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활황에도 코넥스 존재감 無… 올해 IPO 신청 ‘0’
코넥스 시총 올해 1.7% 증가… 코스피 33% 대조 “코넥스, 코스닥에 흡수통합돼야”
중소·벤처기업 요람으로 불리는 코넥스가 증시 호황에도 웃지 못하고 있다. 시가총액은 1년 전보다 급감했고 거래대금은 하루 평균 10억원대로 쪼그라들었다. 코넥스 입성을 신청한 기업도 올해 전무했고 ‘성장 사다리’로서의 역할도 미미했다.
낮아진 코스닥 상장 문턱으로 코넥스를 건너뛰는 기업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코스닥에 흡수해 운영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기준 코넥스 117개사의 합계 시가총액은 3조1558억원으로 작년 말(3조1038억원) 대비 1.7% 늘어나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 코스피 시총이 1963조3288억원에서 2608조3425억원으로 32.9%, 코스닥 시총이 340조1451억원에서 421조8676억원으로 24.0%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현저히 적은 규모다. 1년 전(3조8428억원) 대비로는 오히려 17.9% 감소했다.
거래도 한산하기 그지없다. 이날 기준 올해 코넥스 일평균 거래대금은 19억4700만원에 그쳤다. 같은 날 기준으로 2021년 일평균 거래대금 85억9200만원을 기록했지만 이후 2022년 32억1600만원, 2023년 27억7900만원, 2024년 22억4300만원 매년 감소세다.
코넥스는 창업 초기 기업이 자본시장에서 성장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개설한 중소‧벤처기업 전용시장이다. 코넥스에서 회사 규모를 키워 코스닥으로 이전상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문제는 정작 이들 중소·벤처기업들이 코넥스를 외면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코넥스에 상장한 회사는 오션스바이오(1월 15일 상장) 단 1곳이다. 역대 최저치다. 2016년까지만 해도 40~50개 기업이 코넥스에 새로 입성했지만 2020년 들어선 2020년 12개, 2021년 7개, 2022년 14개, 2023년 14개, 2024년 6개 등 10개 내외 수준으로 ‘뚝’ 끊겼다.
올해 상장 신청 건수는 ‘0’이다. 유일한 새내기주인 오션스바이오조차 코넥스 상장 신청일은 작년 12월이었다. 이후 상장 신청에 나선 회사는 없다. 아직 5개월 정도 남아있긴 하지만 연말까지 신청 법인 나오지 않는다면 2013년 개설 최초로 상장 신청 0건을 기록하게 된다.
이전상장 효과도 미미했다. 올해 코스닥으로 이전한 상장사는 한국피아이엠, 지에프씨생명과학 2곳에 불과했다. 2021년엔 코넥스 상장사 10곳이 코스닥으로 거처를 옮겼으나 그 이후엔 2022년 5곳, 2023년 7곳, 2024년 3곳 매년 한 자릿수만 이전했다.
코넥스가 침체에 빠진 건 정부가 코스닥 특례 상장 제도를 확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2017년 전만 해도 기술특례상장을 제외하면 계속사업이익, 자본잠식 여부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코스닥에 상장할 수 있었으나 그해 성장성 추천 및 이익 미실현 특례 상장(테슬라 요건)이 도입되면서 코스닥으로 직상장한 중소·벤처기업이 늘었다. 실제로 2017년 7개였던 코스닥 신규 기술성장기업은 이듬해 21개로 늘었고 작년엔 42개로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벤처캐피탈(VC) 등 투자자 관점에서 코스닥이 선호될 수밖에 없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강재원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소·벤처기업 중) 적지 않은 숫자가 VC에 투자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VC 투자금 회수 측면에선 코넥스보단 거래량이 활발한 코스닥이 낫다”며 “코넥스 상장은 투자금을 회수하기 힘들다고 인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코넥스 부진과 관련해 금융당국과 거래소는 작년부터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차원에서 코스피·코스닥·코넥스시장 구조 개편을 추진했으나 대통령 탄핵 국면 및 선고, 대통령 선거 등을 거치며 이렇다 할 진척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고영호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장은 코넥스 활성화 대책과 관련해 “검토해 나갈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정해진 건 없다”고 짧게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코스닥·코넥스와 통합해 운영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자금 유입 효과가 뚜렷하지 않다 보니 코넥스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져 있어 앞으로도 상장 부진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며 “차라리 코스닥으로 흡수합병하는 식으로 통합하는 게 합리적인 선택이 될 것이다. 코스닥 상장 요건을 많이 낮춰 소규모 기업들도 상장할 수 있어 (코넥스를 흡수합병해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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