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 제휴에 목맨 카드사… PLCC 치킨게임에 수익성 ‘뒷전’

스타벅스·배달의민족, 현대카드 제휴 끝내고 삼성카드, 신한카드로 갈아타

2025-07-17     전대현 기자

김덕환 현대카드 대표가 최근 임기를 8개월 남겨놓고 전격 사임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주요 제휴사였던 스타벅스와 배달의민족 PLCC(상업자표시신용카드)를 경쟁사에 뺏긴데 따른 문책 아니겠냐는 얘기가 나온다. 초창기 부대 사업 정도로 여겨졌던 PLCC가 이제는 카드사 경영진의 생사까지 뒤흔들 정도의 파괴력을 갖췄다는 진단이다.   

카드사 간 PLCC 독점 제휴 입찰을 두고 경쟁이 과열되는 양상이다 / DALL-E

17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최근 스타벅스와 배달의민족은 각각 삼성카드와 신한카드를 새로운 PLCC 파트너사로 확정했다. 이들 카드사는 연내 전용 제휴카드를 선보이기 위해 캐시백과 경품 등 다양한 마케팅 방안을 준비 중이다. 기존에는 두 브랜드 모두 현대카드와 손을 잡았었다.

PLCC는 카드사가 특정 브랜드와 공동으로 기획·운영하는 신용카드다. 카드 디자인과 명칭에 해당 브랜드가 전면에 드러나는 것이 특징이다. 카드사는 발급과 운영, 일부 포인트 비용을 부담하고, 제휴사는 고객 유치와 마케팅에 참여하는 구조다. 특정 브랜드에서 혜택을 집중 제공하는 방식으로 충성 고객 확보에 유리하다.

최근에는 PLCC 파트너 유치 실적이 사실상 경영성과로 직결되는 분위기다. 현대카드의 경우, 스타벅스 제휴 건은 정태영 부회장이 직접 챙겼을 만큼 상징성이 컸던 사안으로 알려졌다. 핵심 제휴사 이탈이 이어지자 현대카드 내부적으로도 경영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기류가 감지된다.

정태영 부회장과 현대카드를 이끌 조창현 각자대표 역시 PLCC 전문가다. 과거 PLCC본부장을 역임하며 브랜드 확대와 데이터 사업 연계 등 고도화 전략을 이끌었다. 현재 재계약 시점을 앞둔 무신사·네이버·올리브영 등 주요 제휴처와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조창현 대표의 주요 과제로 여겨진다.

이번 PLCC 파트너 교체에는 신한카드와 삼성카드의 파격 조건 제시가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단순 수수료 인하를 넘어 캐시백 규모, 마케팅 협찬 등 파격적인 제안을 앞세워 경쟁 우위를 확보했다는 분석이다.

앞서 현대카드도 비슷한 방식으로 삼성카드 제휴사와의 계약을 따낸 것으로 알려졌다. 코스트코는 삼성카드와 18년간 독점 제휴 관계를 유지해 왔으나, 2019년 계약 종료 이후 현대카드로 변경했다. 이 과정에서 현대카드는 10년 장기계약 조건과 낮은 가맹점 수수료, 마케팅 지원 등 파격적인 조건을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삼성카드가 코스트코와 계약했던 당시 양사가 협의한 가맹점 수수료율이 0.7%에 불과해 현대카드도 비슷한 수준의 가맹점 수수료율을 제시한 것으로 안다”며 “이는 연매출 30억원 이상 일반 가맹점 평균 수수료율 2.07%에 한참 못미치는 수준으로 이밖에 포인트 비용 부담, 마케팅 등 코스트코가 거절할 수 없는 조건 등을 제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일부 특정 제휴처에 대한 과잉 혜택이 구조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일부 카드사의 경우 포인트 비용 전액을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다른 일반 상품의 혜택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금융당국도 경고음을 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5월 일부 카드사가 포인트 비용을 대부분 부담하면서도 수익성 분석이 미흡해 과다 지급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PLCC 비용 구조 전반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대형 가맹점 수수료 상한보다도 낮은 조건에서 계약이 이뤄지고, 포인트 적립과 마케팅 비용까지 카드사가 부담하는 구조여서 사실상 손해를 감수하는 계약이라는 시각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제휴조건은 기밀사항이라 정확히 알긴 어렵지만, 기본적으로 제휴사 입찰을 따내기 위해선 타사보다 좋은 조건을 내거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대형 가맹점과 독점 제휴를 체결할 경우 기존보다 모집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어 카드사들의 PLCC 취급 유인이 강하다”고 말했다.

전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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