 10일 런던에서 합의된 미·중 간 수출 규제 유예 협상과 충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외교적 파장이 예상된다. 백악관은 “이번 조치는 새로운 무역 제재가 아니라 중국의 희토류 수출 규제 체계와 유사한 ‘대등한 면허 구조’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다만 한국·대만 정부는 자국 기업 보호를 위한 대응에 돌입한 상태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시안(Xian) 공장, SK하이닉스의 우시(Wuxi) 공장 등은 글로벌 메모리 공급망의 핵심축으로 미국 장비 없이 장기적으로 운영하기 어려운 구조다. 기술 격차로 중국산 장비 대체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 측의 규제가 장기화될 경우 공장 효율성과 수익성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 행정부 내부에서도 이 조치의 실효성을 놓고 이견이 존재한다. 국방부 등 일부 부처는 “면제를 일방적으로 철회하면 중국 기업이 해당 생산시설을 통제할 가능성이 커지고 오히려 기술 자립을 자극할 수 있다”며 신중론을 제기하고 있다. 이는 최근 엔비디아와 AMD의 고급 AI칩 수출이 차단되며 수천억원대 손실이 발생한 상황과 맞물려 친기업파와 안보 강경파 간 갈등 구도가 재확산되는 분위기다.

한국과 대만은 이번 면제 철회 가능성을 자국 정부에 즉각 보고하고 미국과의 외교 채널을 통해 반대 의견을 적극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과 TSMC, SK하이닉스 등은 최근 몇 년간 미국 내 반도체 공장에 수십조원을 투자하며 조 바이든 행정부의 공급망 재편 전략에 협조해온 핵심 파트너다. 이 같은 투자에도 동맹국 기업에 대한 예외 없이 강경 조치가 추진될 경우 향후 미국과의 기술·무역 협상에서 신뢰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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