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 미미 하나생명·손보, 신성장 사업 박차 실적개선 안간힘
보장성 보험·요양 산업에 승부수… 실적 반등·신성장 동력 모색
하나금융지주의 보험 계열사인 하나생명과 하나손해보험이 체질 개선에 나섰다. 다른 금융지주와 달리, 하나금융의 보험 계열사는 존재감이 미미하다는 세간의 평가를 받아온터라 신성장 산업을 통해 실적개선의 토대를 마련해 보겠다는 심산이다.
1일 보험업권에 따르면 하나금융 보험 계열사는 올 들어 사업 재편 작업을 단행하고 있다. 지난해 1월 각각 하나생명과 하나손보의 수장으로 선임된 남궁원 대표와 배성완 대표는 각기 자금시장과 손해보험 분야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실적 부진 타개에 나섰다.
하나생명은 기존 대출 중심 영업에서 벗어나 보장성 보험과 요양 산업으로 무게추를 옮겼다. 남궁원 대표 취임 이후 방카슈랑스 채널에서 보장성 보험 판매를 강화하고, 법인보험대리점(GA) 채널 신규 제휴 확대에도 나섰다. 1분기 순이익은 12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3억원 늘며 흑자전환했다. 회사의 보장성 보험 비중도 올해 2월 기준 59.8%로 전년 동월 대비 7.5%포인트 증가했다.
남궁원 대표는 1991년 외환은행(현 하나은행) 영업부에 입행해 자금시장본부장, 자금시장사업단장, 자금시장그룹장, 경영기획그룹장 등을 지낸 자금시장 전문가다. 하나금융은 새로운 회계제도(IFRS17) 도입에 따라 보험업권 투자영업 리스크가 커지면서 자금시장 전문가를 배치했다
요양 산업 진출은 그룹 신성장 사업과 연계된 전략이다. 하나생명은 지난 17일 시니어 특화 자회사 '하나더넥스트 라이프케어'를 공식 출범하고, 초대 대표로 황효구 하나은행 글로벌그룹장을 선임했다. 금융 계열 자회사 대표에 은행 고위 임원을 앉힌 것은 이례적이다.
하나더넥스트는 현재 경기도 고양시에 첫 요양 시설 설립을 준비 중이다. 향후 도심 요양시설·재가 요양·서비스형 시니어 주거 등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KB라이프, 신한라이프 등 타 경쟁사에 비해 진입은 다소 늦었지만, 금융지주 차원의 무게감은 더 크다는 분석이다.
실제 하나금융은 지난해 11월 '하나 더 넥스트(HANA THE NEXT)' 브랜드를 출범하고 시니어 시장을 겨냥한 금융·비금융 통합 솔루션을 내세웠다. 하나생명 요양 사업이 해당 전략의 마지막 퍼즐이라는 진단이다. 그룹 전체의 비은행 경쟁력 강화 방향성과 맞닿아 있다는 것. 하나은행이 확보한 이용자들에게 하나생명 연계 상품을 판매, 요양시설로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하나손보는 실적 반등 키를 '장기보험'과 '틈새 상품'에서 찾고 있다. 지난해 1월 삼성화재 출신 배성완 대표가 취임한 이후 자동차보험 위주였던 기존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장기보장성 보험 중심으로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나손보는 2020년 2월 교직원공제회가 보유하고 있던 더케이손해보험 지분 70%를 하나금융지주가 인수, 같은 해 6월 공식 출범한 회사다. 출범 당시 ‘디지털 기반 종합 손해보험사’로의 전환을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회사는 수익 개선에 줄곧 어려움을 겪었다. 대면 영업 중심인 손해보험 시장에서 소액단기보험과 자동차보험 등 온라인 상품만으로는 시장 경쟁력이 떨어져서다. 2023년 적자폭은 759억원까지 확대되기도 했다.
배성완 대표 취임 이후 하나손보는 적자 폭을 대폭 줄이는 데 성공했다. 회사의 지난해 순손실은 280억원으로 전년 대비 적자 규모가 68% 축소됐다. 대면 채널 강화를 위해 영업조직을 확대한 것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배성완 대표는 삼성화재에서 독립보험대리점(GA) 사업부장 및 장기보험부문장 등을 역임한 영업 전문가다. 그는 공격적인 영업전략을 통해 실적 개선에 나섰다. 하나손보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전속 설계사 수는 400명으로 지난해 말 318명 대비 82명 증가했다. GA 영업조직 체계도 개편했다. 기존 2023년 사업단 7개, 지점 17개였던 조직은 올해 9개 사업단 35개 지점으로 확대했다.
하나손보는 장기보험과 원데이 자동차보험을 양대 축으로 한 투트랙 전략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최근엔 원데이 자동차보험을 시간제 상품으로 개편해 최소 6시간부터 최대 7일까지 가입할 수 있도록 개선. 상품 경쟁력을 높였다. 최근 교직원 아동학대 형사소송 비용을 보장하는 위험담보를 개발해 배타적 사용권을 신청하는 등 틈새 수요를 겨냥한 상품도 지속 출시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보험이나 저축성보험 등 수익성이 낮은 영역에서 벗어나 장기 보장성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다"며 "특히 요양 산업은 금융지주 차원에서도 고부가가치 모델로 여겨지는 만큼, 실적 개선 핵심 축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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