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정체에 ‘승부수’… 요양업 뛰어드는 생보사

KB라이프 7개 요양시설 운영… 신한·하나, 신규 진입으로 경쟁 본격화

2025-06-28     전대현 기자

저출산, 고령화로 성장 한계에 직면한 생명보험업권이 새로운 돌파구로 요양사업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금융지주 계열 생보사인 KB라이프생명, 신한라이프, 하나생명 등이 앞다퉈 요양시장에 진출하며 시장 주도권 경쟁에 불이 붙고 있다.

금융지주 계열 보험사들이 요양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 DALL-E

28일 보험업권에 따르면 금융지주 계열 보험사들이 요양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그간 KB라이프와 신한라이프 양강구도였던 생보사 요양 시장에 하나생명이 참전하면서 경쟁이 과열되는 양상이다.

선두주자 KB라이프… 신한라이프·하나생명 맹추격

시장 선두주자는 KB라이프다. KB라이프는 앞서 손해보험 계열로부터 요양사업 자회사 KB골든라이프케어를 인수한 뒤 서울·수도권에서 실버타운, 도심형 요양시설, 주간보호센터 등 총 11개를 운영 중이다. 올해 5월 은평빌리지 개소에 이어 광교·강동빌리지를 각각 오는 7월, 10월 추가 개소할 예정이다. 최근 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해 통합 케어 시스템과 ICT 기반 돌봄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신한라이프는 지난해 11월 ‘분당 데이케어센터’를 열었으며, 올 하반기에는 경기도 하남 미사에 첫 요양시설을 개소할 예정이고, 2027년 서울 은평구에 실버타운 설립을 계획 중이다 . KAIST, 현대건설, LGU+ 등과 협업하며 ‘시니어 통합 플랫폼’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하나생명이 시장에 본격 뛰어들었다. 지난 16일 자회사 ‘하나더넥스트 라이프케어’ 법인 설립 등기를 마치고, 현재 경기도 고양시 지축동 부지 매입 및 도심 요양시설 설계 작업을 진행 중이다. 부지 인근 북한산 및 창릉천 조망이 가능한 입지를 확보했으며, 공익재단의 운영 경험을 기반으로 재가요양, 시니어 주거 사업 확대도 검토 중이다 

우리금융은 동양생명·ABL생명을 계열사로 확보한 후 일본 사례를 벤치마킹하며 시니어 전략을 적극 준비 중이다. 현재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서 일본의 요양사업 모델을 학습하는 등 사업전략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고령자·유병자 대상 상품개발과 돌봄·노후 자산관리 서비스를 통해 고령층의 사회적 안전망을 보완하고, 보험금 청구권 신탁상품으로 유가족 복지 향상에도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보험사 입장에서 요양사업은 종신·건강·간병보험 등의 본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영역이다. 또한 경기 변동에 덜 민감해 보험사가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수단으로 여겨진다. 보험 플랫폼과 요양서비스의 연결해 ▲노후 자산관리 ▲상속·증여 설계 ▲보험금 청구 지원 등을 아우르는 토탈 라이프케어 모델로 발전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지주계 보험사, 요양업 베팅… 삼성·교보·한화 등 기업계는 관망

금융지주 계열 생보사들이 요양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사업 다각화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지주계 보험사의 경우 은행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어서다. 현재 KB·신한·하나은행 이용자 수는 3000만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고객 기반에 연계 상품을 제공하면 요양시설 수요를 자연스럽게 유치할 것으로 기대된다.

초기 적자는 감수하더라도 고령화 수요, 정부의 장기요양보험제도, 수도권 도심 공급 부족 등 구조적 성장 여건이 뒷받침되고 있다.

반면, 삼성생명·교보생명·한화생명 등 전통 대형 생보사는 규제 완화, 사업성 변화 등을 지켜보며 신중한 검토 단계에 머물고 있다. 요양사업은 단기간 수익이 어렵기 때문에 기존 포트폴리오 부담이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시장이 성숙하고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면 이들 기업도 후속 진입할 여지는 충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요양사업은 장기 안목이 필요한 분야로 금융지주가 가진 고객 기반, 데이터, 상품 운용 역량이 결합된다면 강력한 경쟁력을 보일 것”이라며 “특히 후발주자들의 차별화 전략이 향후 판도를 좌우할 핵심 포인트”라고 평가했다.

전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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