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나는 프리미엄 카드… 고가 연회비에 카드사만 배불려
전업카드사 8곳 1분기 연회비 수익 3805억 분기 기준 사상 최대 현대카드 연회비 700만원 VVIP 전용카드 출시
올 1분기 국내 카드사 연회비 수익이 4000억원에 육박, 분기 기준 최대를 기록했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본업 수익성이 저하된 가운데, 프리미엄 카드 중심의 수익 다변화 전략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8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하나·우리·롯데·BC)의 연회비 수익은 총 3805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3491억원 대비 9% 증가했다. 2020년 1분기 2639억원과 비교하면 약 45% 증가한 수치다.
반면, 카드사 주 먹거리인 가맹점 수수료 수익은 감소했다. 지난해 1분기 전업카드사 8곳의 가맹점 수수료 수익은 2조138억원에서 올해 1분기 1조8437억원으로 8.4% 줄었다. 2012년 카드 적격비용 산정제도가 도입된 이후 가맹점 수수료율이 인하를 거듭해 온 영향이다.
올해 2월에도 연매출 구간별로 ▲3억원 이하 0.4% ▲3억원 초과~5억원 이하 1.00% ▲5억원 초과~10억원 이하 1.25% ▲10억원 초과~30억원 이하 1.45%로 전 구간에서 최소 0.05%, 최대 0.1%가 추가로 내려갔다. 본업 수익성은 더 나빠질거란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카드업권은 수익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장기카드대출(카드론)을 확대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연회비 확대도 그 일환이다. 실제 연회비 수익은 매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연회비 수익은 2020년 처음으로 연간 1조원을 넘어선 뒤 지속 증가하고 있다. 분기별로 보면 2021년 1분기 2751억원, 2022년 2963억원, 2023년 3160억원, 2024년 3491억원을 기록했다.
업체별로 보면 현대카드가 올해 1분기 909억원의 연회비 수익을 올리며 업계 1위를 기록했다. 이어 ▲삼성카드 733억원 ▲신한카드 622억원 ▲KB국민카드 554억원 ▲롯데카드 389억원 ▲하나카드 296억원 ▲우리카드(269억원) 순으로 연회비 수익을 기록했다.
연회비 수익 증대는 프리미엄 카드 비중이 빠르게 확대한 것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프리미엄 카드는 일반 신용카드에 비해 연회비가 높지만 항공 마일리지, 호텔 예약, 맞춤형 포인트 등 혜택을 담고 있어 고소득층 수요가 높다.
실제 카드사들은 50만원 이상 초고가 프리미엄 라인업을 비롯해 15만~30만원대 중가형 상품을 새롭게 내놓으며 시장을 넓히고 있다.
현대카드는 대한항공, 이마트, 스타벅스 등과 제휴한 PLCC(상업자표시전용카드)를 다수 운영하고 있고, 최근에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아멕스)와 협업해 국내 첫 '센츄리온 카드' 출시를 추진하며 프리미엄 전략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해당 카드는 연회비만 700만원에 달하는 VVIP 전용 카드로 초청 받은 일부 고객만 발급 가능하다. 전 세계 럭셔리 호텔 예약, 항공권 발권, 전시·공연 초대, 바우처 제공 등 라이프스타일 매니저 서비스를 제공한다.
국내 VVIP 카드 시장은 ▲신한카드 '더 프리미어 골드 에디션' ▲삼성카드 '라움 오' ▲KB국민카드 '헤리티지 익스클루시브' ▲하나카드 '제이드 퍼스트 센텀' ▲롯데카드 ‘로카 코퍼레이트 제우스’ 등이 경쟁 중이다.
아울러 카드사들은 연회비 5만~15만원대의 중간 가격대를 타깃으로 한 상품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하나카드는 연회비 12만원부터 시작하는 '제이드(JADE)' 시리즈를, 우리카드는 연회비 15만원대 '디어쇼퍼', '디어트래블러'를 선보이며 중가 프리미엄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문제는 소비자 부담도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프리미엄 카드를 비롯해 특정 카드사와 제휴한 PLCC 상품 발급이 늘면서 소비자가 실제 누릴 수 있는 혜택보다 과도한 연회비를 물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카드사들이 수익성 악화를 메우기 위해 연회비 수익에도 중점을 두는 추세”라며 "기존 카드 혜택을 줄이고 비싼 연회비 카드를 권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전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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