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디지털 드라이브’… AI·블록체인으로 금융판 다시 짠다
메리츠증권. AWS와 차세대 AI 금융 플랫폼 개발 업무협력 관계 구축 DB證 코스콤과 토큰증권 플랫폼, 신한證 솔라나와 디지털자산 MOU 체결
증권사들이 인공지능(AI)과 블록체인 등 첨단 기술을 무기로 삼아 전통 금융의 틀을 넘어서는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글로벌 클라우드 강자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손잡고 AI 기반 금융 플랫폼 개발에 나섰고 신한투자증권과 DB증권도 퍼블릭 블록체인과 디지털자산 플랫폼 구축에 나서고 있다. 금융권의 ‘플랫폼 전쟁’이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전날 서울 강남구 코리아 오피스에서 AWS와 차세대 AI 금융플랫폼 개발을 위한 업무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이번 업무협력은 클라우드 인프라와 AI 기술을 활용해 개인 투자자에게 혁신적인 금융플랫폼을 제공하고자 하는 메리츠증권의 AI 금융 플랫폼 강화의 일환이다.
메리츠증권은 전통적 증권사 모델을 넘어 AI, 클라우드 등 신기술을 도입해 차세대 미래형 금융사로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올해 초 Inno Biz 센터를 출범하고 네이버·카카오·토스 등에서 활동한 IT·금융 전문가 40여명을 영입해 차세대 플랫폼 개발을 본격화했다.
두 기업은 이번 협력을 통해 기술,인프라, 인력, 전문지식의 교류를 확대하고 고객중심의 혁신 서비스를 함께 개발할 계획이다. 특히 메리츠증권이 구축 중인 차세대 플랫폼에 AWS의 클라우드 기술 및 AI 서비스를 접목해 혁신적인 초개인화 경험 제공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이장욱 메리츠증권 전무는 “이번 협력은 메리츠증권이 AI 기반의 미래형 증권사로 도약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글로벌 기술 기업들과의 협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고객 중심의 혁신 금융서비스를 선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DB증권도 디지털금융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17일 코스콤과 ‘토큰증권(STO) 플랫폼 시범사업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디지털자산 기반의 증권형 토큰 시장이 본격 개화되는 가운데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유통‧발행 인프라 구축을 공동 추진하기 위한 전략적 제휴였다.
DB증권은 이번 협약을 계기로 토큰증권 시장에 대해 선제 대응하고 미래형 자본시장 인프라 확보를 위해 투자와 전략 개발을 지속할 방침이다. DB증권 관계자는 “토큰증권은 자본시장의 효율성과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성장 축”이라며 “코스콤과의 협력을 통해 디지털자산 기반 금융서비스를 확보하고 투자자 신뢰를 높이는 투명한 거래 환경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올 4월 글로벌 퍼블릭 블록체인 기업 솔라나재단(Solana Foundation)과 디지털자산 생태계 확장을 위한 전략적 MOU를 체결했다. 협력 범위는 ▲토큰증권 ▲RWA(실물자산 토큰화) ▲스테이블코인 결제 ▲글로벌 정책 공유 등으로 폭넓다. 신한투자증권은 퍼블릭 블록체인을 활용해 토큰증권, RWA와 같은 혁신분야에서 투명성과 확장성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기존 국내 자본시장 인프라의 제약을 뛰어넘는 금융서비스 구현에 매진하기로 했다.
미래에셋증권이 속한 미래에셋그룹도 디지털기술 협력에 적극적이다. 한국예탁결제원(KSD)과 함께 토큰증권 발행을 위한 PoC(개념검증) 프로젝트를 마무리했고 SK텔레콤 등과 ‘넥스트 파이낸스 이니셔티브(NFI)’를 구성하며 블록체인 기반 금융 인프라를 개발 중이다. 계열사 미래에셋컨설팅은 최근 ‘KRWX’, ‘KRWM’이라는 이름으로 상표권을 특허청에 출원하며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자산 관리 소프트웨어, 전자지갑, 거래관리 시스템 등의 사업에 뛰어들었다.
업계에서는 증권사들이 디지털 전환 관련 MOU를 맺고 있는 이유에 대해 고객에게 더 편리하고 정교한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경쟁이 치열해진 결과로 보고 있다. AI 기반 종목 추천, 블록체인 기반 자산거래, 맞춤형 자산관리 등 단순히 기능 하나 추가하는 수준이 아니라 고객이 믿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핵심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해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제는 금융이 IT를 활용하는 수준을 넘어 IT가 금융의 중심축이 되는 시대”라며 “기술력을 가진 증권사만이 고객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