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기조 맞추자'… 시중은행, '포용금융' 준비 박차
국민은행, 포용금융부 신설… 신한은행, 따뜻한 금융 강조 하나은행, 중기·소상공인 11조원 규모 긴급 금융지원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은행권에 또 한 번 상생 바람이 일렁이고 있다. ‘포용 금융’을 내세운 새 정부의 기조에 발맞추기 위한 움직임이다. 새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맡은 국정기획위원회가 ‘중소기업 상생금융지수’를 도입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지면서 은행들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10일 시중은행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하반기 경영 전략 수립과 함께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이번 조직 개편을 통해 포용금융부를 새롭게 꾸렸다.
포용금융부는 금융소외계층을 위한 맞춤형 상품 및 서비스 개발, 금융 취약계층 보호 강화, 지역경제 활성화 등 사회적 책임 이행을 전담한다. 여기에 은행뿐 아니라 그룹 차원의 포용 금융 및 ESG 추진 체계를 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기존 ESG상생금융부를 ‘ESG사업부’로 명칭을 변경하고 ESG 전략 수립 및 관리 기능을 추진하기로 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3일 열린 하반기 전략 회의에서 ‘헬프업&밸류업’ 프로젝트를 통해 그룹의 미션인 ‘미래를 함께하는 따뜻한 금융’을 강조했다. 헬프업&밸류업은 고객의 경제적 자립을 돕고 자산 가치를 높여 지속 가능한 소비생활을 지원하겠다는 취지의 상생 금융 프로그램이다.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신한은행은 6월 말 기준 10% 이상의 금리가 적용되는 가계대출 보유 고객의 금리를 만기까지 최대 1년간 9.8%로 인하한다. 수혜 예상 고객 수는 약 4만2000명, 대출금액은 약 6500억원으로 예상된다.
이달 1일부터는 모든 새희망홀씨대출(서민 신용대출)은 산출된 금리에서 전부 1%포인트 인하해 실행한다. 고객 수로는 약 3만3000명, 대출금액은 약 3000억원이 적용 대상이다.
하나은행은 소상공인과의 상생 방안을 내놨다. 지난 달 중동 사태로 인해 경영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중소기업·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약 11조3000억원 규모의 긴급 금융지원을 시작했다.
중소기업에 2조원 규모의 ‘유동성 신속지원 특별프로그램’을 신규로 시행하고 소상공인 대출인 ‘행복플러스 소호대출’ 등 특판대출의 한도를 1조3000억원 증액했다. 이 대출은 최대 2%의 우대금리가 적용돼 이자 부담 완화를 돕는다.
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과 손잡고 ‘사업장 환경개선 지원사업’을 시행하기로 했다. 간판 교체, 실내 보수 등 2000개 사업장을 선정해 최대 200만원을 지원한다.
우리은행도 하반기 조직개편에서 소호사업부를 신설해 소호 전용상품 출시와 경영 컨설팅을 전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안정적인 성장을 지원하기로 했다.
농협은행은 전국상인연합회와 협약을 맺었다. 전통시장 상인의 외환거래 비용을 줄여주는 환율 우대 서비스를 도입했다. 또 신용보증기금과 3000억원 규모의 맞춤형 금융지원 협약을 맺은데 이어 지난 달 ‘신속 금융지원 프로세스 구축’ 업무 협약을 맺었다. 기업체 자금 지원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고령화 맞춘 시니어 고객 챙기기도
인구감소와 고령화 등 인구 정책 수립에 나선 정부에 맞춰 은행권은 고령화 시대 대응에 나섰다. 경제력을 가진 시니어 고객뿐 아니라 금융 지원에서 소외받지 않도록 이들을 챙기겠다는 것이다.
국민은행은 시니어 특화 조직인 ‘골든라이프부’를 신설했고 시니어 전담 컨설팅 지점인 ‘KB골든라이프센터’를 현재 서울·수도권 중심 5곳에서 전국 12개로 늘린다. 해당 부서는 시니어 고객 전용 플랫폼 구축과 상품 개발을 전담한다. 국민은행은 금융소외 계층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을 강화하고, 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도 개선한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50대 이상 시니어 고객 전용 브랜드 ‘우리 원더라이프’를 선보였다. 비대면 ‘시니어 통합서비스’도 시작했다. 이 서비스는 우리원뱅킹 내 시니어 고객 금융상품·콘텐츠·부가 서비스를 한 데 모은 것으로, 자산관리·세무·부동산·신탁· 연금 등 금융 콘텐츠 외에도 건강·여가·일자리·디지털 등 비금융 콘텐츠까지 포함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의 상생금융 지원은 최근 몇 년간 지속적으로 확대돼 왔다”면서 “정부 정책과 방향성을 공유하는 것은 당연한 일로, 사회적 책임을 실행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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