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로 간 네이버… AI·중기·K컬처에 전진 배치
이재명 정부의 첫 내각 인선이 11일 마무리됐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주요 직책에 ‘네이버맨’이 대거 포진했다는 점이다.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을 비롯해 중소벤처기업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등은 모두 네이버를 거친 인물이다. 한 기업 출신 인사가 동시에 3명이나 정부 핵심 보직에 기용된 것은 유례없는 일로 평가된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11일 브리핑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로 최휘영 놀유니버스 대표를 지명했다고 밝혔다. 강 실장은 "최 후보자는 기자와 온라인 포털 대표, 여행 플랫폼 창업자 등 다양한 분야의 경력과 경험을 보유한 인재다"라며 "민간 출신의 전문성과 참신성을 기반으로 K컬처 시장 300조원 시대를 열겠다는 대통령 구상을 현실화할 문화체육관광 분야의 새로운 CEO다"라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인사 단행으로 하정우 전 네이버클라우드 AI센터장을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에 임명한데 이어 전 네이버 대표인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최휘영 문체부 장관 후보자까지 네이버 출신만 총 3명이 이름을 올리게 됐다. 이들은 각각 인공지능(AI), 디지털 산업 육성, K콘텐츠 고도화 등 국정 핵심 사업을 진두지휘할 예정이다.
네이버 3인방 중 가장 먼저 임명된 하정우 수석은 AI 전문가로 꼽힌다. 1977년생인 그는 서울대에서 컴퓨터공학 학사·석사·박사를 마치고 네이버 AI 조직의 핵심 연구 리더로 9년간 활동해왔다. 네이버 클로바 AI(CLOVA AI) 연구소, AI랩, 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 센터 등을 거치며 한국형 거대언어모델(LLM) 개발과 서비스화를 이끌었다.
하 수석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AI 100조 투자 시대’를 실현할 실무 총책으로 펀드 조성부터 10만 인재 양성, AI 데이터센터 대규모 구축까지 정책 드라이브에 힘을 쏟을 예정이다.
한성숙 중기부 장관 후보자는 네이버의 전환기를 이끈 여성 리더다. 기자 출신으로 엠파스와 네이버를 거쳐 2017년 최고경영자(CEO)에 취임한 그는 검색·광고 중심의 사업 구조를 커머스, 콘텐츠 등 신사업 중심으로 확장했다. 실제 대표 취임 전 4조원대였던 네이버의 연 매출은 2020년 6조5000억원으로 60% 이상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한 후보자는 최근 소상공인의 성장을 위한 정책 청사진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대표 재임 시절 소규모 사업자와 창작자들을 위한 상생 모델 '프로젝트 꽃'을 주도해 왔다. 이러한 경험을 살려 소상공인의 디지털 전환 지원에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휘영 문체부 장관 후보자는 NHN(네이버)의 부문장 및 대표로서 네이버를 1등 포털로 도약시킨 인물이다. 그는 2007~2008년 NHN 대표 재임 시절, 네이버의 국내 검색 시장 점유율 78%를 달성했으며 당시 인터넷 업계 최초로 해외 매출 1조원 돌파의 성과를 냈다.
다만 콘텐츠 부문에선 접점이 없어 문화계에선 파격적인 인사로 평가하고 있다. 최 후보자는 과거 일본 검색 포털 ‘네이버재팬’ 실패 후, 게임 중심 자회사 NHN재팬(현 라인게임즈)로 사업 방향을 전환하거나 게임포털 한게임과의 사업 관리를 맡은 경험이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번 인선을 두고 편향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정치적으로 엄정 중립해야 할 뉴스플랫폼 운영 사업자 대표가 특정 정권에만 집중적으로 중용된다면 그 편파성이 당연히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또 "네이버는 지난 윤석열 정부 내내 네이버뉴스 콘텐츠제휴(CP)사 선정 과정의 잡음과 정치적 편향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학계에선 이번 인선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실무형 전문가 중심의 인사 기조로 민관 협업이 한층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다만 정책 설계 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채상미 이화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산업계 출신은 효율성과 생산성을 중시하는 만큼, 형평성과 공공성 확보에도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며 "사회적 수용성과 공정한 정책의 설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천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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