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여세 폭탄 맞은 한화·코오롱, 지주사 주가 급등에 울상

한화, 작년말 1500억 증여세, 현재 기준 2800억 추정 승계 준비 중인 HD현대‧SK‧CJ‧롯데, 증여세 고심

2025-06-24     윤승준 기자

지주사 주가가 치솟으면서 승계 작업에 들어갈 대기업 총수일가가 난처한 상황에 놓였다. 주가상승이 반가울 법 하지만, 상속‧증여 시 치러야 할 세금도 동시에 늘어난터라 여간 곤혹스럽지 않다. 

23일 한국거래소와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공시대상기업집단 92개 중 지주사(실질적 지주사 역할 포함)가 상장돼 있고 최대주주 나이가 65세(1961년 이전 출생) 이상인 그룹 소속 지주사 28개는 올해 들어 주가가 45.1% 상승했다. 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한화, HD현대, CJ, SK 본사 전경. / 조선DB 

24일 한국거래소와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공시대상기업집단 92개 중 지주사(실질적 지주사 역할 포함)가 상장된 49곳은 올 들어 주가가 평균 44.1%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25.9%)을 20%포인트 가까이 웃도는 수치다. 이 가운데 최대주주 나이가 65세(1961년 이전 출생) 이상인 그룹 28곳 주가 상승률은 45.1%로 지주사 상승률을 웃돌았다. 

오너 일가 지주사 가운데 한화의 올해 주가 상승률이 247%로 가장 높았다. 코오롱이 181.2% 오르며 뒤를 이었고, LS 87.7%, 하림지주 69.5%, HD현대 62.6%, CJ 60.3%%, 영원무역홀딩스 58.7%, 삼천리 49.9%, ㈜SK 49.6% 등의 순으로 연초 이후 주가 상승 폭이 컸다.

주가 상승은 승계를 앞둔 총수 일가에게 달가운 소식이 아니다. 그룹 총수는 지주사 지분을 직접 보유해 그룹 전체를 간접 지배한다. 현행법상 상장주식 상속‧증여세액은 상속·증여일 전후 2개월 종가 평균 기준의 시가를 과세표준으로 해 결정된다. 세율은 최고 50%지만 할증까지 붙으면 60%다. 지주사 주가가 올랐다는 것은 그만큼 납부할 증여세도 늘어났다는 얘기다.

현재 실제 승계 작업 중인 곳은 한화 1곳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4월 30일 보유하고 있던 ㈜한화 주식 절반(11.32%)인 848만8970주를 세 아들에게 증여한다고 공시했다. 증여일 전후 2개월인 2월 28일~6월 30일 주가 평균으로 증여세 납부액이 결정된다.

지난 주말까지 주가를 기준으로 하면 김 회장의 세 아들인 김동관 부회장과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김동선 한화갤러리리 부사장 3명이 내야 할 증여세액은 총 2824억원(세율 60% 적용)이다. 아직 열흘 정도 남아 확정된 건 아니나 작년 말 같은 조건과 비교했을 때보다 1300억원(당시 1579억원) 가량 더 내게 생겼다. 

김동관(왼쪽) 한화 부회장, 김동원(가운데) 한화생명 사장, 김동선(오른쪽) 한화갤러리리 부사장 / 조선DB

나머지 그룹은 아직 증여 얘기가 없지만, 주가가 급격히 오르면서 마찬가지로 부담이 커졌다. ㈜HD현대의 최대주주는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지분 26.6%)이다. 정 이사장이 정기선 부회장에게 지분 전체를 증여한다고 가정하면 증여세는 20일 기준 1조2150억원(4월20일~6월20일 평균 종가에 세율 60% 적용)으로 추정된다. 작년 말(10월31일~2월28일 평균 종가에 세율 60% 적용) 전후 2개월 종가 평균으로 산출한 금액 9974억원과 비교해 2000억원 더 많다.

현대차도 상황은 비슷하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경영권을 갖고 그룹을 이끌고 있으나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의 핵심인 현대모비스에서 정몽구 명예회장(7.3%)보다 지분이 적다. 정 명예회장으로부터 지분 전체를 증여받는다면 추정 증여세는 20일 기준 1조611억원이다. 지난해 말 추정치인 1조121억원보다 약 500억원 증가했다.

주요 그룹 최대주주 전 지분 증여 시 수증인이 납부할 증여세 추정치. / 윤승준 기자

SK도 최태원 회장이 ㈜SK에서 보유한 지분(17.9%)을 증여할 경우 수증인이 내야 할 증여세는 20일 기준 1조2082억원으로 추정된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증여세는 1조1065억원 규모였으나 최근 주가가 급등하면서 추정 증여세도 늘어났다. CJ도 이재현 회장이 전체 지분 증여 시 수증인이 부담할 추정 증여세는 작년 말 7310억원에서 20일 현재 9871억원으로 커졌다.

그룹 총수일가의 상속‧증여세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지주사들이 정부의 기업 지배구조 개선 정책에 따라 주가가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해서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등 상법 개정 ▲집중투표제 활성화 ▲쪼개기 상장 시 모회사 주주에게 신주 우선 배정 ▲자사주 원칙적 소각 등의 공약을 제시했다. 지주사에 호재로 다가올 내용이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지주사의 디스카운트 원인은 자회사 중복상장, 상속‧증여 과정에서의 주가 하락, 소극적인 자사주 소각이었는데 대선 과정에서 발표된 기업 지배구조 투명성 향상 공약이 추진될 가능성이 커 지주사의 장기적인 리레이팅(재평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윤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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