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700%도 모자라"…성과급 기준 놓고 SK하이닉스 노사 충돌
SK하이닉스 노사가 성과급(PS) 지급 기준과 임금 인상률을 둘러싸고 접점을 찾지 못해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양측은 ‘성과급 상한선(Ceiling)’ 폐지와 유지를 놓고 평행선을 그린다.
18일 SK하이닉스 임단협 소식을 살펴보면 SK하이닉스 노사는 16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청주캠퍼스에서 2025년도 9차 임금교섭을 진행했다. 전임직 노조 측은 황용준 위원장 등 12명이 사측은 송현종 사장 등 8명이 참석했다.
전임직 노조는 이날 임금 인상률 11.65%(승진급 포함)를 요구한 동시에 PS 지급 기준을 기존 요구인 ‘영업이익의 15% + 성과급 상한선 폐지’에서 한발 물러나 ‘영업이익의 10% + 성과급 상한선 폐지’안을 제안했다.
사측은 앞서 성과급 상한선 기준을 1000%에서 1700%로 상향 제시했다. 이를 초과하는 재원은 ‘전원 지급’을 전제로 두 가지 방식(5년 적금, 2+3년 연금)으로 지급하겠다는 보완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전임직 노조는 이 같은 상한선 자체가 구성원 보상의 실질적 제한이라며 폐지를 고수하고 있다.
사측은 전임직 노조의 제안이 성과급 상한선 자체 폐지를 전제로 한 안이라는 점에서, 기존 안과 달라진 것이 없다는 판단이다.
사측은 “전임직 노조의 이번 안은 실질적으로 기존 안과 다르지 않은 수준이다”라며 “노조 측이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대안을 차기 교섭에서 마련해달라”는 입장을 드러냈다.
전임직 노조는 교섭 다음날인 17일 사측이 교섭 일정을 거부했다고 주장하며 이천 R&D센터 로비에서 피켓 시위에 나섰다.
노사 갈등은 SK하이닉스가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잇따라 갈아치우고 있지만, 실적 대비 보상 수준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구성원의 불만이 커지면서 심화했다.
SK하이닉스는 2024년 23조4673억원의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2025년 초 기본급의 1500%에 해당하는 PS와 격려금 차원의 자사주 30주를 구성원에게 지급했지만 노조와 구성원은 더 높은 수준의 성과급 지급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올해 SK하이닉스의 연간 영업이익은 2024년보다 50%쯤 증가한 36조원을 넘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노사가 각자 유리한 조건의 PS 지급 기준을 관철하려는 이유다.
사측은 “앞으로도 조합과 성실하게 대화를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광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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