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K-배터리·디스플레이… '소방수'役 CEO들의 고군분투

2025-07-15     이광영 기자

삼성·SK·LG의 배터리·디스플레이 계열사가 위기다. 소방수로 투입된 각사 CEO들은 대내외 악재에도 고군분투하고 있다. 최주선 사장이 이끄는 삼성SDI, 유정준 부회장과 이석희 사장이 공동 지휘하는 SK온, 정철동 사장이 CEO로 부임한 LG디스플레이는 모두 2분기 적자가 예상된다. 전기차 수요 정체와 미국발 관세 불확실성, IT 시장 침체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실적 회복에 제동이 걸렸다.

최주선 삼성SDI 사장 / 삼성SDI

반도체 연구개발(R&D)에 20년 넘게 종사한 최주선 사장은 지난해 11월 삼성SDI CEO에 선임돼 회사를 이끌고 있다. 그는 4년간 삼성디스플레이에서 OLED 경쟁력을 높이는 성과를 냈다.

삼성SDI의 2분기 영업손익 전망치는 1276억원 적자다. 기존 시장 전망치인 908억원 적자를 밑도는 수준이다. 일부 증권사는 적자 폭이 2000억~3500억원으로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삼성SDI의 2분기 부진은 BMW, 스텔란티스 등 주요 고객사의 전기차 판매 부진과 미국 수출 시 관세 부담이 겹쳤다. 최 사장은 하이엔드 중심 배터리 포트폴리오 한계를 넘기 위해 2조원 규모 유상증자와 R&D 투자 확대를 단행하며 ‘기술 초격차’ 전략을 밀어부치고 있다.

유정준 SK온 부회장(왼쪽)·이석희 사장 / SK온

SK온은 지난해 6월 새롭게 출범한 유정준 부회장·이석희 사장 '투톱 CEO 체제'가 1년을 넘겼다. 유 부회장은 북미 통상 전문가, 이 사장은 SK하이닉스 전 CEO 출신으로 각각 글로벌 전략과 기술 효율화를 맡고 있다. 

SK온은 2분기에도 적자가 불가피하지만 개선 조짐을 보인다는 평가다. 북미 현대차 메타플랜트 가동과 AMPC 세액공제 효과로 2분기 적자 폭은 1분기 대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닛산과의 15조 원 규모 공급계약, LFP 기반 ESS 사업 확대 등 중장기 체질 개선 전략도 병행하고 있어 하반기 기대감이 크다.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사장이 3월 20일 경기 파주 러닝센터에서 열린 제40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는 2023년 11월 CEO에 선임된 정철동 사장이 수익성 중심 체질 개선을 시행 중이다. IBK투자증권은 LG디스플레이의 올 2분기 영업손실을 1010억원으로 전망했다. 시장의 기대치(804억원 적자)를 하회하는 규모다. 

강민구 연구원은 “IT 비수기인 2분기 진입에 따라 모바일 물량이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추정한다”며 “4월 초를 고점으로 하락한 환율도 수익성에 부정적 요인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하반기부터는 애플 신제품 출시, OLED 점유율 확대, W-OLED 감가상각 종료 등으로 실적 반등이 예상된다. OLED 비중은 현재 매출의 55%로, 올해 70% 수준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각사 CEO는 모두 구조적 전환과 미래 투자라는 무거운 과제를 짊어진 채 투입된 상황”이라며 “단기 실적도 중요하지만 중장기 회복 기반을 어떻게 마련하느냐가 소방수로서 인정받을 수 있는 성과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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