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AI 정책 삼각축…소수 기업에 GPU 몰고 생태계 키울까

2025-06-25     변인호 기자

이재명 정부의 AI 정책 철학이 수석과 장관 인선을 통해 윤곽이 드러났다.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등 기업인 출신 인사들이 주요 요직에 포진했다. 이들은 과거부터 소버린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디지털 전환을 주장하고 실천해 온 인물이다. 이번 인선은 이들의 철학을 국정 기조에 반영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왼쪽부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 뉴스1

24일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에 의하면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등 기업인 출신 인사 기용은 민관의 벽을 허물고 대한민국의 복합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다. 이들 3명은 과거 기업 재직 당시부터 꾸준히 정책을 제언하며 사업전략을 펼쳐온 이로 꼽힌다.

하정우 수석은 이미 임명됐고 배경훈 후보자와 한성숙 후보자가 모두 인사 청문회를 통과해 장관이 된다면 정부는 소버린 AI를 기반으로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을 위한 전략적 집중을 선택할 것으로 분석된다. 국가AI컴퓨팅센터 등을 통해 확보하는 GPU를 기술력 있는 소수의 AI 기업을 중심으로 지원해 이들이 개발한 파운데이션 모델은 오픈소스로 공개해 대한민국 AI 전환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이미 ‘월드베스트LLM’이라는 이름의 사업을 통해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렇게 개발된 모델은 오픈소스로 공개된다. 이는 하정우 수석(네이버클라우드 AI혁신센터장)과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LG AI연구원장)이 주장해 온 내용이다. 파운데이션 모델은 GPT-4o, 제미나이처럼 수많은 데이터를 사전학습해 각종 AI 서비스의 기반이 되는 모델을 말한다.

하정우 수석은 기고, 인터뷰, 강연 등을 통해 소수의 GPU를 다수에게 나눠주는 정책으로는 혁신을 만들기 어렵다고 지적해 왔다. 글로벌 수준에서 경쟁할 만한 AI를 만들려면 검증된 소수에게 대규모 GPU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 수석은 이렇게 개발한 소버린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기반으로 아세안·중동·중남미 국가와 연대해 대규모 비영어권 학습 데이터를 구축하는 오픈소스 AI 프로젝트를 한국이 주도해야 한다고 봤다.

배경훈 후보자는 올해 2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AI 현안 공청회에서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을 추진하지 않으면 국가전략자산을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라며 “정부가 기업을 일방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이 아니라 기업도 나름대로 데이터를 확보하는 식으로 민관 협력 모델을 만들어야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AI 강국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오픈소스 공개도 공통 기조다. 배 후보자가 원장으로 재직한 LG AI연구원은 올해 3월 추론 AI 모델 ‘엑사원 딥’을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AI 확산 전략은 지난 정부와 같은 기조다. 하정우 수석은 2023년 윤석열 대통령 직속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초거대 공공 AI 태스크포스(TF) 팀장을 맡았을 때부터 초거대 AI로 AI 일상화를 앞당기겠다고 말해왔다. 배경훈 후보자 역시 6월 24일 광화문 첫 출근길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AI 개발을 위해 모든 분야에 AI를 결합하고 모든 국민이 AI를 잘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우선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성숙 후보자는 네이버 대표 재직 시절 ‘프로젝트 꽃’을 통해 중소상공인의 디지털 전환을 주도한 이로 꼽힌다. 한성숙 후보자가 이끌게 될 중소벤처기업부는 중소·벤처기업과 스타트업 지원을 담당하는 부처다. AI 일상화와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중소·벤처기업과 스타트업의 역할도 중요할 것으로 분석된다.

하정우 수석은 앞서 6월 19일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수만개의 스타트업이 혁신 서비스를 산업에 적용하고 글로벌로 진출하는 것이 대한민국 AI 경쟁력을 키우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집중 투자를 받은 소수의 AI 기업이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해 오픈소스로 풀면 이를 수천~수만개의 스타트업이 활용해야 AI 강국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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