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 MLCC 체질 개선 본격화…AI·전장 시장 정조준
삼성전기가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 사업의 무게추를 모바일에서 전장(車)과 인공지능(AI) 서버용으로 옮기며 체질 개선에 나선다. 고온·고전압 등 까다로운 조건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고부가 MLCC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경쟁 우위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삼성전기는 14일 서울 태평로 삼성전자 기자실에서 'AI 서버·전장 MLCC와 삼성전기의 강점'을 주제로 기술 세미나를 열고 이 같은 사업 방향을 공개했다. MLCC는 전류를 저장하고 방출하는 핵심 전자부품이다. IT기기뿐 아니라 AI 서버, 자율주행차 등 차세대 산업에서도 필수로 쓰인다.
이민곤 삼성전기 MLCC개발팀 상무는 “고성능 칩이 안정적으로 작동하려면 잡음을 줄이고 전압을 제어하는 MLCC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컴퓨팅 파워가 커질수록 더 많은 MLCC가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AI 기술 확산과 함께 서버 수요가 급증하면서 삼성전기는 초소형·고용량·고내열 특성이 요구되는 AI 서버용 MLCC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이 상무는 “삼성전기는 다양한 용량과 사양에 유연하게 대응 가능한 제조 기반을 갖추고 있다”며 “범용 제품 내 특성을 조정해 고객 요구에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장조사업체 기준 삼성전기의 AI 서버용 MLCC 점유율은 약 40%에 달한다.
중국 업체와의 기술 격차에 대해선 “정량화는 어렵지만, 고부가 제품군에서는 삼성전기가 여전히 기술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장용 MLCC는 고온·고습·진동 등 극한 환경에서도 장시간 안정성을 유지해야 한다. 이로 인해 개발 기간은 IT기기용보다 3배가량 길고, 가격도 3배 이상 높다. 삼성전기는 내열성과 내습성을 강화한 신소재 및 미세구조 설계를 통해 고신뢰성 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2021년 ADAS(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용 MLCC를 시작으로, 2022년 파워트레인용, 2024년에는 16V급 세계 최고 용량 ADAS용 MLCC 및 2000V 전기차용 고전압 제품을 잇따라 출시했다. 최근에는 세계 최초로 라이다 전용 MLCC도 선보이며 기술 리더십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중장기적으로 AI·전장 시장의 확대에 따라 MLCC 수요가 계속 증가할 것으로 내다본다.
이민곤 상무는 “제품 출하는 줄더라도 고성능화에 따라 MLCC 탑재량은 오히려 늘어날 것이다”라며 “AI 확산은 서버·전력장치 수요를 견인하고, 전기차(xEV)와 ADAS 기술도 차량당 MLCC 사용량을 늘리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삼성전기는 향후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대응도 본격화한다. 이 상무는 “대화 중심 로봇은 AI 서버용 MLCC 요구와 유사하고, 동작이 많은 로봇은 전장용 MLCC에 가까운 수요를 보인다”며 “다양한 로봇 시나리오에 맞춘 제품 대응 체계를 갖췄다”고 밝혔다.
삼성전기는 올해 전장 및 AI 서버용 제품에서 매출 2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향후 AI, 전장, 로봇 등 고성장 분야에서 제품군을 확대하고 기술 고도화를 통해 지속 성장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이선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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