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규모 천차만별 저축은행, 금융판 중처법 표준안 마련 잰걸음
저축은행중앙회가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책무구조도 작성을 위한 기준 마련에 나섰다. 수도권 대형 저축은행과 지방 중소형 저축은행 간 자산 및 수익 규모의 격차를 고려해 자산 규모별로 두 가지 표준안을 제시하는 방식이다. 표준안은 올해 12월까지 마련되며, 이후 각 저축은행은 이를 바탕으로 자사 실정에 맞는 책무구조도를 작성하게 될 전망이다.
13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중앙회는 ‘저축은행 책무구조도 표준안 마련’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를 오는 18일 선정할 예정이다. 지난 8일 1차 평가를 완료했으며, 2차 평가는 15일 진행된다. 컨설팅 작업을 진행할 우선협상 대상자가 확정되면 8월부터 본격적인 표준안 작성에 착수해 연말까지 마무리하는 일정이다.
책무구조도는 금융회사 임원이 담당하는 직책에 따라 책무를 배분하고 사고 발생 시 이를 기준으로 책임소재를 따질 수 있게 만든 일종의 ‘책임 지도’다.
이번 작업은 금융권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제도적 흐름과 맞물려 있다.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따라, 금융사는 업권별로 책무구조도 작성을 의무화하고 있다.
은행과 금융지주사는 올해 1월 책무구조도를 금융당국에 제출했으며, 자산 5조원 이상 증권사와 보험사는 이달부터 적용이 시작됐다. 저축은행의 경우 자산 7000억원 이상은 2026년 7월, 7000억원 미만은 2027년 7월까지 제출하도록 했다.
지난 5년간 저축은행 업권에서 발생한 금융사고 규모는 총 571억200만원 수준이다. 비중으로는 전체 금융사고의 6.8%에 불과하지만, 서민금융을 주로 담당하는 업권 특성상 사고 발생 시 사회적 리스크는 적지 않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책무구조도 마련이 내부통제 강화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앙회가 마련할 표준안은 자산 규모에 따라 7000억원 이상과 미만으로 구분해 작성된다. 통상 책무구조도는 각사가 자율적으로 수립하지만 저축은행 업권의 특수성을 반영해 공동의 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규모가 작은 지방 저축은행의 경우 자문료나 시스템 구축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고, 내부통제 관련 조항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현실적 제약이 고려됐다.
중앙회는 이에 앞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업계 의견을 수렴했다. OK저축은행, 웰컴저축은행, 에큐온저축은행 등 주요 대형사와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들이 참여했다. 표준안은 각 저축은행이 그대로 수용하거나, 이를 토대로 자체 조정해 활용하는 방식이 될 전망이다.
이미 일부 대형사는 별도로 마련에 나서기도 했다. SBI저축은행은 지난 5월 회계법인과 법무법인을 대상으로 책무구조도 설계 컨설팅 입찰을 진행했다. 나아가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책무구조도 점검 기능을 갖춘 전산 시스템까지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자산 규모가 타사 대비 압도적으로 많고 가계대출과 기업대출을 고르게 가지고 있다보니 대출 영업력이 떨어지는 소형 저축은행과 영업구조는 물론, 지배구조에서부터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내부 판단에서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중앙회가 중심으로 마련하는 책무구조도 표준안은 79개 저축은행이 지켜야 할 내부통제를 위한 최소한의 기준선이 되는 것”이라며 “책무구조도 도입과 함께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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