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새 6배 오른 美 2위 스테이블코인 '서클'… 제도권 편입 시도 레벨 '업'
통화감독청에 신탁은행 설립 신청서 제출 국내 관련 테마주, 급등 이후 조정국면
국내에서 스테이블코인 관련 테마주가 크게 출렁거리고 있는 가운데, 미국 증시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화제의 중심에 글로벌 2위 스테이블코인인 서클이 있다. 최근 신탁은행까지 설립, 기존 제도권 편입 준비까지 마친터라 기대감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2일(현지시각)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서클은 전 거래일 대비 6.2% 오른 192.5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상장(6월 5일) 당시 공모가인 31달러 대비 516% 상승한 수치다.
이날 서클은 미국 통화감독청(OCC)에 ‘퍼스트 내셔널 디지털커런시 뱅크(First National Digital Currency Bank)’ 설립을 위한 신청서를 제출했다. 인가를 받을 경우 스테이블코인 USDC의 준비금 관리, 발행·유통, 디지털자산 수탁 및 결제 인프라 제공 등 핵심 업무를 제도권 안에서 직접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서클 주식은 국내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인기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6월 한 달간 국내 투자자의 서클 순매수 금액은 약 8000억원으로, 해외 주식 중 최다 순매수 종목 1위에 올랐다. 이재명 정부의 스테이블코인 정책 공약과 맞물려, 국내 투자자들이 미국 시장에서 관련 종목으로 몰린 것으로 해석된다.
시포트 리서치 제프 캔트웰 애널리스트는 “서클의 퍼스트 내셔널 디지털커런시 뱅크는 디지털자산과 기존 금융 규제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할 것”이라며 “서클은 규제 논의에서 선도적 위치를 차지할 수 있고, 결제, 수탁, 자산운용 등으로의 사업 확장도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아직까지 우상향 곡선을 그렸지만,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6월 5일 상장 당일 공모가 31달러에서 83.23달러로 마감하며 168% 상승했고, 한 때 최고가인 263.45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하지만 6월 말 들어 고평가 부담에 이틀간 25% 가까이 급락하기도 했다. 이 같은 급등락은 제도권 진입 기대감과 함께, 밸류에이션 고평가 논란, 실적 불확실성, 차익 실현 매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국내 스테이블코인 관련 기업들의 주가 역시 서클 사례와 맞물려 급등과 조정을 반복 중이다. 대표적인 관련 테마주로 꼽힌 카카오페이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상표권 출원 사실이 알려진 이후 한 달 새 148% 상승하기도 했으나, 단기 과열 우려로 두 차례 거래정지 조치를 받았다. 이후 현재까지 10% 이상 하락한 상태다. 다날도 스테이블코인 로드맵 발표 직후 일시적으로 15% 가까이 올랐지만, 이후 조정 흐름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국내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실질적 수요 기반 없이 정책 기대감만으로 움직이는 상황에 경계심을 보이고 있다. 제도화 흐름이 구체화되더라도 거래소, 메인넷, 인프라 사업자 등 제한된 수혜만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쟁글 장경필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글로벌 결제나 디파이로의 확장이 어렵기 때문에 결국 국내 거래소 거래상 용도로 수렴할 가능성이 크다”며 “과거 STO 사례처럼 기대감만으로 시장이 과열될 경우, 제도와 수요 기반이 미비할 경우 빠르게 소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원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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