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산불에 폭염·폭우까지… NH농협손보, 손해율 관리 비상

117년 만의 폭염, 400㎜ 이상 폭우… 농축산가 피해 눈덩이

2025-07-21     전대현 기자

연이은 기상이변으로 NH농협손해보험이 손해율 관리에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1분기 대형 산불로만 2000억원 넘는 손실을 입은 데 이어, 올 여름 117년 만의 폭염과 400㎜ 이상 쏟아진 기록적 폭우까지 겹쳤다. 

집중폭우로 침수 피해가 발생한 17일 충남 아산시 배방읍 일대가 불어난 빗물에 비닐하우스 등 시설물이 잠겨있다 /뉴스1

21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번 집중 호우로 인한 농작물 침수 규모는 총 2만4247㏊(19일 오후 5시 기준)로 집계됐다. 여의도 면적의 84배에 달하는 규모다. 17일 지방자치단체 초동 조사 기준 피해 규모는 총 1만3033㏊였는데 이틀 만에 규모가 2배 가까이 늘었다. 유실·매몰된 농경지도 축구장 116개 규모인 83㏊에 이른다. 가축은 소 60두, 돼지 829두, 오리 11만 마리, 닭 93만 마리 등 100만 마리 폐사된 사례가 확인됐다.

이에 따라 농협손보가 전담하는 농작물재해보험·가축재해보험 손해율이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재해피해가 늘어날 수록 보험금 청구 건수도 늘어날 수밖에 없어서다. 기상청은 올해 8월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높고 폭염 일수도 늘어날 것으로 예보하고 있다.

실제 과거 사례를 보면, 폭염이 극심했던 해일수록 손해액도 컸다. 기상 관측 사상 가장 많은 폭염일수를 기록한 2018년에는 돼지와 가금류의 보험 손해액이 각각 910억원, 504억원으로 가장 높았던 반면, 폭염일수가 7.7일에 불과했던 2020년에는 각각 283억원, 85억원으로 감소했다. 

앞서 농협손보는 1분기 영남 지역 대형 산불 피해로 약 2000억원 규모의 손실을 떠안기도 했다. 이는 NH농협손보의 최근 2년간 당기순이익을 모두 합한 수준이다. 이로 인해 보험손익은 전년 동기 616억원 흑자에서 18억원적자로 돌아서는 등 본업 수익성 크게 악화했다.

문제는 NH농협손보가 수익성 관리에 지속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은 지난해 말 2조1973억원에서 올해 1분기 1조5827억원으로 27.9% 급감했다. 보험사들은 체결한 보험계약의 보험료와 해지율 등을 가정해 CSM을 산정하는데, 금감원이 일부 상품의 해지율 가정을 보수적으로 책정하라고 제시해서다. 해지율을 높게 가정하면서 미래 얻게될 수익도 줄어들면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했다.

이는 정책보험, 화재보험 등 일반보험 비중이 53%에 달하는 농협손보에는 더 뼈아프다. 그간 농협손보는 정책보험 부문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건강보험 등 장기보험 CSM 상각이익으로 보완해 왔다. 그러나 전체 CSM 규모가 줄면서 분기마다 책정할 수 있는 마진도 줄어들게 됐다. 수익 보전 구조가 흔들리면서 전방위적 리스크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건전성 지표도 빠르게 악화됐다. 올해 1분기 농협손보 지급여력(K-ICS) 비율은 165.72%로, 전년 동기 318.07% 대비 152.35%포인트 하락했다. 경과조치 전 기준으로는 129.55%에 불과해, 감독당국의 최소 기준인 100%에 근접한 상태다. 지난해 12월과 3월 두차례에 거쳐 총 6500억원의 후순위채를 발행해 자본을 확충했음에도 건전성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농협손보는 비상 대응 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폭우로 피해를 입은 현장에 조사 인력을 우선적으로 투입하고, 손해액의 50% 이내에서 보험금을 선지급하는 등의 조치를 마련했다.

다만 보험료 납입 유예나 약관대출 이자 납입 유예 등의 추가 조치는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잇따른 자연재해에 회사 손익이 하락한 상황에서 추가 조치를 내놓기엔 내부적으로도 부담이 커서다. 향후 피해규모를 추산한 뒤 추가 지원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농협손보 관계자는 “사고 발생 후 시간이 충분히 경과하지 않아 통계 수집이 덜 된 상태”라며 “예보 이후 손해 규모가 윤곽을 드러내면 추가 지원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보험을 통해 보장 받을 수 있는 규모도 상품별로 상이해 실제 보험금 부담 규모는 당장 알기 어렵다”며 “현재는 피해 복구 지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전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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