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숙 후보자, 네이버 ‘직장내 괴롭힘’ 여파에 진땀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과거 네이버 대표이사였던 2021년 네이버에서 발생한 직장내 괴롭힘 사건으로 인해 정치적 리스크를 떠안았다. 여당은 한성숙 장관 후보자와 지금 문제가 되는 최인혁 네이버 테크비즈니스부문 대표의 경영일선 복귀는 무관한 일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야당은 이 점을 집중 공격했다.
15일 오세윤 네이버 노동조합 ‘공동성명’ 지회장은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네이버 같은 대기업에서도 이사회가 특정인에게 특혜를 주는 거버넌스 문제가 생기는데 중소기업 내 유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밝혔다.
이는 네이버에서 발생한 직장내 괴롭힘 사건이 중소·벤처기업에서 발생하지 않도록 할 수 있냐는 의미다. 한성숙 후보자는 오세윤 지회장의 발언에 답변하지 않았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이날 한성숙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네이버 직장내 괴롭힘 관련 공방을 벌였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한성숙 후보자가 대표이사를 맡은 동안 네이버가 해당 사건 가해자인 책임리더 채용 과정부터 사건이 벌어지기 전까지 구성원의 우려를 전달했음에도 묵살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한성숙 후보자가 해당 사건의 최종 책임자로 지목된 최인혁 네이버 테크비즈니스부문 대표(전 최고운영책임자)의 네이버 복귀하고 무관하다고 맞섰다.
야당 의원들은 특히 한성숙 후보자가 네이버 대표이사 당시 진행된 임직원 간담회 회의록 공개를 요구했다. 해당 회의는 한성숙 후보를 비롯해 이해진 네이버 의장 등 네이버 경영진과 직원들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세윤 네이버 노조 지회장은 네이버 구성원들이 직장내 괴롭힘 사건이 발생하기 전부터 해당 사건 가해자를 책임리더로 임명하면 안된다는 의견을 보냈다고 말했다.
오세윤 지회장은 “가해자는 네이버와 넷마블에서 폭언·폭행·얼차려 등을 하면서 문제가 많았던 인물이라 채용 당시에 전체 조직 구성원이 이 사람 채용하면 안 된다고 최인혁 당시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찾아가서 말했는데 듣지 않았다”고 말했다.
야당 의원들은 연이어 한성숙 후보자의 이야기와 오세윤 지회장 이야기가 다르다며 회의록 제출을 요구했다.
이철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국민의힘) 역시 “회의록은 네이버 영업기밀도 아니고 재판을 받거나 수사 중인 것도 아니니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네이버에 요청해 회의록을 확인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최인혁 대표의 불출석 사유를 조사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최인혁 대표는 이날 해외출장을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김성원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의원(국민의힘)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가 인사청문회 증인으로 최인혁 네이버 테크비즈니스 부문 대표를 채택했는데 한성숙 후보자가 내정된 이후에 해외 출장을 잡은 것 같다”며 “최인혁 증인이 고의로 인사청문회 증인 출석을 회피했는지 양당 간사가 한번 확인하고 조치해달라”고 말했다.
한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에서 “저희 네이버”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의원들로부터 질타를 받기도 했다. 또 네이버의 경험을 활용하지 말라는 제안도 나왔다. 네이버, 카카오, 배달의민족 등 국내 대형 플랫폼은 대부분 광고료 같은 자릿세를 많이 낸 업체를 플랫폼 상단에 노출시키는 방식으로 몸집을 키워온 ‘지대경제(rent economy)’일 뿐 혁신 서비스가 아니라는 것이다. 지대경제는 생산·혁신 없이 특정 권리나 자산을 이용해 이익을 얻는 구조를 말한다.
김종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의원(무소속)은 “플랫폼 기업의 경험을 가능한 한 잊어버리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하시라고 말씀드렸다”며 “이용자에게 소비자에게 필요한 좋은 정보를 앞에 노출하는 게 아니라 검색광고라는 걸 만들어서 광고료 많이 낸 업체를 상단에 노출시켜 만든 플랫폼은 혁신이 아니라 단절되어야 하는 경험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소벤처기업부는 AI의 ‘에’도 꺼내지도 말라는 이야기 들어봤냐”며 “기획재정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AI 산업, 소버린 AI, AI 반도체, AI 데이터센터 이런 거 물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같은 담당 부처가 해야 할 일이 있지만 AI 에이전트, 디퓨전, 데이터 이런 건 기업이 하는 건데 기업이 좌우하는 이 부분 중소벤처기업부가 맡아서 어떻게 할 것인지 정부 내에서 확실하게 가르마를 타야 한다”고 덧붙였다.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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