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갈 필요 없네"… OTT로 쏠리는 영화, 악순환에 빠진 극장

2025-07-08     변인호 기자

극장에서 흥행에 실패한 영화들이 넷플릭스 등 OTT로 이동하고 있다. 영화사가 영화관에서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한 작품을 OTT에 판권을 판매함으로써 손실을 만회하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반복되면서 극장과 OTT 간 구조적 악순환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OTT는 극장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 작품을 확보해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지만 일반 관객은 극장에서 개봉 직후 영화를 보지 않더라도 한두 달 내로 OTT에서 감상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영화관에 방문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 챗GPT 생성 이미지

7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KOBIS)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누적 관객 수 1위는 337만명을 기록한 '야당'이다. 또 올해 상반기 극장을 찾은 누적 관객 수는 약 4250만명이다. 이는 2004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코로나19 엔데믹이 시작된 2022년 상반기(4494만명)보다도 적다.

관객 수 감소는 영화 유통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마동석 배우가 주연을 맡은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는 누적 관객 77만명에 그쳤고 개봉 두 달 만에 넷플릭스에 공개됐다. 극장에서 흥행에 실패한 영화가 빠르게 OTT로 이동하면서 극장 매출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

영화관 실적 악화는 영화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영화는 통상 극장 개봉을 시작으로 IPTV 유료 VOD, OTT 구독형 VOD, 지상파 및 케이블 방송 순으로 유통된다. 이 가운데 극장은 입장권의 3%를 영화발전기금으로 징수하는 유일한 유통 채널이다. OTT는 해당 기금을 내지 않는다.

한 투자배급 관계자는 “영화관은 투자사와 극장이 수익을 절반가량 나누는 구조이기 때문에, 극장 수익이 많을수록 투자사에도 유리하다”며 “관객이 점점 콘텐츠 완성도를 중시하고 있어 만족도 높은 작품 제작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OTT는 콘텐츠 수급을 통해 플랫폼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영화 한 편 관람료 수준의 가격으로 한 달간 무제한 이용이 가능한 요금 구조와, 원하는 시간·장소에서 감상 가능한 접근성이 강점이다. OTT는 신작 영화를 빠르게 확보함으로써 유료 가입자 유치와 플랫폼 체류 시간 증가를 동시에 노리고 있다.

방송업계와 유사한 구조라는 지적도 있다. OTT와 유튜브 성장으로 방송 광고 수익이 줄어든 상황에서도 방송사들이 꾸준히 자사 콘텐츠를 OTT에 공급하는 배경에는, 공급을 중단할 경우 더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

영화계에서도 이 같은 흐름에 따른 전략 조정이 이뤄지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재처럼 개봉 후 6~8주 내 OTT 공개가 일반화되면 관객 입장에서는 기다리는 편이 낫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극장에서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시장 상황 때문에 OTT 선판매 조건을 고려해 개봉 시점을 조정하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반기 기대작들이 성과를 내줘야 하는 시점”이라며 “영화관, 제작사, 감독 등 생태계 전체가 협력하지 않으면 이 악순환을 벗어나기 어렵다”고 밝혔다.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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