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스마트폰 '9000mAh 배터리 전쟁' 시동…조심스러운 삼성·애플

2025-07-05     이선율 기자

최근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최대 9000mAh급 배터리 개발을 추진하는 등 배터리 용량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 속에서도 삼성전자와 애플은 배터리 용량 증대에 보수적인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챗GPT로 생성한 중국 스마트폰과 삼성전자 갤럭시S25 울트라 관련 이미지. 

3일 폰아레나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실리콘을 기반으로 한 단일 셀 기준 8500mAh 이상 배터리 탑재를 추진하고 있다. 일부 기업은 9000mAh급 배터리의 예비 연구에도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폰아레나는 “실리콘 기반 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만큼 얇으면서도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어, 대용량 구현이 가능하다”고 보도했다.

중국 업체들의 고용량 배터리 경쟁과 달리 삼성전자와 애플은 배터리 용량 확대에 보수적인 태도를 보인다. 업계에선 배터리 발화 사고 우려와 안전성 검증 미비를 이유로 꼽는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실리콘 함유 배터리는 안정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고 용량이 클수록 발열·화재 위험도 높아진다”며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사고 이후 배터리 안전성에 더욱 민감한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배터리 경쟁에서 단순 용량(mAh)보다는 ‘에너지 밀도’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에너지 밀도는 한정된 공간에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담을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배터리 업체 한 연구원은 “중국이 9000mAh 배터리를 만든다 해도, 무게와 부피가 두 배라면 기술적으로 우위라 보기 어렵다”며 “삼성은 4300mAh 셀을 작고 얇게 구현한 것 자체가 기술력이다”라고 설명했다.

삼성과 애플은 초박형 디자인 전략을 고수하고 있어 배터리 용량 확대에 물리적 제약도 따른다. 실제 갤럭시Z폴드7은 접었을 때 두께 8.9㎜, 무게 215g, 배터리 용량은 4400mAh다. 갤럭시S25 울트라는 6.9인치 화면, 8.2㎜ 두께, 218g 무게에 5000mAh 배터리를 탑재했다. 아이폰16 프로 맥스는 8.25㎜ 두께, 227g 무게, 4685mAh 배터리를 장착했다.

반면 중국 아너의 폴더블폰 ‘매직 V5’는 8.8㎜ 두께, 217g 무게에 5950mAh 배터리를 탑재했다. 샤오미 15 울트라는 9.35㎜ 두께, 226g 무게에 5410mAh 용량을 제공한다.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는 “9000mAh가 많아 보일 수 있지만, 진짜 관건은 에너지 밀도다”라며 “슬림한 디자인을 유지하면서 고용량 배터리를 넣기 위해선 기술적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 업체가 사용하는 배터리는 리튬이온에 실리콘 화합물을 일부 블렌딩한 형태로, 셀 구조·포장 방식에 따라 밀도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며 “고용량만으로 기술력을 판단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선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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