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은행 이자보다 낫네'… 저금리·정책수혜에 존재감 커진 배당주

중대형사 중 배당수익률 5% 이상 33개 현대차우 7.5%, 서울보증보험 6.7%, 강원랜드 6.4% 상위권 배당소득 분리과세도 기대 요인… 이노션‧KCC글라스 주목

2025-06-25     윤승준 기자

예금 금리가 빠른 속도로 내려가면서 고배당 주식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2%대 금리로 떨어진 은행 예금과 달리 주식은 5% 이상 배당수익률(주가 대비 주당배당금)을 유지한 종목이 여전히 상당하다. 정부의 증시 부양책에 따른 자본차익도 기대해볼 만하다. 증권가는 정부에서 검토 중인 배당소득 분리과세 조건까지 고려해 투자 종목을 선택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시가총액 5000억원 이상 종목 중 배당수익률이 5% 이상인 종목은 33개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연초 이후 주가가 10% 넘게 상승한 종목은 23개다. / 챗GPT

25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이달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대표 정기예금 상품 1년 만기 기본금리는 평균 연 2.33%로 집계됐다. 한국은행 기준금리(연 2.50%)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전월(연 2.60%)와 비교해서도 0.3%포인트 내려갔다. 이들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1년)는 1월까지만 해도 3%를 웃돌았으나 2월 2%대로 추락한 뒤 낮은 이자율을 이어가고 있다. 

이자율이 비교적 높은 저축은행도 비슷하다. 정기예금(1년) 평균 금리는 연 2.98%로 3%에 못 미친다. 시장에선 한은이 성장 둔화 등에 대응해 금리를 1~2차례 추가 인하해 연내 2.0%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기준금리가 더 내려간다면 1%대 예금 금리도 머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예금 이자율이 물가상승률 수준까지 내려가면서 증시로 발길을 옮기는 ‘예테크’(예금+재테크)족이 늘어날 전망이다. 예금 금리보다 더 높은 연간 현금수익률을 주는 주식 종목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시가총액 5000억원 이상 종목 중 배당수익률이 5% 이상인 종목은 33개로 집계됐다. 배당수익률이란 주식에 투자해 받은 배당금을 현 주가로 나눈 비율을 뜻한다. 주가가 1만원인 종목 1주를 사서 배당금 500원을 받았다면 배당수익률은 5%다. 

배당수익률 5% 이상 종목(33개) 중 연초 이후 주가가 10% 넘게 상승한 종목은 23개다. 주가가 올랐음에도 배당금이 커 높은 배당수익률을 유지했다는 의미다.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한 종목으로는 서울보증보험이 있다. 서울보증보험은 주당배당금 2865원을 지급한 상황에서 이날 주가 4만2700원을 기록하며 6% 이상의 배당수익률(6.17%)을 유지했다. 

5% 이상 배당수익률 및 배당성향 35% 이상인 종목. / 윤승준 기자

SK네트웍스도 6.47%의 배당수익률을 거두며 상위권에 올랐다. 현대차우선주 7.54%, 현대차2우B 7.53%, 강원랜드 6.41%, LX인터내셔널 6.36%, 현대엘리베이터 6.34%, SK텔레콤 6.23%, 한국쉘석유 6.17%, TKG휴켐스 6.01%, 제일기획 6.01% 등도 6% 넘는 수익률을 유지 중이다.

배당수익률에 배당성향(순이익 대비 배당금총액)까지 고려하면 효과는 더 클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11일 한국거래소를 방문해 “배당을 촉진할 세제 개편이나 제도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며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배당소득 분리과세 관련 개정안을 소개했다. 

개정안은 배당성향이 35% 이상인 상장사의 배당소득에 대해 종합소득에서 분리해 별도세율(15.4~27.5%)을 적용하는 내용이다. 현재 배당소득 세율은 배당‧이자 소득이 연 2000만원을 초과하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으로 분류해 최고 49.5%를 적용한다. 세제 개편 시 세금 부담 완화로 기업들의 배당 유인을 강화하고 장기투자자 유입을 촉진할 기대가 크다.

배당수익률 5% 이상 종목 중 최근 3개년(2022~2024년)간 배당성향을 35% 넘게 유지한 종목은 ▲강원랜드 ▲SK텔레콤 ▲한국쉘석유 ▲제일기획 ▲이노션 ▲삼성카드 ▲유안타증권 ▲KCC글라스 등 9개다. 이 가운데 이노션과 KCC글라스는 재벌 대기업 오너가 지분을 직접 보유하고 있어 세제 개편 시 배당을 확대할 가능성이 큰 편이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4%까지 치솟던 예‧적금 금리가 2%대 중반으로 낮아지면서 배당수익률 5% 이상 종목의 메리트가 커지고 있다”며 “배당소득 분리과세 정책에 대한 기대까지 부각되고 있어 배당주에 관심을 가져도 좋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실적이 좋지 않고 주가가 많이 빠져 배당수익률이 높게 나오는 종목들이 포함될 수 있으므로 실적과 배당금, 주가를 같이 봐야 한다”며 “배당성향이 너무 높은 종목도 배당 확대 가능성과 관련해 부정적일 수 있어 적당히 높은 배당성향을 감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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