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총재 “스테이블코인, 비은행 주도 땐 통화정책 혼란”

"프로젝트 한강, 좌초 아냐 일시정지일 뿐"

2025-07-10     한재희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한강프로젝트’와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논란에 직접 입을 열었다. 한강프로젝트 ‘좌초’ 보도엔 “화도 난다”며 “한강 프로젝트는 일시정지된 것”이라고 말했다.

스테이블코인과 관련해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도입 여부가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규제할 것인가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0일 통화정책 방향 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한국은행

이 총재는 10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 방향 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 한강 프로젝트는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 프로젝트가 아니다”라며 “프로젝트에 대한 오해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한강 프로젝트를 통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안전하게 도입할 수 있을지를 검토했다”며 “리테일 CBDC(디지털중앙화폐)를 계획한 적은 처음부터 없었다”고 했다.

이어 일시 중단 배경에 대해선 “이번 파일럿은 1, 2차를 진행한 후 3차에서 상용화하는 계획까지 있었다”며 “1차 실험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비은행의 스테이블 코인 발행 논의가 퍼지니까 한은 중심의 시스템이 실제로 도입될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견해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은행들은 한은이 법적인 권한이나 감독권도 없는 상황에서 한은을 따라가겠다는 것에 상당한 부담감이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은이 비용을 전혀 부담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선 “한은도 투자한 금액은 170억원 수준이고 은행들은 평균적으로 40억원씩 부담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2차 프로젝트를 하게 된다면 한은 역시 비용을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스테이블코인 도입과 관련해서는 ‘규제 방법’이 핵심이라고 짚었다. 이 총재는 “비은행금융기관에 허용하면 민간화폐가 남발돼 화폐 가치가 흔들릴 수 있다”며 “결국 통화정책을 못 하게 되고 다시 중앙은행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은행에 스테이블코인을 허용하더라도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많아지면 외환 자유화 정책과 충돌하게 되며, 이미 그런 현상이 현실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도입되기 전인데도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유통이 확대되고 있으며, 이런 흐름이 더 심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비은행금융기관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면 예금을 가져가고 지급결제도 담당하게 되는데, 그 경우 리스크와 규제를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느냐는 문제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특히 “발행은 하되 규제를 받지 않겠다는 건 이상하다”며 “이런 문제는 한국은행 혼자 할 수 없고, 기재부 등 관계 부처와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한은이 인허가권 가지려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그것이 아니라 안전장치를 넣자는 뜻”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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