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에 별 달고, 당근 심고… 숨은 고객 찾기 나선 시중은행

KB국민은행, 스타벅스 '별별통장' 18만좌 개설… 목표치 근접 하나은행은 중고거래앱 당근과 제휴

2025-07-08     한재희 기자

#학교 앞 스타벅스를 자주 이용하는 대학생 A씨는 최근 KB국민은행 통장을 개설했다. 통장 계설 후 매달 50만원씩 넣어도 별(스타벅스 리워드) 1개가 적립되고 간편 결제를 통해 결제하면 별이 또 하나 적립된다. 스타벅스를 자주 이용하는 만큼 별을 모으는 재미가 쏠쏠하다. 

국내 주요 은행들이 비금융 회사·플랫폼과의 협업 강화를 통해 특정 고객을 타깃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젊은층 고객을 포함한 신규 고객을 유치하고 수신 기반을 다지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IT조선

8일 은행권 등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이 지난 3월 스타벅스와 협력해 출시한 ‘KB 별별통장’이 지난 4일 기준 약 18만좌 가까이 발급됐다. 이 상품은 20만좌 한정 상품으로 지난 100일 간 한도의 90% 가량 소진됐다. 이 속도라면 이달 내 20만좌 모두 판매될 것으로 보인다. 

‘별별통장’은 입출금이 자유로운 예금 통장으로 스타벅스 계좌 간편결제 수단으로 연결하고, 사이렌오더로 음료를 주문하면 스타벅스 별 리워드가 추가 지급(일 1개, 월 최대 5개)되는 것이 특징이다.

기존 급여이체 이력이 없는 고객에게는 KB 별별통장으로 매월 합산 50만원 이상 입금 시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쿠폰을 월 1매, 연 최대 12매 제공해 스타벅스 이용자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통장개설일로부터 1년간 최고 연 2.0%의 이율을 제공하는 것도 저금리 시대 고객들을 유인하는 조건이다. 

앞서 국민은행은 삼성금융네트웍스의 통합 금융 플랫폼인 모니모와 협업해 출시한 ‘모니모 KB 매일이자 통장(파킹통장)’은 출시 40여일 만에 판매 한도였던 22만5000계좌를 모두 팔았다. 

국민은행은 하반기 쓱(SSG)닷컴과 ‘쓱KB은행’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쓱KB은행은 SSG닷컴 내에서 KB국민은행의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뱅크 인 플랫폼(Bank in Platform)’ 형태로, 개인 고객과 입점 사업자 모두가 SSG닷컴 내에서 직접 금융 상품에 가입하고 필요한 은행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다른 시중은행 역시 비금융회사와의 협력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CJ올리브네트웍스와 제휴를 맺고 간편결제 연계형 상품인 ‘CJ PAY(페이) 우리통장’을 출시했다.

이 통장은 CJ PAY 간편결제 서비스와 연계한 상품으로 1년간 200만원 이하 잔액에 대해 최대 연 3.0% 금리를 제공한다. 고객은 충전금으로 일반 입출금통장처럼 자유롭게 금융거래를 할 수 있으며, CJ ONE 앱을 통해 계좌 거래내역 조회 및 간편결제 기능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

최근에는 중소상공인 대상 플랫폼 캐시노트(CashNote)에 입점해 B2B 비즈니스 시장 고객을 확보, 소상공인 대출 접근성 확대를 꾀하고 있다. 캐시노트 이용자는 본인 인증을 통해 우리은행의 사업자 대출상품 한도와 금리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우리WON뱅킹’앱으로 자동 연동돼 대출 실행까지 원스톱으로 진행할 수 있다.

NH농협은행은 네이버페이와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 컬리의 간편결제서비스인 컬리페이 등과 업무 협약을 맺었다. NH멤버스 포인트와 네이버페이 포인트를 전환해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한편 컬리페이와 제휴 통장을 출시할 예정이다. 

하나은행은 3월 온라인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마켓과 함께 ‘당근머니 하나 통장 서비스’를 출시했다. 

은행들이 플랫폼 제휴형 통장을 경쟁적으로 도입하는 이유는 기존 일반 예금통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신규 고객 유입이 어려운 가운데, 플랫폼과의 협업을 통해 저원가성 수신을 확보하고, 수수료 및 금융 상품 제공을 통한 비이자이익 창출이 가능한 전략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자체적인 금융상품뿐 아니라 비금융 기업과의 협력 통로를 확대하고, 고객 접점 확대 및 금융 생태계 확장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향후에도 플랫폼 제휴 통장은 물론, 보험·투자·미래형 금융 서비스 등 협업 모델 다각화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유통 기업, 플랫폼과 협력해 고객 접근성을 높이고 사용자 경험을 혁신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보고 있다”면서 “은행과 기업, 소비자까지 모두 윈윈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것을 중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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