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필수품 트래블카드… 카드사 부수입 올려준 효자 자리매김

1분기 카드사 외환거래이익 1174억 전년比 35% 올라

2025-07-16     전대현 기자

해외 결제 시장을 둘러싼 카드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카드사 외환거래이익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본업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는 카드업계에 ‘트래블카드’가 핵심 수익원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평가다.

올해 1분기 카드사 전체 외환거래이익은 1174억원으로 집계됐다 / IT조선

15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의하면 올해 1분기 카드사 전체 외환거래이익은 1174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848억원보다 35% 급증한 수준이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본업 수익성이 정체된 상황에서 나타난 성장으로 의미가 크다.

외환거래이익은 카드사가 해외결제 과정에서 얻는 이익을 말한다. 국내 카드회원이 해외 가맹점에서 사용하거나, 외국인이 국내 가맹점에서 결제할 때 환율 차이로 이익이 발생한다. 회계 기준상 ▲실제 외화를 정산했을 때 생기는 ‘외환차익’과 ▲외화를 평가했을 때 발생하는 ‘외화환산이익’으로 구분된다. 

카드사 외환거래이익이 크게 늘어난 데에는 트래블카드의 급격한 확산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실제 카드업계가 여행 특화 카드를 도입하기 전인 2021년 1분기만 해도 전체 외환거래이익은 317억원에 그쳤다. 

그러다 2022년 7월 하나카드가 환전수수료와 해외결제·인출수수료를 무료로 지원하는 ‘트래블로그’를 출시하면서 시장 흐름을 바꿨다. 경쟁 카드사들도 유사 상품을 연달아 내놓으며, 외화결제 시장이 빠르게 성장했다.

올해도 카드사 외환거래이익 증가 폭을 견인한 곳은 하나카드다. 하나카드는 1분기에만 외환거래이익 400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255억원 대비 56.8% 증가했다.

이어 ▲신한카드 270억원 ▲현대카드 155억원 ▲KB국민카드 107억원 ▲삼성카드 104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롯데카드는 87억원, 우리카드는 10억원, 비씨카드는 39억원 수준이었다.

하나카드의 외환거래이익 수익 구조를 살펴보면 외환차익이 245억원, 외화환산이익이 155억원 발생했다. 외환거래이익의 60%가 실제 정산 과정에서 발생했다. 2위 신한카드는 외환차익 213억원, 외화환산이익 57억원을 기록했다.

하나카드는 원화 강세 국면에서 수혜를 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하나금융은 환율 변동에 따른 외화환산 손익 허용 폭을 타 금융지주사보다 높게 설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에선 올해 상반기 하나금융의 외화환산이익이 1000억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한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1분기 외환거래이익이 증가한 것은 트래블로그 영향”이라며 “해외취급액이 증가하면서 외환차익과 외화환산이익 모두 증가했다”고 말했다.

트래블카드는 외환수익은 물론, 국내 결제 수수료 수익까지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트래블카드 주 사용처가 항공사, 호텔, 면세점 등 연 매출 30억원 이상 대형 가맹점이어서다. 이들 가맹점은 일반 가맹점 대비 높은 평균 2.07%대의 수수료율이 적용된다. 

트래블카드 출시는 계속되고 있다. 하나카드가 최근 ‘원더카드’에 트래블로그 기능을 추가한 ‘원더카드 2.0’을 선보인데 이어 신한카드는 지난달 일본 여행 특화카드인 ‘신한카드 하루’를 출시했다. KB국민은행은 ‘KB트래블러스 체크카드’를 통해 고속버스, 철도, 제과점 등 국내 여행 혜택까지 포함하는 전략을 내놨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본격적인 휴가철에 접어든 만큼 카드사간 경쟁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특히 트래블카드 환전액 절반 가량이 엔화에서 발생하는 만큼 일본 여행 특화 상품을 출시하려는 수요도 큰 편”이라고 말했다.

전대현 기자
jdh@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