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 산업은 20년전 애플… 투자 서둘러야” [ETF 리더 ⑤]

[인터뷰] 노아름 KB자산운용 ETF사업본부 본부장

2025-07-11     윤승준 기자

“휴머노이드는 고령화·저출생이라는 인구구조 위기를 깰 수 있는 산업입니다. 여기에 투자하지 않으면 20년 전 아이폰이 출시됐을 때 애플에 투자할 기회를 놓친 것과 같습니다.”

노아름 KB자산운용 ETF사업본부장이 7일 IT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KB자산운용 제공

기술혁신 속도가 빠르다. 수십 년에 걸쳐 진화한 기존 산업과 달리 첨단 기술은 최근 몇 년 사이 엄청난 발전을 이루고 있다. 중심엔 휴머노이드와 양자컴퓨팅이 자리한다. 인간을 모사하는 차세대 로봇인 휴머노이드는 인간의 협업 동반자로 진화 중이다. 양자컴퓨팅은 컴퓨터가 처리하기 어려운 복잡한 시뮬레이션을 해결하며 로봇 혁신의 기반이 되고 있다.  

노아름 KB자산운용 ETF사업본부장은 IT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성장은 인구구조와 떼어놓을 수 없는데 휴머노이드야 말로 인구 피라미드 형태가 역삼각형으로 바뀌는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산업”이라며 “양자컴퓨팅은 휴머노이드와 연결되는 부분이 많아 짧게는 5년, 길게는 20년 후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노아름 본부장은 어느 회사가 휴머노이드와 양자컴 분야의 주도권을 가져갈지 알 수 없는 상황인지라 분산투자를 주문했다. 매그니피센트 7(미국 대형 테크주) 중심의 ‘코어 전략’보단 테마의 특색을 나타내는 종목 여러 개를 담는 ‘위성 전략’이 적절하단 판단이다.

KB자산운용은 지난해 7월 ETF 브랜드명을 ‘KB STAR’에서 ‘RISE’로 바꾼 뒤 테크 중심의 ETF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있다. ‘RISE 미국휴머노이드로봇’와 ‘RISE 미국양자컴퓨팅’도 그 변화 일환이다. RISE에서 ‘I’는 Innovation Leader(혁신 선도기업)라는 뜻을 담았다고 부연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혁명 속에서 KB운용이 어떤 ETF 전략을 추구하는지 노아름 본부장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일문일답

ㅡ 상반기 ‘미국양자컴퓨팅’, ‘미국휴머노이드로봇’ 등 테크 ETF를 상장했다. 해당 분야에 힘주는 이유는?

“작년 7월 ETF 상품을 리브랜딩하고 퇴직연금에 들어가기 적합한 상품을 중점적으로 보다 보니까 미래 산업인 테크에 주목하게 됐다. 장기간 성장할 수 있는 상품을 만드는 게 목표였다. 브랜드 이름도 RISE라서 올라갈 수 있는 상품이 필요했는데 테크만큼은 절대 놓쳐서 안된다고 봤다. 성장성이 가장 크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술이라고 판단했다.”

ㅡ 테크주는 급등한 종목이 많아 변동성이 커진 상태다. ETF 설계가 까다로웠을 거 같은데? 

“그래서 분산투자가 필요하다고 봤다. 휴머노이드 ETF는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애플리케이션 분야로 나눠 균형있게 투자할 수 있도록 설계했고, 양자컴퓨팅 ETF도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로 나누고 편입 종목을 20개 이상으로 잡았다.”

ㅡ 전략적인 분산투자인 셈이다.

“그래야 변동성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ETF 10개 종목 중 분명히 2개는 상장 폐지까진 아니어도 성과가 안 좋을 수 있다. 확률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다. 근데 20개라면 4개, 30개라면 6개라서 (급락할) 확률은 더 낮아지게 된다.”

ㅡ 타사에도 유사한 종류의 휴머노이드, 양자컴퓨팅 ETF가 있다. 어떤 부분을 차별화했나?

“타사 휴머노이드 ETF는 높은 비중으로 M7 종목을 담고 있는 것에 반해 우리는 M7 종목도 담고 있으나 휴머노이드 산업과 연관성이 있는 종목들도 많이 편입했다. 

RISE 미국휴머노이드 ETF의 경우, M7 비중이 33%이지만 타사 휴머노이드 ETF 내 M7 비중은 60% 수준으로 알고 있다. 양자컴퓨팅은 타사 포트폴리오 대비 특정 기업에 치우치지 않았다고 자부한다. 퓨어 플레이어뿐 아니라 여타 빅테크 기업도 꽤 높은 비중(33%)을 유지하며 안정성을 높였다. 종목 수도 20~30개로 많다.”

ㅡ 구성을 보니 대부분 미국 주식 기반이다.

“미국이 기술적인 부분에서 패권을 쥘 거로 판단하서다. 중국도 휴머노이드 분야에서 세계 톱2로 발전 가능성이 크지만 미국 상품을 먼저 상장하고 다음 스텝으로 중국 등 기타 지역으로 상장하는 게 적절하다고 봤다. 양자컴퓨팅의 경우 지역적 특색을 가지고 발전하고 있는 기업은 있는 것 같지 않아 미국 기반으로 상장했다.” 

ㅡ 휴머노이드, 양자컴퓨팅을 산업적인 측면에서 전망한다면?

“(젊은 세대의) 인구가 줄어들면서 노동력이 부족해지고 있다. 인구가 계속 늘어나야 성장할 수 있는 건데 고령화·저출생 구조로는 힘들어 질 수밖에 없다. 이 문제(인구 감소에 따른 저성장)를 극복할 수 있는 건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30~40년 전 농사 지을 땅이 부족해 식량 위기를 겪을 것이라는 보고서들이 있었다. 극복할 수 있었던 농업 기술의 발전이었다. 기술 발전을 통해 농사를 지을 수 없는 땅에서도 농사를 지으며 식량을 늘렸다. 이와 같이 휴머노이드도 인구구조 위기에서 가슴에 와닿을 정도로 발전할 수 있는 산업이라고 보고 있다.”

양자컴퓨팅은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시장이 아니지만 휴머노이드와 암호화폐 등이 계속 발전하면 긴밀히 커뮤니케이션해야 하는 것들이 생겨 이를 연결하면 양자컴퓨팅도 발전 가능성이 큰 산업이라고 본다. 물론 지금 (양자컴퓨팅 기업들이) 매출을 내고 있지는 않지만 짧게는 5년, 가시화하는 건 10년, 길게 보면 20~30년 폭발적으로 성장할 산업이라고 생각한다.”

노아름 KB자산운용 ETF사업본부장이 7일 IT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KB자산운용 제공

ㅡ 지난해 ETF 상품을 리브랜딩했다. 그동안 달라진 점이 있다면?

“해외 기반 라인업(상품)을 강화하며 기존에 없었던 부분들을 많이 채워나가고 있다. 리브랜딩 전엔 채권형 ETF 등의 이미지가 강했는데 리브랜딩 후엔 퇴직연금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들이 늘어났다는 평가를 받는다. 50~60대 은퇴한 이들은 분배형 ETF 상품에 투자한다. 투자자들이 좋아할 만한 상품을 내놓은 게 리브랜딩 후 달라진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ㅡ 리브랜딩 후 1년간 가장 기억에 남는 상품은?

“상품 1개보다는 상품군으로 말하고 싶다. 작년 9~10월 내놓은 ‘데일리 고정 커버드콜’ 시리즈다. 미국의 배당 성장주, 테크주, AI밸류체인 등 기초자산의 성장을 90% 따라가는 전략을 구사하는 상품군이다. 기존 커버드콜 상품과 다른 건 타겟 프리미엄(목표 수익)을 받기 위해 콜옵션 매도 비중을 조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콜옵션 매도 비중을 10%로 고정한다.

이게 언제 빛이 발했냐면 4월 테크주가 많이 빠졌을 때다. 기존 커버드콜 상품은 시장이 불안하니 콜옵션 매도를 줄여서 주식 비중을 많이 남겼고 프리미엄은 목표치까지만 나왔다. 반면 ‘데일리 고정 커버드콜’은 10%를 항상 매도해 주가가 출렁이면서 프리미엄이 많이 늘어났다. 프리미엄 변동성이 커지면서 분배금도 월 3% 이상(기존 1.2~1.5%)으로 올라갔다. 그러면서도 기초자산 성장의 90%는 계속 쫓아갔다. KB자산운용에 와서 한 것 중 가장 특징적인 상품이었다.”

ㅡ KB운용의 대표 효자상품이라 하면 어떤 게 있을까?

“‘RISE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합성 H)’를 소개하고 싶다. 업계 최초로 엔화로 미국채를 살 수 있는 상장한 상품이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본에 가서 미국채 30년를 사는 것을 보고 착안해 상장하게 됐다. 또 기존 MMF(머니마켓펀드)의 단점을 보완한 ‘RISE 머니마켓액티브’도 있다. KB자산운용 ETF 상품 중 AUM(순자산)이 가장 크고 이 역시 업계 최초의 MMF 관련 ETF 상품이다. 타사들이 따라서 만들 정도로 KB의 상징성이 있는 상품이라고 본다.”

ㅡ ETF 순자산 점유율 3위를 기록했다. 원동력이 뭐라고 보나?

“작년부터 출시했던 해외 투자형 상품들이 도움이 됐고 국내 주식시장이 6월 들어 강세로 돌아선 점도 컸다. 작년 말 ‘RISE 코리아밸류업’과 ‘RISE 코리아금융고배당’을 상장했는데 수익률이 높았던 점도 좋은 상황이었다. ‘RISE 수소경제테마’, ‘RISE AI&로봇’ 등 국내 기반 테크 ETF도 예전에 상장을 많이 해놨는데 그런 상품에 대해 투자자들이 많이 좋아한 거 같다. 향후 10% 이상의 점유율을 목표로 하고 있다.”

ㅡ 어려운 시기도 있었다.

“RWA(위험가중자산) 등 감독원 규제로 몇 년 전 금융지주 자금이 3분의 1(지주 투자 비율) 이상 빠져나갔다. 결국 안정적으로 가져갈 수 있는 개인투자자 중심의 탄탄한 투자자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투자자들은 자산을 증식하는 과정이고 퇴직연금 계좌에서 거래가 가장 활발하다. 그 부분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ㅡ KB자산운용의 앞으로의 ETF 계획은? 

“성장성이 큰 상품,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상품을 투자자들에게 쉽게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연금을 편안히 할 수 있도록 포트폴리오 측면의 마케팅에 집중하고 연금 기본 상품에 대해서는 보수를 확 낮춰서 연금 투자자들과 라이즈(RISE)할 수 있게 진행하고자 한다.”

☞노아름 KB자산운용 ETF사업본부장은

2007년 8월 삼성자산운용에 입사해 금융인으로서 첫발을 내딛뎠다. 삼성자산운용에서 인덱스운용과 ETF운용 업무를 담당했고 2021년 8월 키움투자자산운용으로 옮겨 ETF운용 업무를 수행했다. 2024년 4월 KB자산운용 ETF운용실장으로 합류했다. 올해 1월부터는 ETF사업본부장으로서 ETF 전반을 이끌고 있다.

윤승준 기자
sjyo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