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쿠팡의 클라우드 도전, 한국형 빅테크의 새로운 변수될까
국내 클라우드 시장이 외국 빅테크의 공습만을 경계하던 와중에 예기치 못한 복병을 만났다. 쿠팡의 공습이다.
쿠팡이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쿠팡 인텔리전트 클라우드(Coupang Intelligent Cloud, CIC)’로 리브랜딩하며 외부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로고가 구글을 빼닮았다”는 조롱 섞인 시선도 있지만, 쿠팡의 빅픽처는 단순히 이름을 바꾸는 데 그치지 않는다. 쿠팡은 이제 커머스뿐 아니라 클라우드라는 전혀 다른 무대에서 새로운 승부를 준비 중이다.
쿠팡의 행보가 주목받는 이유는 명확하다. 쿠팡은 커머스와 물류 분야에서 쌓아온 독보적 경쟁력을 무기로, AI 클라우드라는 새로운 격전지에 뛰어들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 배경에는 물류 투자로 여전히 제약받는 수익성을 극복하고, 아마존처럼 테크 기업으로 진화하겠다는 쿠팡의 전략이 깔려 있다.
네이버클라우드, NHN클라우드, KT클라우드 등 국내 CSP(Cloud Service Provider) 3사도 쿠팡을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이들 3사는 국내 클라우드 시장에서 합산 점유율 25~30%를 지키고 있지만, 쿠팡이 가진 방대한 커머스 데이터와 AI 기술이 클라우드 사업과 결합되면 질서를 뒤흔들 잠재력이 충분하다. 특히 쿠팡은 공공·연구기관, 스타트업 시장까지 정조준하고 있어 정면충돌은 피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쿠팡이 준비 중인 클라우드 사업은 단순 GPU(그래픽처리장치) 임대업을 넘어서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AI 컴퓨팅 자원 활용 기반 강화 사업’에 참여해 공공·연구기관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고 있고, 아직 글로벌 빅테크가 완전히 잠식하지 못한 틈새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고가의 외산 서비스를 대체할 국산 클라우드 수요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점에서 CIC는 쿠팡에게 분명한 기회다. 그동안 쿠팡이 축적해온 방대한 커머스·물류 데이터를 활용해 내놓을 산업 특화 AI 솔루션도 차별화된 경쟁력이 될 것이다.
물론 넘어야 할 벽도 높다. AWS, MS 애저, 구글 클라우드 같은 글로벌 CSP들은 이미 방대한 글로벌 네트워크와 수백 종의 AI API, 검증된 SLA(서비스 수준 계약)를 내세워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쿠팡이 단순 GPU 임대만으로는 이들과 경쟁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특히 쿠팡은 나스닥 상장사로 미국 법적 관할권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는 우려가 있다. 다만 CIC의 GPU 인프라가 전부 국내 데이터센터에 있다는 점은 데이터 주권에 민감한 공공 시장에서 쿠팡이 내세울 수 있는 분명한 무기다.
쿠팡 CIC의 도전은 단순한 사업 다각화 이상이다. 이미 커머스 시장에서 압도적 존재감을 입증한 쿠팡이 과연 AI 클라우드라는 새로운 격전지에서도 기술력과 수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을지, 그 성패는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권 클라우드 판도에 적잖은 파문을 일으킬 수 있다. 커머스 챔피언을 넘어 한국형 테크 챔피언으로 거듭나려는 쿠팡의 빅픽처에 시장의 눈이 쏠리고 있다.
이윤정 솔루션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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