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대를 향한 BMW의 답… iX2 e드라이브20 [시승기]

최고출력 204마력, SUV임에도 핫해치 같은 주행감각 매력 350㎞ 1회 충전 주행거리 아쉬워

2025-07-20     허인학 기자

전기차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완성차 브랜드들은 전동화를 자사 전략과 정체성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삼고 있다. 전기차 출시 현장에서 ‘새로운 이정표’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다.

BMW 역시 전기차를 통해 브랜드 철학을 구현하고 있다. 이번에 시승한 전기 쿠페형 SUV iX2는 그 대표적인 사례다. 동력원은 전기로 바뀌었지만 BMW가 강조하는 ‘진정한 운전의 즐거움(Sheer Driving Pleasure)’은 전혀 희석되지 않았다.

BMW iX2 e드라이브20 전면. / 허인학 기자

 

작지만 날렵한 디자인

iX2는 BMW가 ‘스포츠 액티비티 쿠페(SAC, Sport Activity Coupe)’로 명명한 쿠페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다. 날렵하게 다듬어진 실루엣과 강렬한 전면 인상은 시선을 사로잡는다. 전 세대보다 한층 공격적인 디자인은 기존 전기차와 다른 존재감을 발산한다. 특히 키드니 그릴이 인상적이다. 전통적인 그릴 형상을 유지하면서 양 끝으로 갈수록 넓어지는 그라데이션 디자인을 적용해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를 강조했다.

BMW iX2 e드라이브20 헤드램프. / 허인학 기자

측면은 전형적인 쿠페 스타일을 따른다. A필러(1열 전면부 기둥)부터 유려하게 이어지는 루프라인은 후면으로 갈수록 낮아지며 스포일러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M 스포츠 전용 사이드 스커트와 19인치 더블 스포크 휠이 더해져 역동적인 분위기를 완성한다.

BMW iX2 e드라이브20 측면. / 허인학 기자

후면부는 기존 BMW 쿠페 라인업과는 결이 다르다. 상위 모델인 X6와도 구별되는 디자인이다. 짝수 X시리즈에 적용되는 가로형 테일램프 대신 iX2에는 전면 헤드램프와 유사한 세로형 디테일이 적용돼 신선한 느낌을 준다. 범퍼 하단에는 돌출형 디퓨저가 배치돼 스포티함을 더했다.

BMW iX2 e드라이브20 테일램프. / 허인학 기자

 

미래지향적이면서 실용적인 실내

실내는 BMW 최신 디자인 언어가 반영된 구성이다. 10.25인치 디지털 클러스터와 10.7인치 센터 디스플레이가 하나로 연결된 커브드 디스플레이가 시선을 끈다. 최신 운영체제인 BMW OS 9가 탑재돼 스마트폰처럼 직관적인 조작이 가능하다. 유튜브·스포티파이 등 다양한 콘텐츠 앱도 실행할 수 있어 엔터테인먼트 활용도도 높다.

BMW iX2 e드라이브20 실내. / 허인학 기자

수납공간도 풍부한 편이다. 실내 곳곳에 다양한 크기의 짐을 적재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다만, 플로팅 타입의 센터 콘솔 아래 수납공간은 손을 넣기 다소 불편한 점은 아쉽다.

BMW iX2 e드라이브20의 센터 콘솔과 하부 수납공간. / 허인학 기자

2열 공간은 성인 남성이 앉기에도 무리가 없지만 장거리 주행 시에는 약간의 불편이 느껴질 수 있다. 무릎 공간은 넉넉하나 쿠페형 루프라인으로 인해 머리 공간은 다소 부족하다. 시트 등받이 각도 역시 직각에 가까워 다소 불편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노라믹 글라스 루프와 각을 세운 2열 창문 덕분에 개방감은 뛰어나다.

BMW iX2 e드라이브20 2열. / 허인학 기자

편의 사양은 고급스럽다. M 스포츠 가죽 스티어링 휠은 두툼한 림과 우수한 그립감을 제공한다. 무선 충전 트레이, 하만카돈 오디오 시스템 등도 기본 적용돼 만족도를 높인다.

 

BMW다운 주행 감각은 그대로

시승한 모델은 iX2 e드라이브20로 앞쪽 액슬에 전기모터 하나를 얹은 전륜구동 방식이다. 최고출력 204마력, 최대토크 25.5킬로그램미터(㎏·m)로 수치상 성능은 평범해 보일 수 있지만 실 주행에서는 경쾌한 움직임을 보인다.

BMW iX2 e드라이브20 전기모터. / 허인학 기자

가속 응답성은 실용영역에서 뛰어나다. 여성이나 초보 운전자에게도 부담이 적다. 주행 모드에 따른 반응 차이도 뚜렷해 BMW 특유의 운전 재미를 그대로 전달한다. 패들시프트를 길게 당기면 ‘부스트 모드’가 활성화돼 순간 출력이 크게 증가하는 점도 인상적이다.

BMW iX2 e드라이브20 M스포츠 패키지 전용 휠. / 허인학 기자

핸들링 감각 역시 BMW답다. 전고가 높고 배터리 무게가 더해졌지만 움직임은 민첩하다. 특히 구불구불한 길이 많은 와인딩 구간에서는 핫해치(Hot Hatch·고성능 해치백 자동차)에 가까운 역동성을 체감할 수 있다. 고속 코너링 중 후륜이 살짝 미끄러지는 느낌은 ‘BMW스러운’ 감각을 잘 보여준다.

BMW iX2 e드라이브20 운전석. / 허인학 기자

브레이크 성능도 우수하다. 고성능 브레이크가 아닌 일반 브레이크 시스템이 적용됐음에도 페달 반응은 날카롭고 제동력은 꾸준히 유지된다.

 

아쉬운 주행 거리, 그러나 메시지는 분명하다

iX2 e드라이브20의 단점이라면 1회 충전 시 주행 가능 거리다. 64.7킬로와트시(kWh)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 시 350킬로미터(㎞)를 달릴 수 있다. 급가속과 급제동을 줄이면 더 늘릴 수도 있지만 동급 전기 SUV와 비교하면 다소 짧은 편이다.

BMW iX2 e드라이브20 충전구. / 허인학 기자

그럼에도 iX2는 단순한 전기 SUV가 아니다. BMW가 전기차 시대를 맞아 던지는 메시지를 담은 모델이다. ‘전기로 운전의 즐거움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BMW식 해답이다. 실용적이고, 재미있으며, 스타일리시한 전기 SUV를 찾는 소비자에게 iX2는 설득력 있는 선택지다.

BMW iX2 e드라이브20은 M 스포츠 패키지 단일 트림으로 출시되며 국내 가격은 6470만원이다.

BMW iX2 e드라이브20 후면. / 허인학 기자

허인학 기자

ih.heo@chosunbiz.com