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편입 동양생명, 통합 작업 본격화… 성대규 대표 리더십 시험대
노사 핵심 쟁점 ‘매각 위로금’… 우리금융 책임 공방 속 협상 난항
우리금융지주로 편입된 동양생명이 본격적인 회사 통합작업에 들어갔다. 과거 오렌지라이프(구 ING생명)의 신한금융으로의 통합작업을 진두지휘했던 성대규 대표의 리더십이 또 한 번 시험대에 오를 것이란 관측이다.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동양생명 노사는 지난 16일 임단협 교섭을 열고 고용 보장 문제를 비롯해 ▲임금·단체협상 승계 ▲인수 후 독립 경영 보장 ▲합병 시 노조 합의 ▲매각 위로금 지급 등에 관한 입장을 공유했다. 최근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 등에 신청한 파업 쟁의조정 신청도 취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임단협 쟁점은 매각 위로금이 될 전망이다. 노조는 사측에 매각 위로금으로 ‘기본급의 1200%’ 수준 지급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위로금은 기업 매각 시 기존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일종의 ‘보상금’ 이다. 반드시 지급해야하는 법적 의무는 없다.
앞서 중국 다자보험은 동양생명 최대주주 시절, 노조의 위로금 요구에 원칙적 동의를 표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협의 창구를 사실상 닫고 논의에 불응했다. 이후 다자보험은 1조원이 넘는 자금을 동양생명에 투입한 만큼 이미 손실을 봤다며, 사실상 보상 책임을 우리금융에 넘긴 상황이다.
우리금융은 매각 위로금 지급 건의 경우 매도자인 다자보험의 책임이라는 입장이다. 과거 보험사를 매각한 알리안츠생명, MBK파트너스 등도 임직원에게 매각 위로금을 지급한 전례가 있다. 관행상 다자보험이 지급 주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노조는 우리금융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강조한다. 지난달 우리금융 본사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고용 안정과 위로금 지급에 우리금융도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협상 결렬시 다시 파업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거쳐 쟁의조정 신청을 감행한다는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임단협 교섭이 시작됐지만, 입장만 확인한 상태”라며 “향후 협상이 진전되지 않으면 다시 쟁의조정 신청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 와중에 성대규 대표는 동양생명 경영진에 우리금융 인사와 이전 신한라이프 출신 인사로 채우고 있다. 성 대표는 신한라이프 초대 대표 시절,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구 ING생명) 통합을 진두지휘하며 통합 작업을 이끈 경험이 있다.
성 대표와 신한라이프 시절 함께 근무했던 이용혁 우리금융지주 사업포트폴리오부 부장이 CIO로 선임됐다. 이용혁 CIO는 주식과 채권 등 시장 전반에 대한 통찰력을 내부적으로 인정받은 자산운용 전문가다.
이사회에도 관련 인사들이 대거 포진했다. 우리금융은 이정수 우리금융 전략부문 부사장을 동양생명 이사회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했다. 그룹 차원의 통제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사외이사진에도 성 대표와 과거 이사회에서 호흡을 맞춘 인물을 뒀다. 현재 동양생명 사외이사진은 ▲김강립 전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특임교수 ▲최원석 서울시립대 세무학과·세무전문대학원 교수 ▲안수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다. 이중 최원석 교수는 2020년 3월 신한라이프 사외이사로 선임돼 4년간 성 대표와 이사회 호흡을 맞췄다.
성 대표가 과거 신한라이프 통합 당시 250여명의 희망퇴직을 단행했던 전례를 감안할 때, 이번에도 조직 슬림화와 인력 재편 작업이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성 대표는 앞서 고용승계를 약속한 바 있다.
한편, 금융권에서는 우리금융이 동양생명, ABL생명에 대해 PMI작업을 진행한 후 ABL생명을 분리 매각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양사 모두 자본 여력이 악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자본비율 하락이 우려된다면 굳이 ABL생명을 품을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우리금융은 우리투자증권(포스증권)과 우리아비바생명(현 iM라이프)을 패키지 인수한 후 3개월 만에 보험사는 다시 매각한 바 있다.
전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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