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유영상 “위약금 면제, 고객 신뢰 되찾기 위한 결정”

2022년 악성코드 미신고·자료 보전 명령 위반 “고의 아니다”

2025-07-04     김광연 기자

유영상 SK텔레콤 대표가 4일 정부의 번호이동 위약금 면제 요구를 수용했다. 유 대표는 서울 을지로 T타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회사 실적에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며 "그럼에도 보안이 강한 회사, 고객 신뢰를 받는 1등 회사가 되기 위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단기간 매출과 영업이익 하락보다는 장기적으로 보안이 강한 회사, 고객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회사가 되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유 대표는 거듭 "위약금 면제는 회사 입장에서 큰 결정이고 굉장히 큰 손실이 예상된다"면서도 "이사회 의견, 정부 발표 결과, 법무법인의 법리 의견, 고객과 시장에 미치는 영향, 고객 신뢰 등 장기적인 관점에서 위약금 면제를 시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가 4일 서울 을지로 T타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말하고 있다. / 김광연 기자

SK텔레콤은 위약금 면제를 위해 2025년 경영 가이던스를 수정했다. 애초 올해 연결 기준 매출 17조8000억원을 올릴 것으로 전망했으나 8000억원 감소한 매출 17조원으로 바꿨다. 연결 기준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SK텔레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8234억원이다.

유 대표는 "영업이익 감소는 위약금이나 고객 반응을 알 수 없어 정확한 수치로 말하기 어렵다"며 "중대한 매출 감소를 예상해 공시했다"고 밝혔다.

유 대표는 2022년 2월 23일 악성코드에 감염된 서버를 발견하고도 정부에 신고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그는 "당시 담당자가 법적 신고 대상인 제도를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부끄럽지만 저를 포함한 경영진에게 보고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신고와 관련된 교육을 강화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SK텔레콤이 4월 21일 서버 2대를 포렌식 분석이 불가능한 상태로 임의 조치해 과기정통부 민관합동조사단에 제출한 것에도 사과했다. 유 대표는 "담당 부서에는 과기정통부의 자료 보전 명령이 전달되지 않은 상태다"며 "고의적인 삭제가 있었던게 아니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이날 고객 신뢰 회복을 위한 '책임과 약속'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책임과 약속 프로그램은 침해사고로 인한 고객의 피해를 원천 차단하는 '고객 안심 패키지'와 향후 5년간 총 7000억원 규모의 투자가 이뤄지는 '정보보호 혁신안', 2400만 SKT 고객이 모두 이용 가능한 5000억원 규모의 '고객 감사 패키지', '약정고객 해지 위약금 면제' 등으로 구성됐다.

위약금 면제의 경우 해킹 사고 발생 전(4월 18일 24시 기준) 약정 고객 중 침해사고 이후 해지한 고객 및 7월 14일까지 해지 예정인 고객을 대상으로 위약금을 면제한다.

김광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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