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커지는 ‘알테오젠’… 코스피 이전 현실화되나

긍정적 밸류에이션 전망 잇따라 코스피 이전 시 시가총액 30조

2025-07-15     김동명 기자

바이오 플랫폼 기업 알테오젠이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이전 상장을 추진할 가능성이 본격적으로 점쳐지고 있다. 2대 주주의 상장 요청과 함께 증권가의 긍정적인 밸류에이션 전망도 잇따르며 이전 상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알테오젠 본사 전경. / 알테오젠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증권가는 최근 알테오젠이 코스피에 안착할 경우 시가총액 30조원을 넘볼 수 있다고 관측했다. 15일 기준 알테오젠 시가총액은 24조원 규모다.

회사의 코스피 이전 가능성은 2대 주주인 형인우 스마트앤그로스 대표의 공개 요청에서 시작됐다. 형 대표는 알테오젠 지분 약 270만주(약 6.4%)를 보유하고 있으며 최근 경영진에 코스피 이전 상장을 정식으로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배경에는 알테오젠의 기술력과 수익성이 코스닥보다는 코스피 시장에 더 적합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알테오젠은 자체 개발한 피하주사 제형 변환 기술인 ‘ALT-B4(인간 재조합 히알루로니다제 엔자임)’를 바탕으로 글로벌 제약사들과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며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ALT-B4는 정맥주사(IV)로만 투여 가능한 단백질 의약품을 피하주사(SC)로 바꿔 투여 시간과 비용을 줄여주는 기술이다.

해당 기술은 미국 할로자임(Halozyme)의 ‘엔헨즈(Enhanze)’이 독점하고 있었지만 알테오젠은 독자 기술을 개발해 이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ALT-B4 기술은 이미 글로벌 제약사 7곳과 비독점적 기술이전 계약을 맺은 상태다. 이 중에는 기술료 총액만 4000억~6000억원에 달하는 계약들이 다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알테오젠은 각 계약에 따라 반환 의무 없는 계약금, 마일스톤 수령, 로열티 수익을 꾸준히 올리고 있다.

특히 MSD는 글로벌 매출 1위(약 35조원) 의약품인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IV(성분명 펨브롤리주맙)’의 물질특허 만료를 방어하기 위한 전략으로 알테오젠 ALT-B4 기술을 활용해 SC제형 제품을 개발했다.

이에 하나증권은 알테오젠이 분기당 수천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라며, 영업이익률은 분기 기준 50%를 초과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하나증권은 알테오젠 목표 주가를 25% 상향한 5만원으로 제시하며 코스피 이전 시 시가총액 30조원 수준까지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김선아 하나증권 연구원은 “할로자임과의 분쟁 리스크가 사라진다면,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기업들이 ALT-B4를 기존 특허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는 곧 알테오젠의 기술 수요 확대와 추가 계약 체결 가능성을 의미한다.

올해 예상 실적에 대한 긍정적 평가도 존재한다. 한국IR협의회 기업리서치센터는 보고서를 통해 “알테오젠의 하이브로자임 플랫폼 기술은 현재까지 글로벌 빅파마와의 누적 계약 규모만 9조3000억원에 이른다”며 “올해부터 본격적인 기술료 수익 유입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ALT-B4 기술이 적용된 키트루다SC 제품이 2025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허가를 받을 경우 머크 및 산도즈로부터 본격적인 마일스톤 수익이 유입될 것”이라며 “2025년 예상 매출은 1623억원으로 전년 대비 57.8%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554억원으로 118.0% 급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이전 상장이 실제 성사되기까지는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한다. 알테오젠은 오는 10월 정기 이사회에서 상장 이전 여부를 공식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사회에서 이전 상장 추진이 확정되면 한국거래소의 심사와 주주총회 의결 등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일각에서는 코스피 이전이 알테오젠의 성장세를 가속화할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코스피 시장은 코스닥에 비해 기관투자자와 외국인 투자자의 비중이 높고 기업가치를 보다 안정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구조라는 점에서다.

실제로 코스피 이전 상장을 통해 기업가치를 재평가받은 바이오 기업들도 존재한다. 셀트리온은 코스피 이전 이후 글로벌 투자자들의 접근성이 높아졌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상장 후 시총 50조 원을 넘기는 데 성공했다.

알테오젠 역시 글로벌 바이오 기업으로 도약하려면 보다 안정된 시장에서 기관과 외국인의 수요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는 추가적인 기술수출과 신약 개발 자금 확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회사 측은 “현재까지 결정된 사항은 없지만 주주 가치 제고 측면에서 다양한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며 “공식 입장은 이사회를 통해 정리될 것”이라고 했다.

알테오젠의 코스피 이전이 현실화된다면 국내 바이오 산업의 상장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바이오 플랫폼 기반 기업의 코스피 안착 여부는 향후 신약 개발 중심 바이오 기업들의 성장 전략에도 변화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알테오젠은 플랫폼 기술로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드문 사례로 코스피에서 제값을 받는다면 많은 바이오 기업에 상징적인 의미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