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 본사·자회사 CEO 동시 교체… 디지털·영업강화 투트랙
본사, 공동대표 체재로 전환… 판매자회사에 현장통 선임
한화생명이 본사와 판매자회사 동시에 CEO를 교체하는 조직개편 작업에 들어갔다. 현장통과 디지털 전문가를 골고루 배치, 회사 미래 전략과 영업 성과 제고를 동시에 꾀하겠다는 복안이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최승영 개인영업본부장(전무)을 1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고 3일 밝혔다. 최 신임 대표는 32년간 보험영업 현장과 본사 전략 부서를 두루 거친 '현장형 리더'다. GA조직 정비와 설계사 기반 영업력 재건에 나설 적임자라는 평가다.
최 대표는 1993년 대한생명(현 한화생명)에 입사해 지점장, 지역단장, 사업본부장 등 영업 최일선에서 경험을 쌓았다. 본사에선 보험심사팀장, 고객지원팀장 등 전략 부서도 두루 거쳤다. 2024년부터는 개인영업본부장을 맡아 전국 2만5000명 규모의 설계사 조직을 총괄하며 영업성과 제고, 디지털 영업 체계 고도화에 주력해 왔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에서 개인영업본부는 사실상 '매출 총괄 조직'이다. 설계사 기반의 GA 구조 특성상, 영업조직 정착률부터 생산성까지 전반을 책임진다. 지점 단위 영업과 디지털 전환이 동시에 요구되는 환경에서 본부장은 '조직 성과의 총지휘자'로 기능해야 한다. 최 대표의 발탁은 단순한 인사 이동이 아니라, 현장 기반의 성과를 인정받은 전략적 인사라는 평가다.
회사 관계자는 "최 대표는 보험영업의 본질을 꿰뚫고 현장을 움직이는 리더십을 갖춘 인물"이라며 "디지털 기반 경쟁력 강화를 포함해 지속 가능한 성장 구조를 공고히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생명은 또 신임 공동대표로 권혁웅 전 한화오션 대표이사(부회장)와 이경근 한화생명금융서비스 사장을 내정했다. 오는 8월5일 이사회를 통해 대표이사 선임 안건을 최종 의결할 예정이다. 단순 세대교체를 넘어 디지털 기반 성장 전략과 영업조직 체질 개선이라는 두 축을 본격 추진하려는 복안으로 해석된다.
권혁웅 전 부회장은 한화그룹 내 대표적인 기술·기획형 CEO다. 카이스트 박사 출신으로 40여 년간 한화에너지, 한화토탈에너지스, 한화오션 등을 거쳤다. 지난해까지 한화오션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보험업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려는 한화생명의 전략과 방향성이 맞아떨어졌다는 평가다.
한화생명은 국내 보험사 중 가장 먼저 빅데이터 태스크포스(TF)를 조직하고, 머신러닝·딥러닝 기술을 보험 심사·고객관리 등에 접목해 왔다. 지난해 6월엔 자체 AI연구소를 출범시켰고, 같은 해 12월에는 손해보험·자산운용 계열사와 함께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한화 AI센터'를 설립했다. 권 내정자의 선임은 이러한 AI 기반 보험 혁신을 더욱 본격화하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이경근 내정자는 정통 보험영업 전문가다. 한화생명 기획실장과 보험부문장, 그리고 한화생명금융서비스 대표를 거치며 조직 이해도와 현장 감각을 겸비했다. 특히 지난 2년간 한화생명금융서비스의 실적 개선을 이끌어 온 점을 높게 평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생명이 'AI 전략가'와 '보험영업통'이 공동대표 체제를 구성하게 되면서, 향후 상품·서비스 혁신과 현장 기반 영업력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노릴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향후 이사회 개최 등 정해진 절차에 따라 인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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