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에 힘주는 새 정부…'IPO 러시' 본격화
새 정부가 인공지능(AI) 시대에 맞춘 정보보안 정책 강화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보안 전문기업들의 기업공개(IPO) 러시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사이버 위협으로부터 안전한 나라' 실현 기대에 관련 기업들이 잇달아 증시 진입을 서두르고 있는 모습이다.
정부 보안 정책 강화로 업계 전반 수혜 기대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사이버 위협으로부터 안전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여기에는 ▲AI 시대 국가 핵심 인프라 및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사이버 보안 강화 ▲범정부 차원 사이버보안 대응 체계 구축 ▲민관 협력을 통한 사이버보안 기술·산업 경쟁력 강화 ▲중소기업 등 사이버보안 사각지대 해소 ▲피싱, 스미싱 등 디지털 민생안전 대응 강화 등 5대 과제가 담겼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이재명 정부 국정기획위원회에 AI 시대에 맞도록 대대적인 정보보호제도 개선안을 건의했다. 구체적으로는 민간의 정보 보호 투자 촉진 및 정보보호 공시제도 의무 대상을 현 매출액 3000억원 이상에서 전 상장사로 확대하고, 최고정보보안책임자(CISO)에 정보보호 인력관리 및 예산편성권을 부여하는 방안이 담겼다. 정보보호 인증제도 심사를 서면에서 현장 심사로 강화하고 주요 정보 통신 기반 시설 지정 확대도 담겼다.
아우토크립트·지슨 등 IPO 줄이어
23일 업계 소식을 살펴보면 자동차 정보보안 소프트웨어 분야 기업 아우토크립트는 보안 업계 IPO 러시의 신호탄 역할을 하고 있다. 아우토크립트는 24∼27일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통해 공모가를 확정할 예정이다. 청약은 7월 3일부터 양일간 진행된다. 아우토크립트는 지난 4월 첫 증권신고서 제출 이후 4차례 정정을 거치면서도 공모가 희망 범위 1만8700~2만2000원을 고수하고 있다. 아우토크립트는 공모를 통해 총 140만주를 공모하며, 262억원에서 308억원을 공모금으로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아우토크립트는 차량의 모든 통신 영역을 아우르는 보안 기술을 구축한 기업이다. 차량 내부 보안(IVS), 외부 통신 보안(V2X), 유럽 차량 판매에 필요한 인증(TS)까지 전 영역을 포괄한다. 아우토크립트는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 230억원, 영업손실 172억원을 기록했다. 적자폭은 전년 198억원에 비해 감소했다. 올해는 88억원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회사 측은 2026년 흑자전환, 2027년 영업이익 183억원을 전망치로 제시했다. 아우토크립트는 공모자금의 상당 부분을 신규 인력 채용 및 양성, R&D 연구개발자금으로 배정할 계획이다.
무선 보안 솔루션 전문기업 지슨은 8월 코스닥 이전상장에 도전한다. 2023년 1월 코넥스 시장에 상장한 지슨은 키움제8호스팩과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 존속 합병' 방식으로 코스닥 이전상장을 추진한다. 스팩 존속 합병은 스팩이 존속법인으로 남고 피합병 법인이 소멸하는 방식이다. 키움제8호스팩은 합병 이후 지슨으로 명칭을 바꾼다.
양사의 1주당 합병가액은 키움제8호스팩 2000원, 지슨 5700원으로 합병비율은 1대 2.85다. 지슨은 26일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합병을 승인받은 뒤 7월 29일 합병을 완료할 예정이다. 합병 신주는 8월 14일 상장된다.
지슨은 국내 무선백도어 해킹 탐지 시장 100%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으며, 도청 보안 시장 98.77%, 불법 촬영 탐지 시장 60.5%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2023년 1월 공공기관 도청 보안 필수 의무화와 2024년 2월 무선 백도어 관련 법 개정 등에 힘입어 현재 대통령실과 국회, 국방부 등 30개 국가기관이 지슨의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시중은행, 국세청 등 주요 금융기관과 공공기관에서도 도입이 늘어나는 등 안정적인 수입원을 늘려가고 있다.
지슨은 합병 상장을 통해 약 115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조달 자금은 솔루션 연구개발 자금(17억2500만원), 자재구매 대금(77억4000만원), 연구개발(R&D) 인력 충원 등을 위한 운영자금(20억1123만원) 등에 사용될 계획이다. 지난해 지슨은 매출액 135억7600만원, 영업손실 17억6500만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매출액 236억200만원을 달성해 전년 대비 73.9%의 성장률을 기록하겠다는 목표다.
빅데이터 AI 보안 기업 에스투더블유(S2W)와 자동차 사이버보안 기업 페스카로도 올해 코스닥 상장에 도전한다.
보안업계는 새 정부가 AI 선두를 외치고 있고 연이은 기업 해킹에 따른 대안을 찾고 있는 지금이 국내 정보보호 산업 판도를 바꿀 기회라고 보고 있다. 새 정부가 '민간 자율을 촉진하되, 침해사고 발생 시 명확한 책임 부과'를 세부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원칙 중심의 자율보안 체계로의 전환도 업계 성장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 상장사 대상 보안 공시 의무화는 기업들의 보안 투자를 급격히 늘릴 수밖에 없는 강력한 정책"이라며 "CISO 권한 강화까지 더해지면 보안업계에 새로운 시장이 열리게 될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홍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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