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에도 철밥통?… 손보사, 손해사정사 수요 ‘여전’

지난해 손보사 고용손해사정사 수 3113명 AI 대체 못하는 현장… 정성적 판단 여전히 중요

2025-07-07     전대현 기자

보험업권 내 생성형 AI가 빠르게 자리 잡고 있지만, 손해사정 업무에는 도입이 제한적이다. 보험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고 사실을 확인하고 보험금 지급 여부를 판단하는 일을 AI가 대체하기 어려워서다. 특히 교통사고나 신체 피해를 다루는 손해사정사에 대한 보험사 수요가 꾸준하다.

교통사고나 신체 피해를 다루는 손해사정사에 대한 보험사 수요가 꾸준하다 / DALL-E

7일 금융감독원에 의하면 지난해 국내 손해보험사가 고용한 손해사정사 수는 3113명으로 집계됐다. 2023년보다 70명 늘어난 수치다. 

손해사정사는 보험금 산정과 지급 절차 전반에 관여하는 전문직이다. 사고 사실 확인부터 ▲약관 적용 여부 ▲손해액 산정 ▲최종 보험금 지급 과정 등의 역할을 담당한다. 

고용 및 계약 방식에 따라 고용손해사정사, 위탁손해사정사, 독립손해사정사로 나뉜다. 이중 보험사와 직접 고용 계약을 맺는 ‘고용손해사정사’ 인력 수요는 꾸준히 3000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보험사별로 보면 삼성화재 고용손해사정사가 670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현대해상 499명 ▲KB손보 346명 ▲한화손보 301명 ▲DB손보 298명 ▲AXA손보 256명 ▲메리츠화재 196명 ▲하나손보 145명 ▲흥국화재 127명 등 순이다. 자동차보험을 주로 취급하는 보험사일수록 고용손해사정사 수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손보사 고용손해사정사 중 대부분은 제3종(대인) 손해사정사와 신체 손해사정사인것으로 확인됐다. 전체 3113명 중 두 직군의 손해사정사는 2201명으로 70%에 달한다. 

주요 손보사 지난해 고용손해사정사 수 / IT조선

제3종(대인) 손해사정사와는 자동차 사고로 인해 발생한 손해사정을 담당하는 직군이다. 신체 손해사정사는 자동차 사고를 비롯해 그밖의 보험사고로 인한 사람의 신체와 관련된 손해액을 산정한다.

삼성화재의 경우 2023년 522명이던 고용손해사정사 수가 지난해 670명으로 증가했다. 이중 제3종(대인) 손해사정사 수가 311명에서 375명으로, 신체 손해사정사 수가 125명에서 163명으로 크게 늘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자동차사고 피해자와 직접 면담을 하고, 진료기록과 의료 자문을 토대로 손해액을 추산해야 하는 업무는 AI로 대체할 수 없다”며 “정성적 판단이 핵심이기 때문에 보험사들도 숙련된 경력직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보험사들은 실질적 손실 부담이 큰 실손의료보험, 자동차보험 분야는 여전히 정교한 손해사정이 필수라 보고 있다. 특히 자동차사고는 사고 당사자 간의 진술이 엇갈리는 경우가 많고, 과실 비율이나 부상 정도에 따라 보험금이 천차만별로 갈린다. 정성적 해석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자동차보험을 중심으로 한 손보업계의 구조상, 매년 발생하는 사고 처리 건수는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되는 이상 손해사정사에 대한 수요도 크게 줄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또 다른 고민도 있다. 손해사정사 인력의 ‘고령화’다. 주로 베테랑 인력이 많은 손해사정사 직군은 최근 퇴직자가 빠르게 늘고 있는 반면, 신규 인력 유입은 더딘 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손해사정사는 보험금 지급의 공정성을 결정하는 핵심 인력”이라며 “보험계리사 못지않은 전문성을 요구하지만, 젊은 세대의 선호도가 낮아 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전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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