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회의 통과만 남은 상법 개정안… “코스피 3700” 전망도
하나證, PER 14.2배 적용해 코스피 전망치 3710pt 상향… 상승 여력 20% 미래에셋證 PBR 10% 상승 전망하고 한화證 수혜주로 중견 지주사 꼽아
‘코스피 3100시대’의 촉매제였던 상법 개정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시장 기대도 한껏 달아오르고 있다. 증권사는 상법 개정안 통과를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서막’이라고 평가하며 코스피 전망치를 3700으로 높였다. 주가순자산비율(PBR) 상향 기대를 점치기도 했다. 개정안 통과 시 차익매물 출회 등으로 주가가 하락할 시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하나증권은 3일 ‘상법 개정 통과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상법 개정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서막을 여는 신호탄”이라고 평가했다. 상법 개정안 통과 시 주가수익비율(PER) 14.2배를 적용해 코스피가 3710선에 도달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다. 전날 코스피가 3075.06에 장을 마감한 것을 고려하면 20% 이상 상승 여력이 남았다.
전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상법 개정에 합의하고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합의한 내용은 ▲이사의 충실의무를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감사위원 선출 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3%룰’ ▲사외이사를 독립이사로 명칭 변경 및 역할 강화 ▲전자주주총회 도입 의무화 네 가지다.
다른 주요 쟁점인 집중투표제 도입과 분리선출 감사위원 확대는 이번 상법 개정안에 담기지 않았다. 여야는 추후 공청회를 열어 각계 의견을 청취하기로 했다. 집중투표제는 이사를 선출할 때 주주들이 보유한 의결권을 특정 이사 후보에게 몰아서 행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분리선출 감사위원은 1명인 감사위원을 2명 또는 전원으로 늘리자는 내용이다.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산해 3%로 제안하는 3%룰이 포함됐다는 점에서 소액주주 보호와 주주환원 강화의 큰 맥락은 변함이 없다”며 “상법 개정이 소멸된 재료로 치부하기보단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서막을 여는 큰 틀의 전환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외국인을 위시한 자금 유입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상법 개정 시 PBR이 상향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미래에셋증권은 전날 보고서에서 “상법 개정이 실행되면 기업의 자기자본비용(COE) 중 거버넌스 리스크프리미엄이 축소되고 이를 반영한 PBR 리레이팅(재평가) 여력은 약 10% 수준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COE는 무위험수익률과 주식 리스크 프리미엄(ERP)으로 구성되는데 제도 개선으로 거버넌스 리스크가 해소돼 COE가 하락하고 자기자본이익률(ROE)도 올라가면 PBR이 개선될 수 있다는 얘기다.
수혜 종목으로는 중견 지주사가 거론된다. 지주사는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높아 의사 결정 과정에서 대주주의 이익을 우선해 ‘상법 개정 수혜주’로 꼽혀왔는데 대형 지주사의 경우 주가가 많이 올랐다는 이유에서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4월1일~7월1일) 대형 지주사 22곳은 주가가 평균 62.0% 오른 반면 중견 지주사 33곳은 46.4%로 상승했다.
엄수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법 개정안 통과·시행을 목전에 둔 현 시점에서 규제 강화의 수혜 업종인 지주회사 섹터에 투자하되 최근 주가가 급등한 대형 지주회사보다 상대적으로 가볍게 투자할 수 있는 중견 지주회사를 발굴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며 “개선해야 할 지배구조 미비점이 있는 기업, 자산 규모 확대로 더 엄격한 규제 감독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는 기업, 승계가 마무리된 기업 등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 판단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집중투표제 도입이 상법 개정안에 담기지 않아 기대감이 일부 희석돼 단기적으로 주가가 하락할 수 있으나 주가 하락 시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김종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집중투표제 의무화는 입법 가능성이 여전히 열려 있고 상법 외에 배당소득세, 상속세 개정,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 세법 및 기타 제도 개선 논의가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상법 관련주들의 주가 하락 시에는 오히려 매수 기회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윤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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