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부총재 “저성장·고물가 시대왔다… 서울 집값 예의주시”
"자산대비 부동산 비중 과도… 가계부채 염려"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가 향후 통화정책 결정에 있어서 가계부채가 큰 고려 요인이 될 것으로 봤다. 그는 “서울 일부 지역 주택가격 상승속도가 빠르고 가계부채도 염려되는 상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는 24일 서울 중구 한은 별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 기자간담회에서 “가계자산에서 부동산 비중이 과도하게 집중돼 있는데, 가계자산에서 부동산 비중(64%)은 OECD 평균(52.9%)를 크게 상회한다”고 설명했다.
유 부총재는 금통위에서 필요 시에 소수의견을 개진하겠다고도 했다. 유 부총재는 작년 11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했던 회의에서 ‘동결 소수의견’을 낸 바 있다. 금통위원 당연직인 부총재가 소수의견을 낸 것은 2004년 이후 20년만이다.
그는 “(부총재 소수의견을) 시장에서 충격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며 “충분히 논의 끝에 내리는 결론이고, 문제가 없을 거라고 보고 있고, 앞으로도 필요하다면 그럴(소수의견 개진)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의 점검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유 부총재는 “경기나 물가 경로상의 불확실성이 굉장히 커졌기 때문에 통화정책의 목표, 수단, 전략, 커뮤니케이션 등 전반적인 체계에 대해서 점검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를 둘러싼 대내외 구조적 여건 가운데 가장 큰 문제 요인으로 인구 구조를 꼽았다. 그는 “인구는 가장 중요한 생산요소인 동시에, 소비의 주체다”며 “다만 생산연령인구가 줄어들다 보니 잠재성장률에 대한 노동투입기여도가 빠르게 하락하고 있으며, 소비여력도 상당히 둔화됐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주력 산업인 반도체와 자동차 수출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며, 이같은 상황이 계속 이어진다면 미국으로 생산기지가 이전되면서 국내 생산과 고용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다른 주요국에 비해 하락폭과 하락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고 진단했다.
중립금리에 대해서는 실질금리처럼 하락 추세에 있긴 하지만 통화정책의 유효성이 제한될 정도는 아니라고 진단했다. 중립금리 레인지에서 현재 기준금리(2.50%)의 수준은 “중간”이라고 했다.
유 부총재는 “저성장·저물가에서 저성장·고물가로 바뀌면서 여러 나라 중앙은행들이 통화정책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고 우리나라도 글로벌 트렌드에서 많이 벗어나지는 않은 것 같다”며 “실질금리, 중립금리가 내려가더라도 현재 한은 통화정책의 유효성이 제한될 수준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중립금리는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고 잠재성장률 수준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금리다. 잠재성장률이란 한 나라의 노동과 자본 등 동원 가능한 생산요소를 모두 투입해 인플레이션 등의 부작용 없이 최대로 이뤄낼 수 있는 성장률을 뜻한다.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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