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법원 “위약벌 1배수도 무효”… GA업계 위촉계약 관행 제동

수원지법 성남지원, 인카금융서비스 상대로 위약벌 무효 판결… "업계 첫 사례"

2025-07-15     전대현 기자

보험판매대리점(GA)이 지점장 등 관리자가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퇴사할 경우, 그간 지급했던 성과급을 모두 환수해가는 업계 관행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GA가 조직 관리라는 명목으로 무분별하게 사용해 온 위약벌 조항이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기 때문이다. 지급한 금액과 같은 수준의 위약벌조차 위법하다는 내용으로 GA업권 전반에 파장이 예상된다. 

/ 인카금융서비스

15일 법조계와 보험업계에 따르면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제3민사부는 최근 독립 GA 1위 사업자 인카금융서비스가 퇴직한 지점장 A씨를 상대로 제기한 청구 소송에서 위약벌 조항은 약관규제법에 따라 무효라고 판단했다.

위약벌은 계약 위반에 따른 제재 성격의 벌금이다. 실제 발생한 손해와 관계없이 벌금 형태로 물리는 돈이다. 대다수 GA가 지금까지 관행처럼 위약벌 조항을 계약서 약관에 명시해 그동안 관리직 설계사들을 묶어두는 수단으로 사용해 왔다.  

앞서 인카금융은 2021년 7월 피고 A씨와 3년 위촉계약을 체결하면서 “3년 이내 퇴직 시, 그간 지급한 직책수수료 및 성과수수료의 3배를 위약벌로 납부해야 한다”는 조항을 넣었다. 그러나 A씨가 계약 기간을 7개월 남겨두고 퇴사하자 인카금융은 위약벌 1배수를 추가 지급하라며 소송을 걸었다. 앞서 타 지점장과 진행한 소송에서 위약벌 3배수는 과도하다는 판례를 받았었던 만큼, 1배수로 금액을 낮춰 소를 제기한 것이라는 게 A씨측 주장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해당 조항이 계약 불이행에 따른 손해와 무관하게 과중한 벌을 부과하는 독소 조항이라고 판단했다. 약관규제법 제6조, 제8조에 위배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 사건 위약벌 조항은 의무의 강제에 의해 얻어지는 원고(인카금융)의 이익에 비해 피고(A씨)가 부담해야 할 벌이 과도하게 무겁다”며 “공평과 정의관념에 현저히 반해 불합리하므로 약관규제법 제6조, 제8조에 반하여 무효”라고 판시했다.

약관규제법 제6조와 제8조는 각각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해 공정성을 잃은 약관 조항’과 ‘부당하게 과중한 손해배상 의무를 부담시키는 약관 조항은 무효로 한다’는 내용이다. 법원의 GA업권 내 위약벌 1배수 조항이 과도하다고 판단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재판부 판단에 따라 향후 GA업권 내 무분별한 위약벌 관행도 설 자리를 잃게 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위약벌 금액이 실제 손해와 무관하게 설정될 경우 그 자체로 약관규제법에 따라 무효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지점장 위촉계약 실무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 A씨는 “이번 판결은 단순 감액이 아닌 위약벌 자체가 무효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앞으로 GA가 위촉계약서나 협약서 등에 과도한 위약벌을 설정할 경우, 해당 조항 전체가 무효화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사례”라고 말했다. 

그간 인카금융 등 GA업계에서는 특별한 사유 없이 계약을 파기한 경우나 지점장이 이직하면서 소속 설계사와 함께 이동하는 경우 등을 신의성실 원칙 위반 행위로 간주, 위약벌을 매겨왔다. GA업권 내 대규모 설계사 이탈이 지속되면서 소위 정착지원금만 받고 나가는 사례 등을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였다는 설명이다. 

만약 2억원의 성과 수수료를 받은 지점장이 위촉계약 기간 중 퇴사하면 위약벌 규정에 따라 받았던 성과급을 모두 토해내야 했다. 지점장의 성과가 좋으면 좋을수록 환수 금액도 덩달아 커지는 구조다. 위약벌 조항이 담긴 위촉계약서가 ‘노예계약’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던 이유다.

GA업계 관계자는 “인카금융을 제외한 GA 다수들도 위약벌 규정을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GA별로 계약조건 등 내용은 상이하지만, 이번 판결이 업권 내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카금융은 위약벌 조항이 회사 내 조직 관리자급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돼 전체 설계사와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인카금융 관계자는 “위약벌은 현재 운영하고 않는 제도로 법원의 판결을 존중해 항소를 진행하지 않을 계획”이라며 “금융소비자와 설계사 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삼고, 업계의 건전한 영업환경 조성을 선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전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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