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음악 골라주는 '플레이리스트 시대'… 이용자 취향도 알고리즘이 만든다

2025-07-06     변인호 기자

멜론·플로·벅스 등 주요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의 음악 재생목록(플레이리스트) 기능이 변화하고 있다. 과거 이용자가 직접 곡을 선택해 플레이리스트를 구성하던 방식에서 이제는 AI 추천이나 타인이 만든 목록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음악 소비가 바뀌고 있다. 알고리즘이 선곡하고, 이용자는 승인만 하는 구조다. 이 같은 변화는 플랫폼 락인(lock-in) 효과를 강화하는 핵심 자산으로 작용하고 있다.

/ 챗GPT 생성 이미지

4일 멜론의 ‘멜로너 연구소’ 2주차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11만명 중 69.1%는 ‘추천곡 위주로 음악을 감상한다’고 답했다. 56.9%는 ‘버튼만 누르면 취향곡을 들을 수 있는 선곡 방식’을 선호했다. 추천곡 중 ‘익숙하게 들었던 곡’을 고른 비율은 57.1%에 달했다.

이 같은 경향은 멜론의 서비스 개편에 반영됐다. 멜론은 7월 1일 모바일 앱 UI를 대대적으로 개편하며, 홈화면에 인기곡 위주의 ‘멜론차트’, ‘멜론DJ’ 등을 배치했다. 기존 ‘둘째 탭’은 ‘포유(ForYou)’로 명칭을 바꿨다. 감상 이력 기반 AI 큐레이션 기능 ‘DJ 말랑이’를 전면에 배치했다.

멜론 뮤직 웨이브. / 멜론 홈페이지 갈무리

멜론은 또 아티스트와 팬이 실시간으로 같은 곡을 듣고 채팅할 수 있는 ‘뮤직 웨이브’ 기능을 운영 중이다. 이는 스포티파이의 ‘리스닝파티’와 유사한 개념으로, 아티스트가 팬과 신곡을 함께 감상하며 소통할 수 있도록 했다.

플로(FLO)도 자동 선곡 기능을 확대하고 있다. 6월 26일 도입한 ‘여러 곡 한 번에 찾기’ 기능은 이용자가 외부에서 선별된 플레이리스트 내 곡을 한 번에 자신의 목록에 담을 수 있도록 했다. 플로는 이를 기념해 유튜브 채널 ‘때껄룩’, (여자)아이들의 미연, 카더가든 등과 협업한 ‘플리줍줍 플리마켓’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클릭 한 번으로 셀럽의 플레이리스트를 개인 라이브러리에 추가할 수 있는 구조다.

NHN벅스는 아예 자체 플레이리스트 브랜드를 키우고 있다. ‘에센셜(essential;)’은 TV, 차량, 유튜브 등 다양한 이용환경에 최적화된 큐레이션 플레이리스트다. TV 버전은 인테리어와 어우러지는 배경 화면과 함께 제공되고, 차량용 앱은 운전 중에도 쉽게 조작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플로 ‘플리줍줍 플리마켓’에서 (여자)아이들의 '미연'이 플레이리스트를 추천하고 있다. / 플로 홈페이지 갈무리

음악 소비 방식이 ‘탐색’에서 ‘수용’으로 옮겨가면서, 이용자는 취향을 표현하는 주체에서 플랫폼이 제안하는 음악을 받아들이는 청중으로 변화하고 있다. 추천곡이 마음에 들면 ‘플레이리스트에 추가’ 버튼을 누르고, 그 데이터는 다시 다음 추천의 근거가 된다. 이 같은 구조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정교해지는 추천 알고리즘과 결합해, 이용자가 “나보다 내 취향을 더 잘 아는 플랫폼”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든다.

업계 관계자는 "스트리밍 플랫폼의 노래 추천 기능 고도화는 음악 콘텐츠 소비 방식이 변화했다는 방증이다"라며 "이제 음악 소비자는 알고리즘이 노래를 선곡해오면 자신의 취향에 맞는지 승인하는 역할이 됐고 이는 플랫폼 락인을 유도하는 주요 자산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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