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앞세운 SK하이닉스, 삼성과 2분기 메모리 매출 ‘공동 1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해 2분기 세계 메모리 시장에서 매출 기준 공동 1위를 차지했다. 고대역폭 메모리(HBM)을 앞세운 SK하이닉스의 추격이 삼성전자가 30년 넘게 지켜온 메모리 시장의 독주 체제를 흔들고 있다.
8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자료를 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2분기 각각 155억달러(약 21조2000억원)의 메모리 매출을 기록하며 공동 1위를 차지했다. 1분기에는 삼성전자가 131억달러, SK하이닉스가 118억달러로 격차가 있었지만 SK하이닉스가 HBM을 중심으로 실적을 끌어올리며 삼성전자에 따라붙었다.
삼성전자는 1993년부터 D램 시장 1위를 지켜왔지만, 올해 1분기 처음으로 SK하이닉스에 D램 점유율 1위을 내줬다. SK하이닉스는 D램 시장 점유율 36%를 기록하며 삼성전자(34%)를 앞섰다. 2분기에는 D램, 낸드 등을 합한 전체 메모리 시장 매출에서도 두 회사가 동률을 이뤘다.
삼성전자는 2분기 잠정 실적 발표에서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의 이익 감소를 인정하며 “AI 칩 중심의 첨단 반도체 수요는 증가했지만, 재고 충당금과 대중국 수출 규제 등 외부 요인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2분기 영업이익은 4조6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5.9% 감소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HBM3E를 중심으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엔비디아 등 대형 고객사에 최신 HBM 제품을 조기 공급하며 기술 우위를 강화했고, 1분기에는 창사 이래 최고 수준인 7조4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꾸준히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SK하이닉스는 기술력 기반의 고품질 HBM 공급으로 시장 내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으며, 2분기에는 삼성과 메모리 전체 매출에서도 대등한 위치를 확보했다”고 분석했다.
앞서 AMD, 브로드컴 등에 납품을 시작한 삼성전자는 하반기부터 HBM3E 공급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미국 마이크론은 2분기 102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며 1분기 대비 19% 성장했다. AI 특화 서버 수요에 힘입어 고부가 메모리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이광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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